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공사비 갈등…중단된 정비사업 현장
정부 공사비 안정 대책 내놔…업계 "실효성 의문"
2024-10-08 16:09:14 2024-10-08 17:31:45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정비사업장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나섰지만 공사비를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회의적인 반응이 팽배합니다.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이촌동 내 첫 리모델링 단지인 '이촌 르엘'(이촌현대 리모델링)은 최근 공사 중단 위기에 쳐했습니다. 이촌동 현대아파트는 지난 2021년 4월 롯데건설과 공사 계약을 맺고 2022년 8월 착공한 뒤 이달 초까지 기초공사(공정률 10.5%)가 진행 중인 상황인데요. 
 
지난 4월 롯데건설은 당초 체결한 도급 계약상 공사비 2727억원에서 4981억원으로 공사비를 올려달라는 공문을 조합에 보냈습니다. 총 공사비 기준으로 약 83% 이상을 요구한 것인데요. 롯데건설은 지난 6월 청담 르엘 공사현장에서도 공사비 갈등을 이유로 '공사 중단' 예고 현수막을 게시한 바 있습니다. 이촌 르엘 공사비 인상 등을 두고 시공사와 조합의 갈등이 심화하자 서울시에서는 코디네이터를 파견해 조율을 시도할 예정입니다.
 
내년 5월 입주를 앞둔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장위4구역(장위자이레디언트)도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갈등으로 중단 위기에 봉착했는데요. GS건설은 현장에 공사 중지 예고 현수막과 호소문을 붙였습니다. GS건설은 올해 초 공사비 약 722억원 증액을 조합에 요구한 뒤 지난 7월 483억원까지 조정된 상태나 아직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미아3구역(북서울자이폴라리스) 사례처럼 입주가 임박해 공사비 문제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강서구 방화6구역 재건축은 공사비 증액 문제로 최근 시공 계약이 해지됐습니다. 애초 2020년 6월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과 조합은 3.3㎡당 471만원에 공사비를 정했지만 지난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시공사는 727만4000원으로 올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올해 재차 공사비 210억원을 추가 증액해달라고 요청하자 조합은 지난달 29일 임시총회를 열고 시공사 계약 해지 안건을 가결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에서 노동자가 작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뒤늦은 공사비 대책 한계…근본적 대안 마련 쉽지 않아 
 
정부는 최근 공사비 상승률을 2026년까지 2% 선으로 낮추겠다는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하며 '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는데요. 대책의 주요 내용은 중국산 등 해외 시멘트 수입 지원과 골재 채취원 확대입니다. 원활한 건설 인력 수급을 위해 인력의 현장 간 이동을 동일 사업주에 한해 탄력적으로 인정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기피 업무에 투입될 '숙련 외국인력 도입'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숙련인력 채용 시 우대제도도 마련합니다.
 
업계에선 정부가 공사비 상승의 문제점에 주목하며 해결책을 마련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이미 자재 가격의 상승률이 고점을 지난 시점인 데다 외국 자재 도입으로 가격 안정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또 원자재값보다 인건비 문제가 공사비 상승에 결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부분에 대한 구체적 대책이 실행되기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도시분쟁조정위와 정비사업 분쟁을 조정하는 코디네이터 파견 제도도 권한과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유선종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철근이나 골조 등 건축 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부분들은 물량이 남아돌아 가격이 떨어져 원가 조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왔다"면서 "그러나 인건비는 여전히 우상향을 보이고 있어 경직된 구조 속에서 현장 인력을 조달하는 문제가 해결돼야 현장이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원자재와 물류로 인한 가격 상승 등 시장 불확실성도 커 대안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사비는 크게 자재비, 인건비, 금융비용 세 가지로, 금융 시장과 연결돼 있는 금융비용 부문을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부분은 인위적으로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건설 업계 내부에서도 사전 공정 등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공사비를 내릴 수 있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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