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고물가·고금리, 저성장 경제 여건이 장기화되면서 영양실조 환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특히 취약계층과 고령층의 영양실조 환자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어 서민들의 생활고를 방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건강보험료를 나눠 갚으려 해도 납부할 수 없는 취약계층에 대한 정책적 고려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빈곤노인 67만명이 기초연금 받자마자 생계급여로 삭감당하는 등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도 여전한 상황입니다. 정부도 개선 방침을 드러냈지만 대상을 더 좁힐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실질적 추가지급분까지 관련 논쟁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24일 전진숙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영양실조 진료(건강보험)를 받은 인원은 지난 2019년 6245명에서 지난해 2.7배 급증한 1만6634명을 기록했다. 사진은 노인무료급식 모습. (사진=뉴시스)
경제적 어려움, 영양 상태 '악영향'
24일 전진숙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2019년~2024년 상반기) 영양실조 진료(건강보험)를 받은 인원은 총 6만3274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지난 2019년 6245명에서 지난해에는 2.7배 급증한 1만6634명을 기록했습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8540명까지 불어나는 등 2019년 한 해의 진료인원을 넘어선 상황입니다.
의료급여 수급자 중 영양실조 환자도 최근 5년 간 2.2배(2019년 1117명에서 지난해 2408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의료급여 환자는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을 말합니다.
더욱이 2019년 이후 진료인원인 총 10076명 중 60대 이상 노년층은 8531명에 달합니다. 노년층 비율이 85%에 육박하는 규모입니다.
전진숙 의원은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회복되지 못한 경제적 어려움이 국민들의 영양 상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24일 전진숙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영양실조 진료(건강보험)를 받은 인원은 지난 2019년 6245명에서 지난해 2.7배 급증한 1만6634명을 기록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취약계층 건보 분할납부 취소율↑
형편이 어려운 건강보험 체납자가 분할 납부를 신청했지만 분합납부 승인 취소 비율이 높다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박희승 민주당 의원실의 분석을 보면 올해 8월 기준 월 건강보험 납부보험료가 5만원 미만인 생계형 체납자의 분할납부 승인 취소 비율은 75.3%에 달했습니다. 이는 2019년(69.2%)과 비교해 6.1%포인트 증가한 수치입니다.
즉, 생계형 체납자 4분의 3이 체납보험료를 성실납부하기 위해 분할납부를 신청했지만 기준을 맞추지 못해 승인이 취소되는 등 건강보험 사각지대로 몰리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건강보험료 분할납부제도를 보면 3회 이상 체납한 자가 신청하는 경우 체납보험료는 월단위로 최대 24회 분할납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정당한 사유 없이 5회 이상 승인된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을 경우 분할납부 승인이 취소됩니다.
하지만 분할납부 기간이 짧고 체납자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등 엄격한 기준 탓에 취약계층 분할납부 승인의 취소 비율을 늘고 있다는 게 박 의원 측의 문제제기입니다.
박희승 의원은 "건강보험료 체납자의 상당수가 납부 여력이 없는 사회적 취약계층이라는 점에서 건강보험 사각지대 최소화를 위한 실태조사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8월6일 서울 용산구 쪽방촌에서 보건소 관계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림의 떡…줬다 뺏는 기초연금"
우리 사회 최빈곤층 노인의 생활 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기초연금 문제도 2008년 시작 때부터 여전히 반복되고 있습니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하위 70%인 최빈곤층에게 지급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입니다.
그러나 기초연금을 받더라도 '보충성의 원칙'과 '타급여 우선의 원칙'이 적용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은 문제점으로 지목돼 왔습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집계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노인 중 기초연금을 동시에 받는 노인(올해 7월 기준)은 67만5596명 규모입니다.
이중 기초연금수령으로 생계급여가 감액된 노인은 67만4639명으로 동시수급노인의 99.9%에 달합니다. 이들의 월평균 삭감액을 보면 올해 평균 32만4993원으로 기초연금 최고지급액인 33만4810원의 97.1% 수준입니다.
김선민 의원은 "기초연금으로 받은 돈을 사실상 모두 뺏기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줬다 뺏기는 그림의 떡'일 뿐"이라며 "9월초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연금개혁 추진계획에 '생계급여 수급자에게 기초연금액의 일정비율을 추가지급하고 이를 기초생보 소득인정액에서 공제하겠다'는 개선할 의지가 반영된 만큼, 연금개혁에서 반드시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달 초 정부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에 대한 개선과 기초연금 40만원 인상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다만 액수는 높이되, 하위층으로 더 좁히자는 목소리도 있어 단계적 개선 과정과 실질적 추가지급분까지 적잖은 논쟁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김신영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70%의 노인 전체의 급여를 40만원으로 인상하는 것은 재고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고현종 노년 유니온 위원장은 "구체적이고도 실질적인 행정을 요구한다"며 "'줬다 뺏는 기초연금'의 해결을 위한 변화의 시작은 2025년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 기초연금 추가지급분이 내년도 2025년 정부예산안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올해 1월10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어르신들이 장기를 두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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