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냐, 시행이냐'…코인 불장에 '가상자산법' 뜨거운 감자

트럼프 당선 후 불장된 코인시장…변동성↑당정, 내년 세법개정서 가상자산법 유예 추진야당 "세수 확보 위해 필요…기존대로 시행"

지난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돼 있다. 전날 9만달러선을 사상 처음 돌파한 비트코인은 이날 9만3000달러선 돌파 후 반락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제47대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이 된 직후 비트코인이 급등하자, 가상자산 소득 과세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최근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동성과 불확실성에 대해 투자자 우려 해소를 위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이어 가상자산 과세도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반면 입법 주도권을 가진 민주당에서는 보완책을 마련하더라도 예정대로 법을 시행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합니다. 

 

가상자산 '불확실성' 커지자…여 "과세, 2년 유예 필요"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8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제안한 대로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며 "투자자가 납득할 만한 합리적 과제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정부는 당초 내년 1월 도입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를 최소 2년 늦춰 2027년 시행하는 소득세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 13일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밝힌 내용과 유사합니다. 당시 한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민심에 밀려 금투세 폐지까지 찬성하기로 선회한 민주당이, 이번에는 정부 가상자산 과세 유예 방침에 반대해 내년 1월부터 바로 과세하자고 나올 거라고는 가상자산 투자자들도 예상을 못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가상자산 투자는 청년들이 특히 많이 한다"며 "청년들의 부담과 자산 형성 지원을 위해 지난 7월 정부가 가상자산 과세를 2년 유예하기로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정부와 여당은 최근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동성과 불확실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 해소를 위해 입법이 뒷받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22대 총선 공약으로 '가상자산 과세 유예 검토' 방침을 밝혀왔습니다. 제도가 미흡한 상태에서 섣불리 과세할 경우 시장에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는 입장인데요. 이와 함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9월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오는 2028년까지 3년 유예해야 한다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조세체계 흔들린다"…거야, 예정대로 '시행'

 

그러나 가장 많은 의석수를 가진 민주당은 '유예 불가'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안도걸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민주당에서는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 시행을 추진할 것"이라며 "금투세와 별도로 코인 자산은 과거에 모두가 과세에 동의했던 법이기 때문에 내년도 시행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 대부분"이라고 밝혔습니다.

 

여야의 엇갈린 입장은 지난 14일 열린 국회 기재위 조세심사소위에서 나타났는데요. 당시 야당의 불참으로 의사 진행 없이 종결됐습니다. 이는 전날 여당이 '가상자산 소득 과세'와 '금투세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내년도 세법 개정안을 일괄 상정한 것 반발한 것인데요. 당초 세법 개정안 처리 목표인 이달 30일까지 2주의 시간이 남았지만, 이후 기재위 심의 속개가 불투명해지면 이달을 넘겨 처리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가상자산 과세 추진에 대한 입장은 대체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것인데요. 이밖에 일각에서는 부족한 세수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올해도 정부의 세수 예측 실패로 대규모 결손이 예상되는 상황인데요. 그럼에도 현 정부는 구체적인 세수 확보 방안도 없기 때문에 정부와 여당의 세제 개편에 동참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민주당은 가상자산에 대해 20%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하면 연간 최대 1조원의 세수확보가 가능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김현동 배재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가상자산 과세는 우리나라만 하는 게 아니라 세계 주요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인데, 시장의 변동성 때문에 유예한다는 것은 논거가 될 수 없다"며 "무엇보다 세법이란 것은 법의 안전성과 예측성이 있어야 하는데, 합당하지 않은 이유로 유예나 폐지를 하는 것은 입법의 신뢰성 마저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e-mail]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