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최근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소환 절차에 돌입하며 수사 본격화와 함께 입지 강화에 나섰습니다.
야권이 추진중인 '채상병 특검'이 현실화되면 공수처의 존재 의미가 상실되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여론전까지 펼치면서 존재감 부각에 주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최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에게 출석을 통보하고 일정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조사는 이르면 이번 주 내 이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종섭 전 호주대사가 자진 출석해 4시간가량 조사받은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첫 피의자 조사입니다. 올해 1월 국방부 검찰단과 조사본부를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나선 지 약 3개월 만입니다.
이들은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들입니다. 유 법무관리관은 지난해 8월 채상병 사건을 수사하던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혐의자를 한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는 의혹을 받습니다.
최근에는 유 법무관리관이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하는 과정에서 이시원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과 통화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통령실의 개입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습니다.
박 전 직무대리는 국방부 검찰단이 경찰로부터 회수해온 수사 기록을 재검토해 애초 8명이던 혐의자를 2명으로 줄여 재이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디지털포렌식 마무리…공수처 '존재감' 되찾을지 주목
공수처는 사건 관련자들로부터 확보한 압수물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절차를 모두 마친 상태입니다. 이 전 대사가 임의제출한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도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 처리를 강하게 추진하는 상황에서 공수처가 소환 조사를 시작으로 존재감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주요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질 수장 공백의 장기화로 수사 속도를 내기엔 무리인 상황이라 신속히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려 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수사외압 의혹 수사가 특검으로 가게 된다면 공수처가 '고위공직자에 대한 독립적인 수사'라는 존재 의미를 상실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법은) 수사팀보다는 그 위의 레벨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인데, 처장과 차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틀 안에서 최선을 다해 수사 속도를 내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두 사람에 대한 소환조사가 마무리되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이 전 대사 등 윗선에 대한 소환도 차례로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사진=공수처 제공)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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