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만연' HUG, 올해도 주주배당 없을 듯…"자구책 필요"
20% 유지하던 배당성향, 2022년 이후 '0%'
최대주주 국토부는 '자금 수혈' 역할만 지속
전세보증 사고↑…회수율 8%·대위변제 3조
"배당여력 회복 힘들 듯…적자 폭 줄여야"
2024-10-17 06:03:00 2024-10-17 10:41:13
 
 
[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국내 유일 주택보증 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2년 연속 주주 배당을 하지 못했습니다. 2년째 사상 최대 적자가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분양보증 업무 독점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을 시중은행과 건설사 등에 배당하며 '이중 특혜' 논란에 일었던 4년 전과 정반대 상황에 놓였습니다.
 
정부출자기관 배당성향 40% 육박…HUG는 '0%'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인 맹성규 민주당 의원실이 HUG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HUG가 주주에게 배당한 규모는 2022년(회계연도 기준)부터 2년째 '0'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2019년 837억원을 배당한 이래 2020년과 2021년 각각 729억원, 725억원 등을 배당으로 집행했으나 2022년부터는 적자가 발생하며 배당을 아예 못하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같은 기간 결산일 기준 배당금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배당성향도 △2019년 21.81% △2020년 24.99% △2021년 20.03%로 20%대를 유지하다가 2022년 이후 0%로 떨어졌습니다. 반면 지난해 40개 정부출자기관의 평균 배당성향은 39.87%에 달합니다. HUG와 함께 전세 보증 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경우, 전년 292억원 대비 53% 상승한 446억원을 올해 정부에 배당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현재 HUG의 최대주주는 지분 72.85%를 보유한 소관부처 '국토교통부'입니다. 이어서 HUG가 자기주식으로 16.43% 지분을 갖고 있고, 국민은행(7.38%)을 포함한 금융기관과 건설업체, 개인 등이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HUG는 국민 세금으로 설립된 준시장형 공기업입니다. 최대주주인 국토부는 주택도시기금 주택 계정에서 출자한 뒤 추후 배당을 통해 HUG로부터 지원금을 반환받습니다. 세금을 활용해 투자 수익을 확보하는 셈입니다.
 
그러나 국토부 역시 HUG의 재무 구조 개선에만 급급한 실정입니다. 지난해와 올해 HUG에 자본을 출자한 규모는 5조839억원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4조원은 올해 받은 한국도로공사 주식입니다. HUG는 지난 2021년부터 국회로부터 "기금 운용 계획 변경을 통해 국회 심의 없이 사업을 추진하는 관행을 지양하라"는 시정 요구를 받은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이에 아랑곳 않고 "국가재정법 제29조에 따른 긴급 상황 대응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지난해에도 국회 심의 없이 자본을 긴급 출자했습니다.
 
'최대 적자' 지속…올해도 '무배당' 전망
 
올해도 HUG의 적자 탈출 및 배당은 요원하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전망입니다. HUG가 2년째 심각한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HUG는 지난해 3조8598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2022년(-4087억원) 이후 2년 연속 적자로, 1993년 설립 이후 최대규모입니다. 주택 공급에 따른 보증사업을 확대하며 집주인을 대신해 세입자에게 돌려준 전세금 '대위변제액'은 급증하는데, 이를 다시 돌려받는 '보증 회수율'은 급락하고 있다는 점이 적자의 주요배경으로 꼽힙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준 전세금인 '대위변제액'은 2조7398억원이었습니다. 같은 기간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회수율은 8%를 기록했습니다. 집주인 대신 내준 금액 중 92%에 해당하는 2조5195억원을 돌려받지 못한 것입니다. 최근 시장 침체로 분양보증 사고가 속출하고 있어 올해 총 대위변제액 규모는 7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는 역대였던 3조5544억원(2023년)을 넘어서는 수치입니다. 경매가 이뤄지면 채권 회수까지 2~3년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HUG의 적자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전문가들은 HUG가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권대중 서강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HUG가 적자 폭을 줄일 수 있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당분간 배당할 방법은 없다"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제도 때문에 적자가 난 것인데 지난해 5월부터 100%에서 90%로 낮춘 보증 비율을 70% 정도까지 낮추고 분양보증 수수료율을 높이면 적자 폭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 제언했습니다.
 
HUG의 적자는 정책금융 역할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고준석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정부의 출자, 또는 은행이나 건설사의 투자는 배당을 받기 위함인데 HUG 무배당이 이어지면 신뢰가 추락해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된다"면서도 "공공기관이 수익사업에만 눈을 돌리면 정말 해야 할 정책금융 역할을 못할 수 있어 정부 배당 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선종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책금융기관으로서 HUG도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 방침을 따라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적자가 나게 되는 부분도 있다"며 "정부가 HUG 재정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독려하는 한편 재정을 적극 투입하면 부동산 시장이 호황기에 접어들 때 호전될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출자 기관 배당과 관련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유재산법 제65조의 3'에 따라 출자 기관별 당기순이익 등을 살펴 배당성향을 조정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손실이 났는데 배당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습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