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치킨게임에 병원노동자·환자만 피해”
환자 방치에 간호인력 무급휴가 강요…핵심은 '지역-공공의료'
2024-03-26 16:42:49 2024-03-26 18:12:14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이 50일 가까이 지속되면서, 정작 중요한 의료개혁 본질은 소외된 채 병원노동자와 환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의료연대본부, 건강과대안,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는 26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칼날 위에 선 한국의료 개혁 과제와 대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치킨게임과 같은 정부와 의사들의 강 대 강 대립 속에 시민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중증 환자들의 불안은 날로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더해 “장기화되는 의료대란과 의정대립에 따른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들과 병원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지난 19일 서울에 있는 한 병원에 환자가 쓴 문구가 붙어있다. (사진=뉴시스)
 
서울대병원 10개 병동 폐쇄, 간호인력 무급휴가 강요
 
현정희 서울대병원노동조합 정책위원장은 이날 정부의 세밀하지 못한 정책과 병원의 잘못된 대응으로 피해를 환자와 병원노동자가 고스란히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 위원장은 “2박3일 입원해 항암치료를 받아야 할 암환자가 불안에 떨면서 집에서 항암제 주사를 맞아야 하고, 노동자들은 무급휴직 강요와 임금 반납까지 강요받고 있다”며 “지금 전공의가 있던 병원에선 40% 이상의 진료가 중단됐고, 환자들도 안정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수술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전공의 집단사직이 발생하자 병원 경영진은 병동을 폐쇄하거나 통합해 운영하는 등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면서 환자는 물론 병원노동자들의 기본권까지 침해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서울대병원은 10개 병동을 폐쇄했고, 다수의 병동을 축소 운영 중입니다. 간호인력에게 경영상 부담을 이유로 무급 특별휴가나 휴일을 당겨 사용하라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구체적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정부가 의료대란 해법으로 내놓은 진료지원(PA) 간호사도 현장의 반발만 불러오며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간호사들은 책임과 권한, 보상도 없이 교육훈련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의사의 일을 떠맡으면서 법적 책임 앞에 불안감마저 호소하는 실정입니다.
 
현 위원장은 “정부는 PA를 공식 직역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 어떤 때는 정부가 나서서 불법이라고 엄벌하겠다고 하다가, 지금은 시범사업이라고 얼버무리고 있다”며 “인건비가 많이 드는 의사의 일을 인건비가 덜 드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냥 넘겨왔던 것이 본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의료연대본부, 건강과대안,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는 26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칼날 위에 선 한국의료 개혁 과제와 대안’을 주제로 토론횔르 개최했다. (사진=박용준 기자)
 
'무늬만 지역의대 배정'…지역-공공의료 확충이 본질
 
우석균 인의협 정책자문위원장은 지난주 정부가 발표한 2000명 의대 증원분 배정 결과의 허구성을 지적했습니다. ‘비수도권 82%, 서울엔 신규 0명’ 등의 발표 내용을 뜯어보면 지역에 적을 두고 있을 뿐 수도권에서 실습·교육을 받는 ‘무늬만 지역의대’ 인원이 771명에 달한다는 겁니다. 
 
우 위원장은 “서울에 1명도 늘어나지 않는다는 말도, 예컨대 울산대 의대는 아예 서울에 있다”며 “정부는 지역필수의사제를 운영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미 유사한 공중보건 장학의사제도가 시행 중이지만 2022년 단 1명만 지원했고 10년간 지원자 수가 한 자릿수를 넘기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가장 핵심과제인 공공병원과 공공의료 확충이 빠진 채 의사 수 확충만으로는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같은 기존의 정책 실패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우 위원장은 “정부는 지역의료격차 해소를 말하면서 지방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 확충이나 강화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번에 증원한 2000명은 지역의료와 공공의료에 모두 배치해야만 의료취약지, 필수의료를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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