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광 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22년 6·1 지방선거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 공천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추가로 제기됐습니다. 당내 경선에서 배제(컷오프)되며 일찌감치 고배를 마셨던 김진태 강원지사가 명태균 씨 도움으로 김 여사를 찾아가 '충성맹세'를 했고, 이를 계기로 경선 기회를 얻었다는 게 의혹의 핵심입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3일 서울 강남 모처에서 <뉴스토마토>와 만나 "내가 김진태한테 이 얘기를 지난번에 한 번 술 먹다가 했을 때, 김진태가 나한테 '대표님도 그거 아세요?' 이렇게 얘기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지사가 김 여사를 찾아가 당내 경선 기회를 얻었다는 사실을, 김 지사가 이 의원에게 확인해 줬다는 것입니다. 이 의원은 해당 내용을 명씨로부터 처음 들었다고 부연했습니다. 이 의원은 6·1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였습니다.
이준석 : 명의 시나리오, 주장은 뭐냐면, 김건희가 그때 가는 운동 시설이라고 했는데, 그게 골프 연습장인지 헬스장인지 뭔진 몰라. 근데 거기에 김건희가 간다는 정보를 명이 김진태한테 알려줘 가지고 김진태가 가가지고 충성맹세를 하게 했다는 거야. 그래가지고 김진태가 뭐 경선만 시켜주시면 그랬는데, 김건희가 거기서 ‘오냐. 선처하겠다’ 비슷한 걸 했다는 게 명의 주장이고. 그랬는데 그 다음 날이 인제 경선 데드라인인데 윤(대통령)이 아침에 안 일어나고, 이제 정진석한테 전화해서 경선시키라고 해야 되는데 안 했다고 하니까 전화기 들고 가가지고 윤석열 자고 있는데 ‘니가 (전화)할래 내가 할까’ 이렇게.
기자 : 아, 너 빨리 해라. 이런 얘기였구나.
이준석 : 근데 이게 내가 안 믿겼던 이유는 뭐냐면, 둘이 침대에서 한 얘기를 어떻게 지(명태균)가 아냐고. 이거는 유일하게 하는 게 김건희가 ‘내가 이랬어요. 명 박사님’ 이렇게 해야 하는데.
기자 : 얘기했겠지.
이준석 : 근데 그럴 리가 있냐고. 아무리 그래도.
기자 : 근데 뭐 별별 얘기를 다 하니까.
이준석 : 아니면 진짜 침실상궁이 얘기해줘야 되는 건데. 그러니까 이게 예를 들어 드러나면 제일 드라마틱한 사안인데, 내가 봐도 안 믿기는데 어떻게 이걸 갖고 얘기하냐는 거지.
(중략)
이준석 : 내가 김진태한테 이 얘기를 지난번에 한 번 술 먹다가 했을 때, 김진태가 나한테 "대표님도 그거 아세요?" 이렇게 얘기했어.
기자 : 김진태, 순진한 사람이네.
이준석 : 어. 근데 김진태는 나한테 되게 고마워하니까, 나한테 그때.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2022년 4월15일 강원지사 공천 컷오프에 반발해 단식농성에 들어간 김진태 예비후보를 찾았다. (이미지=김진태 페이스북)
강원지사 예비후보였던 김 지사는 2022년 4월14일 국민의힘 경선에서 배제됐습니다. 김 지사는 이튿날인 4월15일 국회 앞에 천막을 치고 항의성 단식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사흘 만인 4월18일 오전 국민의힘 공관위는 기존 결정(황상무 공천)을 뒤집고 김 지사에게 경선 기회를 부여했습니다. 컷오프된 예비후보에게 경선 기회를 주는, 매우 흔치 않은 장면이었습니다. 김 지사가 극적으로 기사회생한 배경에는 명씨와 김 여사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됩니다.
이 의원에 따르면, 민주당 후보인 이광재 의원을 꺾을 유일한 카드는 김 지사였습니다. 이 의원은 "당 차원에서 보면 김진태를 컷오프한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며 "황상무가 너무 숫자(여론조사 지지율)가 안 나오고 있었거든. 김진태를 넣으면 이기고, 황상무를 넣으면 진다고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의원은 당시 당대표로서 이 같은 문제점을 여러 차례 공천관리위원회에 전달했으나 정진석 공관위원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배경으로는 윤석열 검찰총장 청문회 당시 김 지사의 거친 공세가 지목됐습니다. 김 지사를 향한 윤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알아차린 정진석 위원장이 의도적으로 김 지사를 공천에서 배제했다는 얘기입니다. 이 의원은 "윤석열이 김진태를 안 좋아해. 왜냐, 옛날 법사위 검찰총장 청문회 때 김진태가 자기 조진 것 때문에 김진태를 죽여버리고 싶어 했다"면서 "윤석열은 한 번 의심하면 되게 돌아버리거든. 그래서 무조건 김진태 안 준다. 정진석이 오더 받은 것"으로 의심했습니다. 이어 "그러니까 김진태가 갑자기 무슨 5·18 발언한 거 엮어가지고 컷오프 시킨 것"이라며 "그래서 황상무 나가서 지면 누가 책임 지냐. 김진태 경선이라도 시켜라. 내가 그때 (농성장에) 이불도 (들고 갔다.) 그래도 정진석이 쌩 깠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경선으로 바뀐 것"이라고 했습니다.
