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추석 연휴 의료 공백에 대한 국민 불안이 계속되자 정부가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행정안전부, 소방청과 관계부처 합동 일일브리핑에 나섰습니다. 지난 코로나19 사태 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중심으로 일일 정례 브리핑을 진행해 확진자 현황을 공유했던 것처럼 응급실 운영 현황도 매일 브리핑으로 정보를 전달하겠다는 취지인데요. "괜찮다"던 입장을 고수하던 정부가 재난 당시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했던 브리핑까지 나서면서 '셀프 재난'을 자초한 게 아니냐는 비판마저 나옵니다.
4일부터 '군의관 응급실' 배치…9일부터 235명 파견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을 열고 "현재 전반적인 응급의료 역량을 종합적으로 볼 때 일부 어려움은 있지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붕괴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체 409개의 응급실 중 99%인 406개소는 24시간 운영하고 있으며 6.6%에 해당하는 27개소는 병상을 축소·운영 중입니다. 지난달 30일 기준 응급의료기관 병상은 5918개로 평시인 2월 1주 6069개의 97.5%에 해당합니다.
인력 현황을 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신고 기준으로 권역과 지역 응급의료센터 180개소의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지난해 12월 1504명에서 지난달 26일 기준 1587명으로 105% 수준입니다. 다만 전공의 공백 등 영향으로 응급실과 후속 진료 역량은 평시 대비 70~80% 수준으로 감소해 "어려운 여건에 있는 것은 맞다"고 시인했습니다.
박 차관은 또 "전체 응급의료기관 중 공백으로 위험한 23개 의료기관에 담당자를 지정해 매일 모니터링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부는 오는 4일부터 응급실 운영이 일부 제한된 의료기관에 15명의 군의관을 배치하는데요. 9일부터 8차 파견될 235명의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들이 위험 기관을 중심으로 집중 배치됩니다.
의료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한 건강보험 수가 개선도 이번 주 마무리됩니다. 응급의료 인력 유출을 방지하고 후속 진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인데요. 박 차관은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250% 가산, 후속 진료인 수술·처치·마취 행위에 대한 200% 가산은 이번 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후속 절차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브리핑실에서 응급의료 등 비상 진료 대응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부와 '입장차' 큰 의료계…'평행선' 여전
정부 발표와 달리 전국 의대 교수들은 이날 "현재 다수 응급실에서 정상적인 진료가 이뤄지지 못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에서 "의료 현장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며 "정부 발표와 다르게 이미 많은 응급실은 정상적인 진료를 못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비대위에 따르면 1일 기준 전국 57개 대학병원 응급실 중 분만이 안 되는 곳은 14개, 흉부대동맥 수술이 안 되는 곳은 16개, 영유아 장폐색 시술이 안 되는 곳은 24개, 영유아 내시경이 안 되는 곳은 46개 대학병원인데요. 이 중 "건국대 충주병원, 순천향대 천안병원, 단국대병원, 국립중앙의료원, 세종충남대병원, 이대목동병원, 강원대병원, 여의도성모병원이 응급실을 일부 닫았거나 닫으려는 계획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의료계는 과부하를 우려하고 있지만, 정부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인데요. 박민수 차관은 "정부 집계는 전국 현황이라 전체 총량에서는 감소가 크지 않지만 현장에 계신 분들은 전체 그림보다 본인이 직접 보는 것으로 판단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습니다.
정부가 추석연휴 기간 문 여는 병의원을 지정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대한의사협회는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부당 노동 강요'라는 입장인데요. 실제 의협은 회원들에게 "연휴 동안 자신의 건강과 가정의 안녕을 먼저 살피기를 바란다"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박민수 차관은 "의협의 공식 의견이라기보다 임현택 의협회장 개인의 생각 아닌가"라며 "의사분들은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믿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가뜩이나 환자를 볼 의료 인력 부족으로 의료현장이 과부하인데 매일 제대로 된 현황보고가 가능하겠냐는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의료 공백을 야기해 놓고 재난 상황에 버금가는 현황 보고를 하라는데 결국 의사나 간호사가 해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에 보고하는 현황은 현재 돌아가고 있는 응급실 상황이지 병원 측에서 못 받고 돌려 보낸 환자 수가 아닐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2일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병원 응급실 앞에 코로나19 환자 증가 안내문과 중증응급환자 우선 진료 안내문이 붙은 가운데 의료관계자와 환자가 응급실로 들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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