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김재진
이오플로우(294090) 대표가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앞두고 보유주식 일부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에 김재진 대표의 지배력 약화 우려가 커졌지만, 김 대표는 여유롭습니다. 앞서 발행한 3회차 전환사채(CB)의 콜옵션(매도 청구권)이 지배력 유지를 위한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김 대표의 블록딜 매매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최대주주의 블록딜이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과 주가 부담을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배력 강화는 저렴한 CB 콜옵션으로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김 대표는 이번 이오플로우 유상증자에서 30%가량 청약에 참여할 계획입니다. 청약자금은 보유주식 일부 블록딜(장외대량매매) 또는 장내매도를 통해 마련할 예정입니다. 최대 30만주(0.99%)를 매각할 계획입니다.
이오플로우는 최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관련기사:
이오플로우, 주주가 봉?…현금 쌓아두고 자금조달①)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총 823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며, 발행되는 신주는 910만주로 발행주식총수의 29.90%입니다.
유증이 완료되고 나면 김 대표의 지배력도 낮아질 예정입니다. 지난해 3분기 말까지만 해도 김 대표의 이오플로우 지분율은 18.54%(564만680주)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받은 주식담보대출 만기 연장에 실패하면서 지배력이 급격히 약화했습니다.
현재 김재진 대표의 이오플로우 지분율은 9.78%로 297만6583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도 11.33%(344만9002주)에 불과합니다.
유상증자가 완료되고 나면 김 대표의 이오플로우 지분율은 7%까지 떨어지게 됩니다. 김 대표가 예정대로 유증 배정 물량의 30% 청약에 참여할 경우 지분율은 9.78%에서 8.20%로 낮아집니다. 여기에 30만주의 블록딜 매각까지 완료되면 지분율은 7.45%까지 줄어듭니다.
지배력 약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김 대표는 느긋합니다. 올해 2월 발행한 170억원 규모의 3회차 CB 콜옵션이 지배력 강화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회차 CB의 전환가액은 3759원으로 주식전환 가능 물량은 452만2479주입니다. 이는 이오플로우 발행주식총수 14.87%에 달하는 물량입니다. 해당 CB는 채권 규모의 20%까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총 34억원 규모로 주식전환시 90만4495주에 해당하는 물량입니다. 김 대표가 이번 유증에서 배정받는 물량 100%(88만9998주)보다 많습니다.
김 대표 입장에서도 CB 콜옵션을 활용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유증 참여보다 저렴하게 신주를 취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CB 전환가액(3759원)을 고려할 경우 이자비용을 포함해도 유증 예정발행가(9040원)보다 2배 이상 저렴합니다.
이오플로우 관계자는 “최대주주의 CB 콜옵션 행사 여부와 관련해선 알고 있는 게 없다”고 답했습니다.
반대매매 후 발행된 CB, 지배력 안전판으로
시장에선 김 대표가 최소한의 자금만을 투입하면서 경영 실패 책임을 주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김 대표는 유증 참여를 위한 자금을 보유주식 일부를 블록딜로 매각해 마련할 예정인데요. 블록딜로 시장에 풀리는 물량(30만주)이 유증 참여를 통해 확보하는 신주(26만6999주)보다 많습니다.
실제 김 대표가 블록딜 없이 유증 청약 참여를 하지 않을 경우 최대주주의 지분율은 기존 7.53%입니다. 블록딜 및 유증 30%의 참여가 완료됐을 경우 지분율은 7.45%로 지분율은 유증에 참여하지 않는 것보다 오히려 더 줄어듭니다. 블록딜 후 유증 참여가 보여주기식에 불과한 이유입니다.
김 대표의 지배력 안전판 역할을 하는 3회차 CB는 이오플로우 주가가 급락했을 당시 발행된 CB인데요. 당시 주가 급락의 원인에는 김 대표의 주식담보대출이 있었습니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해 5월 글로벌 인슐린 펌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 인슐렛(Insulet)사에 도전장을 내며 미국진출을 꾀하기 위해 메드트로닉 손을 잡았습니다. 미국 대형 의료기기 기업인 메드트로닉과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해 주당 3만원에 주식을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경쟁사인 인슐렛이 영업기밀침해 등의 소송을 제기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오플로우는 ‘영업정지’에 따른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로 주식거래가 정지됐고, 김 대표의 주식담보대출 만기 연장도 실패했습니다.
당시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200억원의 주식담보대출을 받고 있었는데요. 작년 11월 이오플로우의 거래가 재개되자 한국투자증권은 담보주식 일부(66만4097주)를 매도해 100억원을 회수했습니다. 이어 12월 김 대표가 보유주식 200만주를 장내매도하며 나머지 주식담보대출도 모두 상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3만원대에 거래되건 이오플로우의 주가는 3000원대로 급락했고 메드트로닉과의 계약도 철회됐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콜옵션을 통해 최대주주는 저렴한 신주를 인수하고 정작 유증 참여율이 저조하다면 주주들의 불만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일부 유증 참여를 위한 최대주주의 블록딜 물량은 오히려 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져 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약화한 상황에서 주가 대비 저렴한 CB의 콜옵션을 당연히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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