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성매매 여성 죽음 몬 불법 대부업 근절 나서
성매매 집결지 대상으로 피해 현황 파악
법률 지원 대상 범위 확대 등 대책 마련
2024-11-04 15:53:12 2024-11-04 15:53:12
[뉴스토마토 오승훈 선임기자] 서울시가 불법 대부업 피해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최근 불법 대부업체로부터 협박을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매매 여성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성매매 집결지를 대상으로 불법채권추심 피해 실태를 조사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성매매나 불법 대부업 광고를 걸러내는 시스템도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재개발로 폐쇄를 앞둔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속칭 미아리 텍사스 일대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시 관계자는 “성매매 여성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돈을 빌려준 뒤 살인적 이자를 뜯어내고,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약점을 잡아 협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특히 불법 사금융에 내몰리기 쉬운 성매매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지난 3일 발표했습니다. 서울시가 이런 조치에 나선 것은, 성매매 종사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알려진 데 따른 것입니다.
 
지난 9월 지방의 한 펜션에서 성매매 집결지인 속칭 ‘미아리 텍사스촌’ 종사자 A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딸을 홀로 키우던 A씨는 불법 대부업체로부터 수십만원의 급전을 빌렸습니다. 살인적 이자율에 채무는 순식간에 불어났고 A씨가 이를 갚지 못하자 대부업체 일당은 그의 지인들에게 ‘A씨가 미아리에서 몸을 판다. 돈을 빌리고 잠수를 탔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 교사에게도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낸 걸로 전해졌습니다. 협박을 견디다 못한 A씨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겁니다.
 
서울시는 피해 여성의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행방을 수소문하는 한편, 성매매 종사자를 대상으로 불법 대부업 피해 현황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서울에 남아있는 성매매 집결지는 하월곡동 미아리텍사스와 영등포동 영등포역 인근입니다. 9월 말 기준으로 2곳의 종사자는 420여명으로 추산됩니다. 서울시는 2곳의 현장 조사를 통해 피해 현황을 파악하기로 했습니다.
 
또 성매매 집결지에 스피커를 설치해 불법 추심 신고 안내 방송을 내보내고, 익명으로 상담할 수 있는 카카오톡 전용 상담창구도 운영합니다. 법률 지원 대상 범위도 확대해 채무 당사자에게만 제공한 법률 지원을 채무자 가족, 지인 등 관계인에게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또 AI를 활용, 불법 대부 광고에 사용된 전화번호로 3초마다 전화를 걸어 통화 불능 상태로 만드는 사전 차단 시스템을 개발해 내년부터 가동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대부업체의 불법 추심 행위 등에 대한 증거 수집과 수사 의뢰도 강화하고, 자치구를 통해 과태료 부과와 영업 정지 등 행정조치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만으로는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불법 대부업 피해를 막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가능한 범위 안에서 관계기관과 협력해 피해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오승훈 선임기자 grantorin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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