[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민주당 공천은 차점자 구제에서도 어김없이 고무줄 잣대가 적용됐습니다. 당 안팎에선 서울 강북을 전략경선에서 "차점자인 왜 박용진은 안 되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연일 쏟아졌지만, 이재명 대표는 이중잣대를 들이댔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6일 경기 하남시에서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박용진 경선 배제' 논란에 대해 "어떤 경기에서도 승부가 났는데, 1등한 후보 우승후보가 문제가 됐다고 해서 차점자가 우승후보가 되지 않는다"며 "선거법 위반으로 승자가 당선 무효가 돼도 차점자가 당선자가 되지 않는다"라고 논리를 폈습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18일 오후 전북특별자치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민주당이 당내 차점자를 밀어올린 사례는 여러 차례 있습니다. 지난 16일 당 최고위원회의는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손훈모 변호사의 경선 부정이 확인됐다며 낙마시키고 경선에서 패한 '친명(친이재명)계' 김문수 당대표 특보의 공천을 인준했습니다.
지난 8일에는 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가 청년전략지구인 서울 서대문갑의 최종 경선 후보 3명 중 성치훈 전 청와대 행정관을 '2차 가해' 논란을 이유로 탈락시켰습니다. 대신 차점자였던 친명계 김동아 변호사를 넣었는데요. 결국 김 변호사는 최종 경선을 통과했습니다.
4년 전 제21대 총선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차점자가 구제된 사례가 있습니다. 부산 금정구 후보 자리를 놓고 김경지 변호사가 박무성 전 국제신문 사장을 경선에서 꺾었지만, 신상 문제로 낙마하고 박 전 사장이 최종 후보가 된 겁니다.
강북을 경선의 경우 박 의원은 조 이사와의 출발점 차이가 극명합니다. 의정평가 하위 10%라는 이유로 정 전 의원과의 경선에서 적용됐던 득표율 30% 감산이 유지됩니다. 게다가 조 이사는 정치신인이고 여성이라서 25% 가산점을 얻는데요. 55% 격차를 안고 시작해, 64.2% 이상의 득표율을 올려야 승리할 수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인 셈입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