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이는 미분양…지방 건설사 줄도산 '현실화'
폐업·부도 전년보다 증가…수도권·지방 양극화 심화
2024-10-25 15:11:47 2024-10-25 15:11:47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건설경기가 악화 일로를 걸으면서 폐업하는 건설사가 늘고 있습니다. 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부실 사업장이 늘고 있어 연말 결산이 다가오면서 폐업이나 부도로 몰리는 업체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입니다. 
 
25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폐업 신고한 종합건설사는 전국에 357곳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294곳) 대비 21.42% 증가한 수치입니다. 폐업 사유를 보면 대부분 '사업 포기'가 가장 많았는데요. 공사비 상승과 미분양 증가, 장기화하는 부동산 경기 악화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같은 기간 전문건설사를 포함한 폐업 신고는 1427건에서 1536건으로 7.6% 늘었습니다.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올해 들어 부도난 건설사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올해 1~10월 누적 기준 부도난 건설업체는 총 25곳으로 집계됐는데요. 지난해 동기보다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종합건설사 9곳, 전문건설사 16곳 등이 부도가 발생했습니다. 지역별로는 부산이 5곳으로 가장 많았고 △전남 4곳 △경기 3곳 △경북·경남 ·광주 2곳 △서울·대구 ·울산 ·강원 ·충남 ·전북 ·제주 1곳이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그래프=뉴스토마토)
 
지방 미분양 적체 심각…주택 경기 전망 '먹구름'
 
특히 지방의 미분양 적체 문제가 이어진 영향이 큰데요.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 8월 전국 1만6461가구로, 13개월 연속 증가했습니다. 이 가운데 82.9%에 달하는 1만3640가구가 지방에 몰려 있습니다. 수도권은 2821가구로 8월 대비 2.7%(79가구) 줄었지만, 지방은 3.8%(502가구) 늘었죠. 지방에서는 집값이 계속 떨어지는 가운데 고분양가 논란이 일며 청약 시장이 침체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높아지지만 지방은 미분양 물량이 쌓여가며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것인데요.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까지 분양한 112개 단지의 평균 경쟁률은 6.5대 1에 그쳤습니다. 여기에 절반 이상인 60개의 청약 단지는 평균 경쟁률이 1대 1을 밑도는 수준을 보였습니다. 올해 1월 청약자를 모집한 경북 울진군 '라온하이츠'과 10월 분양 일정을 개시한 강원도 인제군의 '인제라포레'는 청약자가 0명이었습니다. 반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강남·서초구에서 분양한 5개 단지는 모두 완판됐는데, 청약 당시부터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실제로 지방 기업들은 서울 기업보다 건설 경기 상황을 더욱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4년 9월 건설경기실사 실적·전망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건설경기실사지수(CBSI)는 83.8, 지방의 CBSI는 77.0으로 6.8포인트 차이를 보였습니다. 건설사업자의 체감 경기를 지수화한 CBSI는 지수값이 100을 밑돌면 건설경기 상황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울 한강변 아파트단지. (사진=뉴시스)
 
주택사업경기전망 역시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상반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주택사업자들은 수도권 주택경기가 전월 대비 나아질 것이라고 봤으며, 비수도권은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전국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6.1포인트(p) 하락한 81.6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수도권은 107.4로 상승한 반면 비수도권은 84.5에서 76.0으로 하락했습니다. 특히 광주·대구·대전·충북이 큰 하락 폭을 보였습니다. 
 
한편 이달 자금조달지수는 85.2로 기록됐는데요. 이는 지난해 동기보다 10.2포인트 하락한 수치입니다. 주산연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적용 등 대출 규제 강화와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등이 시장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비수도권의 주택가격 회복세도 더딤에 따라 사업자들의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현상은 나날이 심화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가뜩이나 미분양이 많은 지방에 침체 분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