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K-뷰티'를 선도하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올해 3분기 엇갈린 실적 성적표를 받아들어 눈길을 끕니다. 아모레퍼시픽이 북미 등지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면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반면, LG생활건강은 높은 중국 의존도로 인해 부진한 실적을 거뒀는데요. 업계는 중국 고객의 유입 흐름이 예년 같지 않은 데다 우리나라 뷰티 콘텐츠가 한류 바람을 타고 미국, 유럽 일대로 이동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해외 시장 다변화가 실적 개선의 키 포인트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아모레 매출·영업익 모두 증가…북미 성과 주효
1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연결 기준으로 올해 3분기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습니다. 매출은 1조681억원으로 1년 새 10.9% 증가했습니다. 또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50억원으로 160.5% 급증했고, 순이익은 516억원으로 23.8% 늘었습니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77.7% 치솟은 65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또 매출은 9772억원으로 9.9% 늘었는데요. 이 같은 실적 호조세에 대해 아모레퍼시픽그룹 측은 라네즈 등 주요 브랜드들이 북미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고, 서구권 매출 비중이 높은 코스알엑스의 실적 편입 효과가 컸다고 설명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의 실적을 국내외별로 살펴보면 국내 사업 매출은 1년 새 1.6% 감소한 5345억원, 영업이익은 151% 급증한 48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면세 매출은 줄었지만 국내 온라인, 뉴커머스 등 채널에서 매출이 성장하며 영업이익이 확대됐습니다.
아울러 해외 사업 매출은 4313억원으로 35.8% 올랐고, 영업이익은 247억원으로 흑자 전환하는 성과를 거뒀는데요. 미주 매출은 주요 브랜드가 선전하고 코스알엑스 인수 효과가 더해지면서 108% 늘었습니다.
또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매출은 339%, 기타 아시아 지역 매출은 52% 각각 신장했습니다. 다만 중화권의 경우 주요 이커머스 채널 거래 구조 변경 등으로 전체 매출이 줄고 사업 구조 개선 작업으로 적자 폭이 커졌습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성장 잠재력이 큰 미국, 일본, 영국, 인도 등을 글로벌 거점 시장으로 설정해 집중적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매출·영업이익 실적 비교 인포그래픽. (제작=뉴스토마토)
중국 의존도 높은 LG생건 실적 부진
반면 LG생활건강은 3분기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LG생활건강은 연결 기준 지난 3분기 매출이 1조71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061억원으로 17.4% 낮아졌습니다. 순이익은 735억원으로 19.4% 줄었습니다.
여기에 LG생활건강의 실적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뷰티 부문의 경우 영업이익은 1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8%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직전 분기인 올해 2분기(728억원)와 비교하면 무려 6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같은 기간 매출은 6506억원으로 2.9% 감소했는데요.
LG생활건강의 경우 중국 의존도가 높은 편인데, 중국의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면세점 부문의 실적도 떨어진 것이 뷰티 부문 실적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아울러 생활용품 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5626억원, 412억원으로 각각 1.3%, 11.8%씩 감소한 점도 전체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피지오겔, 유시몰 등 주요 프리미엄 브랜드의 성장은 이어졌지만, 지난해 북미 사업 효율화 부진과 고정비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음료 사업의 3분기 매출은 1.1% 감소한 5004억원, 영업이익은 27.5% 줄어든 535억원을 각각 기록했는데요. 코카콜라 제로, 파워에이드 판매는 호조를 보였지만, 내수 경기 부진으로 음료 소비가 둔화하면서 매출이 다소 줄었습니다. 영업익은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음료 시장 경쟁 심화로 감소했습니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의 경우 화장품은 고마진 채널에서 매출이 감소하고, 중국에서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며 "생활용품은 마케팅 비용 및 고정비 부담 증가, 음료는 내수 부진, 판촉 확대 등으로 전사적으로 부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 뷰티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중국 의존도를 지속적으로 낮춰야 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때 중국은 K-뷰티의 해외 매출에 있어 80%에 달할 만큼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중국 자국 브랜드의 약진, 중국의 소비 회복 지연 등이 더해지며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는 포트폴리오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한류 바람을 타고 우리 뷰티 시장의 지배력이 북미, 유럽 등지로 확산되고 있는데 이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서울 아모레 용산 매장에서 각종 화장품들이 진열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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