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2022년 5월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인근 지역에 많은 변화와 갈등이 있었는데요. 삼각지역 등 대통령실 인근에서 집회를 열려는 시민들과 집회를 금지하려는 용산경찰서와의 갈등도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가 대통령실 인근에서 행진하는 모습(사진=뉴시스)
대법원은 지난 12일 한 시민단체가 용산경찰서를 상대로 옥외집회금지통고 처분의 취소를 구한 소송에서 집회금지통고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2023두62335). 대통령 집무실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대통령 관저’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대통령 집무실 인근은 집시법에서 집회를 금지한 장소가 아니라고 판단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한 것입니다.
대법 "대통령실 앞 집회 시위는 정당"
특히 1심과 원심은 △집회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기본권이므로 절대적 집회금지장소의 확장은 특히 신중할 문제인 점 △대통령이라도 주거의 안정과 평온이 보장돼야 하지만, 국민 의사에 귀 기울이며 소통하는 것이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수행해야 할 주요 업무로 볼 수 있는 점 △대통령 집무실을 반드시 대통령의 주거와 동등한 수준의 집회금지장소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집회금지처분을 취소했습니다.
2022년 12월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관저 주변 100미터 이내의 집회를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집시법 제11조 제3호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집시법 제11조는 과거 대통령 관저나 국무총리 등의 공관뿐만 아니라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외교기관 등의 100미터 이내에서 집회를 절대적으로 금지했습니다. 그러다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위 장소에서의 집회를 원칙적 금지하더라도 △그 기관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경우 △기관의 직무 등을 방해하거나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는 경우 △대규모 집회나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등 △각 기관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라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바뀐 것입니다.
2003년 외교기관 100미터 이내에서의 집회를 금지하는 것에 대해 위헌 결정이 있었는데요. 헌재는 이후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등으로부터 100미터 이내를 절대적 집회금지장소로 하는 규정에 대해서는 합헌으로 판단했습니다.
2018년부터 헌재는 위 장소들을 절대적 집회금지장소로 정한 집시법 규정을 위헌으로 판단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같은 해 국무총리 공관 인근 100미터 이내의 절대적 집회금지 역시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입법자가 집회의 자유를 필요최소한의 범위에서 제한하도록 했습니다.
헌재 결정에 따라 집시법 제11조는 개선 입법이 이뤄졌고, 대통령 관저에 관한 부분도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에 따라 2024년 5월31까지 법개정을 해야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입법 공백 우려가 커진 상황입니다.
집회는 국민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순기능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집회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기본권으로서 강력하게 보호받게 되는데요. 집시법의 절대적 집회금지장소가 줄어들어 국민의 의사표현이 활발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삼각지역 등 대통령 집무실 인근의 주민들과 상인들의 불편이 가중될 우려가 있습니다. 실제로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있는 만큼, 대통령 집무실 인근의 집회가 더 활발해질 것에 대비한 조화로운 해결책도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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