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플레이션 현실로…'금사과' 일상 된다
강수량 100mm 증가…물가 0.09%포인트↑
"기상 이변 발생, 물가 변동성 확대 가능성"
근원물가 영향엔 제한적, 통화정책 선그어
"유통 데이터화·신품종 개발해야"
2024-05-09 17:07:22 2024-05-09 21:50:08
 
 [뉴스토마토 백승은 기자] 지난 20년간 이상기후가 빈번해지면서 단기간에 신선식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등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특히 여름철 강수량을 중심으로 가격이 크게 널뛰는 형상이 뚜렷했습니다.
 
올해 초 일조량이 크게 줄면서 '금사과' 현상이 발생한 것처럼 '기후플레이션'이 현실로 다가온 겁니다. 다만 기상 이변이 전체 물가를 밀어 올리더라도 근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만큼, 통화정책 대응은 한계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기상 여건 악화에 따른 농산물 작황 부진 등을 해결하기 위한 기후 적응 신품종 개발, 유통 구조 변화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03년에서 2023년 사이 기상 여건에 따른 물가 변동성을 조사한 결과, 강수량이 100mm, 기온이 10℃ 변화를 보일 때마다 소비자물가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기상 여건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3년 1월에서 2023년 12월까지 조사한 결과 소비자물가는 기온과 강수량에 따라 상승하거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름 강수 증가 땐 물가 0.09%포인트↑
 
강수량에 변화가 있을 경우 한달에서 두 달 사이 신선식품, 소비자물가 모두에 미치는 영향이 컸습니다. 예를 들어 강수량이 과거 대비 100밀리미터(mm)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경우, 소비자물가는 단기적으로 최대 0.07%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여름에 한해서는 변동치가 더욱 큽니다. 여름철 강수량이 과거 대비 100mm 증가했을 때 소비자물가가 0.09%포인트 올랐습니다. 여름철에 강수량이 100mm 줄어들었을 때는 0.08%포인트 상승했습니다.
 
기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과거 대비 기온이 10℃ 가량 상승하거나 하락할 때, 소비자물가는 단기적으로 0.04%포인트 올랐습니다. 
 
이승희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여름철 기온이 굉장히 상승하고 있고 집중호우 등 기상 이변의 발생 가능성이 커져 이로 인해 물가 변동성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중기적으로는 소비자물가나 신선식품 가격 급등이 근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통화정책을 통해 신선식품 가격 변동에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03년에서 2023년 사이 강수량이 100mm, 기온이 10℃ 변화를 보일 때마다 소비자물가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품종 개량·유통 구조 개선 필요성
 
이승희 연구위원은 기후 변화에 따른 공급 부족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최근 신선식품 가격 변동은 공급 부족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며 "농산물의 안정적 공급을 유도할 수 있는 구조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농산물 수입 다변화, 품종 개량 및 기술 혁신을 통해 기후 적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정부 주도로 신품종 기술 개발과 함께 농산물 유통 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데이터화가 필요하다고 꼬집었습니다.
 
김정식 교수는 "옥수수와 같이 산출량이 적은 품목, 쌀과 같은 필수 품목에 대해 정부가 주도해 신품종 기술을 개발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농산물 재고 파악이 빠르게 되지 않는 것도 문제점 중 하나"라며 "농산물을 산지에서 출하하고 실어 나를 때부터 바코드를 찍거나 하는 방식으로 추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매점매석을 막고, 만약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면 수입을 하거나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이날 만인산농협 거점 스마트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를 방문한 자리에서 "도매시장 중심의 복잡한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농산물 유통을 효율화하기 위해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대책을 마련했다. 산지유통의 규모화·효율화가 이번 대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올해 사과와 배 등이 작황 부진으로 공급량이 크게 줄며 가격이 폭증했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관측 5월호 과일' 보고서를 보면 이달 사과 도매가격은 10킬로그램(kg) 기준 1년 전보다 71.1% 증가했습니다. 평년과 비교하면 122.0% 오른 수준입니다.  
 
지난 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사과를 구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백승은 기자 100win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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