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한국거래소가 야심차게 준비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이하 밸류업지수)를 두고 시장의 반응이 냉랭합니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경우 한국거래소가 제시한 밸류업 기준과 무관하게 높은 비중으로 편입되면서, 기존 지수와 차이점이 없다는 비판마저 나옵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밸류업지수 구성종목 비중 상위종목은 삼성전자(15%), SK하이닉스(15%), 현대차(8.3%), 셀트리온(7.1%), 기아(6.1%) 순입니다. 그외 신한지주(5.8%), 삼성화재(2.7%), 우리금융지주(2.5%), KT&G(2.5%), 한화에어로스페이스(2.4%) 등입니다. 상위 10종목의 지수 내 비중 합은 약 67% 수준입니다.
정보기술 산업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 DX, 한미반도체, LG이노텍, HPSP, 리노공업, 이수페타시스, LX세미콘, 주성엔지니어링, 티씨케이, 파크시스템스, 심택, 하나머티리얼즈, 해성디에스, 드림텍, 두산테스나, 원익 QnC, 비에이치, 넥스틴, 이녹스첨단소재, 피에스케이, 코미코 등 총 24개 종목이 포함됐습니다.
기준 미달 하이닉스 잔류
특히 밸류업 지수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총 30%인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당초 주주환원과 저평가 기업에 대한 주가 가치를 높여 국내 증시를 활성화한다는 취지인데, 이 기준과는 다소 동떨어진 두 종목이 큰 비중으로 편입되면서 기존 지수와 차별성이 없다는 비판입니다.
정상휘 흥국증권 연구위원은 "기본요건 충족 여부와 자기자본이익률(ROE) 값을 동시에 볼 때, 이 섹터에서의 종목 탈락은 대체적으로 ROE의 상대적 순위에 따라 결정된 사안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를 두고 한국거래소는 시장의 해석과 한국거래소의 목적에 시각차가 있었다는 입장입니다. 한국거래소 측은 "밸류업 지수 개발의 주요 취지는 저평가 또는 고배당 기업을 발굴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다양한 질적지표(수익성, PBR, ROE 등)가 우수한 시장 및 업종 대표기업들로 지수를 구성해 이들 기업을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시킴으로써 한국 증시 전반의 가치 제고가 목적"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비중 15%에 달하는 SK하이닉스는 거래소가 제시한 밸류업 편입 기준인 ’2년 합산 흑자‘ 기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지난 2022년에는 6조809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지난해 7조730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배당수익률도 낮은 데다 밸류업 조기 공시도 하지 않아, 특례 편입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한국거래소는 '지수 안정성'을 위한 조처였다고 밝혔습니다. SK하이닉스 경우 산업 및 시장 대표성, 지수내 비중(15%), 최근 실적 및 향후 실적 전망치, 업계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지수 잔류를 결정했다는 설명입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과거 5년 시뮬레이션 결과 SK하이닉스는 전 기간 선정기준을 충족하고,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2조9000억원, 2분기 5조5000억원으로 분기실적 역대 3위를 달성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양태영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해당 특례제도는 방출을 하지 않는 개념인데, 해당 종목이 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게 크다라는 전제"라며 "이 종목을 퇴출시켰을 때 시장 지수의 안정성이 심하게 떨어지고 수입 변동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향후 거래소는 밸류업지수에 포함됐지만, 1년 내 밸류업 공시를 하지 않을 경우 지수에서 제외할 방침입니다.
거래소 "기존 지수와 차별 확대"
코스피 200지수와 차별점이 없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신민섭 DS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IT(정보기술) 업종에 다소 몰려있고 업종마다 밸류에이션 지표의 편차가 크다는 점을 고려해 산업군내 상대평가를 적용, 지수를 균형감 있게 구성했다는 점이 주요 특징"이라면서도 "체계적으로 구성했지만 일반 국내 대표 지수와 비교해 특별한 점이 크게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지수 구성 종목이 산업군별로 배분된 데 대해서도 "주주환원의 본래 취지와 다르고 지수 밸류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며 "15% 캡 적용으로 SK하이닉스 등이 코스피200 대비 높은 수준으로 비중이 증가하고 관련 익스포져가 확대될 수 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는 밸류업 지수만의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질적요건을 도입해 시총 상위기업이라도 배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거래소 측은 "현재 유가+코스닥 시총상위 100개 종목 중 밸류업 지수에는 32개 종목만 편입됐다"며 " 코스피200 중 56종목, 코스닥150 중 33종목, 비중복 11종목 등 다양하게 구성됐다"고 반박했습니다.
아울러 비중상한제 도입해 개별종목의 지수내 비중상한을 15%로 제한했기 때문에 기존 대표지수와의 상관계수가 감소했다고도 밝혔습니다. 기존 시장 대표지수는 비중상한 제도를 적용하지 않은 반면 밸류업 지수는 비중상한제도 도입을 통해 초대형주(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지수 내 영향도(비중)를 축소시켰다는 설명입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밸류업지수도 결국 '지수'이기 때문에 밸류업 자체에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ETF를 비롯한 상품이 나올 때 흥행 여부가 관건인데, 지수에 관한 논란이 계속되면 수요가 약해질 수밖에 없어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지속 어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밸류업지수에 대한 비판이 거세자 각계 전문가 의견과 향후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추이 등을 감안해 올해 내 구성 종목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거래소 앞 황소 동상. (사진=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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