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 개편하지만…실효성 논란 여전
높은 분양가·경쟁률…전문가 "효과 크지 않을 것"
2024-09-26 16:27:06 2024-09-26 17:42:50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정부가 예고했던 청약 통장 관련 개선사항이 시행되는 가운데 대책 실효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고분양가와 함께 높은 경쟁률과 가점 기준으로 당첨 문턱이 더 높아지며 실수요자의 회의감은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2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통장)은 2545만7228개로 작년 8월 말 기준 2581만5885개보다 35만8657개가 줄었습니다. 지난달 대비로도 3만2635개가 감소했습니다. 청약 통장 해지가 급증하면서 보유 혜택을 확대하고 나선 것인데요. 
 
우선 청약 통장의 금리가 올랐습니다. 지난 23일부터 연 2.0~2.8% 수준이던 주택청약저축의 금리를 연 2.3~3.1%로 인상했습니다. 또 다음 달부터는 청약예금과 부금, 저축 등 기존 입주자저축 통장을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종합저축으로 전환하면 공공과 민영 등 모든 주택 유형이 청약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기존 가입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기회가 확대되는 유형에는 신규 납입분만 실적이 인정되죠.  
 
오는 11월에는 청약통장 월 납입 인정액이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올라갑니다. 납입 인정액 조정은 1983년 청약통장 제도 도입 후 41년 만에 처음인데요. 현재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매달 최소 2만원에서 최대 50만원까지 자유롭게 저축할 수 있지만, 공공분양주택 당첨자 선정 때는 월 10만원까지만 납입액으로 인정했습니다. 전용면적 40㎡ 초과 공공분양주택 일반공급은 1순위 자격자 중 납입 인정액이 많은 순으로 당첨자를 가리는 만큼 월 25만원씩 저축해야 당첨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표=뉴스토마토)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경쟁만 가열…일각에선 청약 '개혁' 필요 주장도 
 
그러나 혜택은 늘었지만 청약통장 무용론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분양가가 오르며 주변 시세와 비교해 '로또 분양'이라고 불리는 단지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데다 낮은 당첨 확률로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가점 커트라인이 높아 사실상 당첨이 힘들고, 분양가도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사실상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면서 "청약 제도를 보면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인 시대에 출산과 부양가족으로 점수를 매긴다는 것 자체가 불공정하다"고 했습니다. 이어 "개편이 아닌 개혁 수준으로 절반은 특별 공급, 나머지는 100% 추첨제 일반공급식으로 제도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가구별로 받을 수 있는 최대 점수는 △4인가구 69점 △5인가구 74점 △6인가구 79점 △7인가구 이상 84점입니다. 84점 만점을 받으려면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3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 본인 제외 부양가족 6명 이상(35점)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부양가족의 경우 부모 중 한명이라도 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면 청약가점 대상에서 빠집니다. 만점을 받기 위해선 7명 이상 가구가 15년 이상 무주택을 유지해야 하는 거죠.
 
이르면 올해 11월부터 수도권에서 전용면적 85㎡ 이하, 공시가격 5억 원 이하 빌라 1채를 보유해도 청약 시 무주택자로 인정받게 되면서 청약 경쟁률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박지민 월용 청약연구소 대표는 "이번 제도 개편으로 경쟁률이 높아지는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면서 "무주택자로 가점이 확 늘어나면서 기존 가입자의 경우 신규 유입되는 청약 수요로 더 당첨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당첨 확률은 줄고 분양가는 높아져 청약통장으로 집을 얻기는 어렵다는 인식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2023년 전국 아파트 청약자 중 당첨된 사람의 비율이 8.31%로 조사됐는데요. 경쟁이 치열한 서울은 2.5%로 평균을 크게 밑돌았습니다. 지난달 말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의 공급면적 기준 ㎡당 평균 분양 가격은 1304만3000원으로 지난해 동월(963만5000원)보다 35.37% 뛰었습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결국 가점이 낮고 당첨이 안 되는 사람들끼리 경쟁률만 키우는 게 아닌가 싶다"면서 "청약 통장 제도 개선보다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매 기회를 제한하는 제도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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