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다양한 게임 속 세계관의 봉인이 한꺼번에 풀리기라도 한 듯 게임 캐릭터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왔습니다. 지나가는 관람객 아무라도 요청하기만 하면 마치 연예인마냥 자세를 잡고 함께 사진도 찍어줍니다. TV나 PC 모니터로 봐오던 마법사와 기사, 귀여운 동물들이 한데 모인 이곳은 국제 게임쇼 '지스타 2024'가 열린 부산 벡스코입니다.
지스타 첫날인 14일은 평일임에도 수많은 인파가 몰려 BTC 부스 2435개를 가득 메웠습니다. 현장에서 특히 눈길을 끈 건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로 변신하고서 이곳을 찾은 게이머들이었습니다. 벡스코 전시관은 이날부터 오는 17일까지 이들과 함께 게임 속 세상으로 물들어갈 예정입니다.
경은결 씨는 14일 경기도 남양주에서 여섯 시간 만에 부산에 도착했다. (사진=이범종 기자)
경기도 남양주에서 온 경은결(21) 씨는 '붕괴3rd'의 케빈 카스라나로 분장했는데요. 지스타 관람은 올해로 네 번째라고 합니다. 지스타가 열릴 때마다 여섯 시간을 달려올 정도로 이 행사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습니다.
경씨는 "다양한 게임 소개와 평소 기대했거나 새로운 게임 소식이 나오는 점 자체만으로 충분히 올 만하다"며 "메인 스폰서 넥슨이 공개할 게임들과 그리프라인의 '명일방주: 엔드필드'가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내가 직접 경험해보고 '이런 게임이 나오는구나' 하면서 알 수 있는 게 가장 큰 이점"이라며 "단순히 인터넷 기사로 소식을 접하기보다는 직접 찾아와 플레이할 수 있는 게 지스타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원태호 씨가 스파이더맨 복장으로 지스타를 찾았다. 발등에 감긴 테이프가 원작 속 피터 파커의 재정 상태를 보여준다. (사진=이범종 기자)
뉴욕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도 부산을 찾아왔습니다. 부산에 사는 원태호(20) 씨는 이번 지스타 방문이 다섯 번째입니다. 애니메이션 학원에서 홍익대 입시 강사를 하면서도 이날과 일요일 시간을 쪼개 지스타를 즐길 거라는데요.
원씨는 "넷마블의 몬스터 길들이기 신작 '몬길: 스타 다이브'를 제일 기대하고 있다"며 가면 밖으로 들뜬 표정을 드러냈습니다.
이날 원씨의 스파이더 슈트는 원작 속 피터 파커의 재정 상태를 고스란히 재현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신발이 망가져 투명 테이프로 양발을 감았다는데요.
원씨는 아픈 발(?)을 이끌고 해마다 벡스코를 찾는 이유를 묻자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막론하고 여러 신작 게임을 공개하고, 다양한 이벤트 진행과 경품 추첨도 하는 게 지스타의 매력"이라고 답했습니다.
'승리의 여신: 니케'의 소다 차림을 한 예은 씨가 자세를 잡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게이머들은 올해도 지스타가 돌아와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지만, 행사 운영 방식이나 참가사들의 출시 방향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원씨는 "이제 모바일 게임보다는 PC나 콘솔 게임 위주로 개발해서 신작을 보여주는 게 게이머들에게 좋지 않나 싶다"고 말했습니다.
디지털 접근성에 따른 세대 간 장벽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승리의 여신: 니케'의 소다 차림을 한 예은 씨는 "현장 입장권 구매를 재개했으면 좋겠다"며 "인터넷 이용이 어려우신 노인 등 힘드신 분들이 계시니까 현장 구매도 다시 할 수 있게 해주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부산=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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