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정부가 채권쏠림에 따른 변동성 확대를 막기위해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과세 부활을 결정했지만 추가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외국인이 올 들어 투자한 원화채권의 규모는 80조8000억원. 지난해 54조4900억원에서 무려 60%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2008년 37조7700억원에 비해서는 두 배 이상이다.
문제는 이들 투자자금의 대부분이 통안채 등 단기물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외국인 채권투자 비중가운데 1년만기가 37%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2년만기까지 포함하면 비중은 65%에 육박한다.
오창섭 IBK투자증권 채권전략 연구원은 "단기채들은 1년 또는 2년이면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에 롤오버된다면 다행이지만 만기시 해외자금이 대량으로 빠져나간다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도 "외국인의 채권매매패턴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며 "특히, 통안채 매수가 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 채권과세 속도조절일뿐 물꼬 못 바꿔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채권과세가 유동성을 훼손시킬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주요국들의 금리가 제로수준인데다 원화 강세 등을 감안할 때 세금을 고려해도 투자수익률이 상대국에 비해 매력적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외국인 채권과세 논란이 불거진 지난 10월부터 지난 16일까지 외국인이 순매수한 채권 8조5600억원. 이 가운데 1년 만기 단기채권은 무려 5조456억원에 이른다. 반면, 같은 기간 장기물인 5~10년 만기 채권은 6554억원 순매도했다.
오 연구원은 "규제발표가 되기 전까지는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못했던 것"이라며 "안이 확정되니까 이를 감안해도 투자메리트가 있다고 판단해 오히려 단기채 비중을 늘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의 탄력세율 도입도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일정수준에서 점진적으로 올리면서 유동성을 조절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금융시장 안정과 거시건전성 강화를 위해서 과세외에 외국인 재정거래에 직접 영향을 주는 선물환포지션 규제나 은행세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 정부의 추가규제책을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채권운용관계자는 "외국인투자자들이 주로 하는 재정거래의 경우 부채를 끌어와서 국내채권에 투자하므로 선물환 또는 환위험을 헷지해야 한다"며 "외은지점의 선물환 포지션 규제강화 또는 단기외채에 대한 은행세가 도입된다면 단기투자금 유입이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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