"윤한홍 물 먹어…석연치 않은 이유로 불출마"
이 의원은 박완수 경남지사 공천 과정을 두고선 명씨가 정권 실세로 불렸던 윤핵관보다 큰 권력을 쥐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주목해야 할 사람이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입니다. 윤 의원은 권성동·장제원 의원과 함께 윤석열정부 초기 '윤핵관'으로 불렸던 실세 3인방이었습니다. 박 지사 입장에서는 강력한 경쟁자인 윤 의원이 출마할 경우 공천에서 밀릴 수가 있었습니다. 당시 지방선거는 대선 직후 치러진다는 면에서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에 절대적으로 유리했습니다. 게다가 경남은 전통적인 보수 텃밭입니다.
윤 의원은 경남지사 직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했습니다. 6·1 지방선거 7개월 전인 2021년 11월10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정권교체에 매진하고, 기회가 온다면 도지사에 도전해보고 싶다"며 사실상 경남지사 출마를 공식화 했습니다. 이명박정부 청와대에서 행정자치비서관으로 일했던 윤 의원은 2012년 12월 말 홍준표 경남지사의 발탁으로 행정부지사에 올랐습니다. 2018년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경남지사 출마를 준비했지만 막판에 불출마를 선언하며 아쉬움을 삼켰습니다. 때문에 지역 정가에서는 "윤 의원의 종착지는 경남지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랬던 윤 의원이 출마하지 않자, 배경을 놓고 지역 정가는 술렁였습니다.
이준석 : 그니까 (창원의창 지역구) 보궐이 모든 게 파생이 윤한홍이 물 먹은 것에서 시작된 거잖아. 그거 내가 설명해 줬니? 어떻게 된 건지?
기자 : 아니, 그 (명태균이) 박완수 아크로비스타 데려가서 김건희가 윤한홍한테 전화한 거.
이준석 : 나는 그걸 몰랐어. 어제 들었어. 박완수가 아크로비스타 갔다는 거는 어제 들었고. 근데 하여튼 석연치 않은 이유로 윤한홍이 안 나오는 것부터 시작했어. 내 인지로는 그때. 그래서 윤한홍이 나온다고 지랄하더니, 안 나오는 거야.
기자 : 윤한홍은 지사가 꿈인 사람이잖아요.
이준석 : 꿈이지. 그러니까 그래 가지고 윤한홍이 안 나오면서, 저기 누구야, 저기 이제.
기자 : 박완수.
이준석 : 박완수가 나오는데.
기자 : 그 자리에 김영선이 들어간 거잖아요.
이준석 : 박완수, 김영선 원래 안 좋아했었는데.
기자 : 엄청 싫어하던데. 서로.
이준석 : 어. 근데 윤한홍이 김종양을 꽃으면 약간 금정구 잃어버린 김세연 같이 될까 봐. 나중에 어차피 4년 뒤에 윤석열정부 내에서 자기가 또 한 번 경선을 치러야 되는데, 지 지역구 당원 뺏기면.
기자 : 아, 별 볼 일 없는 애를 넣어놓는 게 낫다?
이준석 : 그래서 어, 그래서 아무리 봐도 김영선과 신사협정인 거지. 그거 안 건드리는 대신에. 그러니까 사실 보궐에서 우리가 간과하면 안 되는 게, 보궐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 전 의원의 의사도 중요하거든. 근데 그때 박완수가 갑자기 김영선을 밀고 있는 거야. 근데 그런 걸 명이 작업했겠지.
기자 : 지사 자리 줄 테니까 이거 그냥 이렇게 하자?
이준석 : 그래서 그런 것부터 시작해서 윤핵관들은 명이라면 거의 학을 떼는 수준까지 간 거지. 윤핵관 중에서 권성동, 윤한홍.
이 의원에 따르면, 윤 의원이 명씨와의 힘겨루기에서 밀려 경남지사 선거에 불출마한 것은 물론, 박 지사의 경남지사 출마로 발생한 창원의창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김종양 후보를 공천하지 못했습니다. 윤 의원의 마산고 1년 선배인 김 후보는 22대 총선에서 당선돼 김영선 전 의원의 지역구(창원의창)를 꿰찼습니다.
한편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김 여사와 대통령실은 반론 요청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답이 없기는 명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김 지사와 박 지사 측 역시 반론이나 해명 요청에 묵묵부답이었습니다.
박현광 기자 mu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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