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차철우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정치 인생에 큰 암초가 등장했습니다. 이 대표와 관련된 4개의 재판(△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대장동·성남FC △쌍방울 대북송금) 중 첫 선고가 예상보다 세게 나오면서입니다. 이 대표와 민주당 입장에서는 피선거권 박탈이 확정되는 대법원의 선고가 나오기 전 '조기 대선'을 치르는 쪽이 최선의 선택지가 됐는데요. 문제는 현실 가능성이 작다는 점입니다. 이에 따라 이 대표와 민주당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18일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선거법 규정상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 선고는 내년 5월 이전 이뤄져야 합니다. 공직선거법 제270조는 '선거범과 그 공범에 관한 재판의 선고는 1심에서 공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 2심 및 3심에서는 전심의 선고가 있은 날로부터 각각 3개월 이내에 반드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른다면 이 대표의 2심 선고는 2025년 2월15일, 대법원 선고는 내년 5월15일 안에 이뤄져야 합니다.
다만 동조항이 사실상 사문화된 만큼, 실제로는 이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큰데요. 코로나19와 이 대표의 피습 등 예기치 못한 상황 발생으로 1심 선고가 2년2개월이 소요된 것처럼, 남은 재판들도 정해진 기간보다 지연될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1심에서 이미 다수의 증인들이 출석해 쟁점 상당수가 정리된 점을 감안한다면, 1심만큼 길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게 중론입니다.
관전 포인트는 '2심 선고' 형량입니다.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했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법원은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최대 벌금형을 예상했던 판결에 징역형이 나오면서 민주당 안팎의 당혹감은 커졌습니다.
통상적으로 항소심에서는 1심보다 선고 수위가 낮아지기는 하지만 1심 판결이 상대적으로 무거운 편이라 향후 전망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만약 대법원에서도 징역형이 확정된다면 이 대표는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2027년 대선 후보로 나설 수 없게 됩니다. 감형이 되더라도 벌금 100만원 이상이면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됩니다.
'개헌이냐 탄핵이냐' 선택 기로
때문에 이 대표로서는 '조기 대선'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데요. 조기 대선을 위해서는 임기단축 개헌이나 하야, 탄핵 등의 절차가 필요합니다.
먼저 임기 단축 개헌은 윤 대통령의 명예도 지키면서 정국 혼란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현행 '87년 체제'가 만들어진 지 37년이나 지나 개정의 필요성이 높다는 명분도 충분합니다.
이 때문에 임기단축 개헌은 민주당 안팎에서 광범위하게 제기되고 있는데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의원 30여명은 "임기단축 헌법 개정에 앞장서겠다"며 개헌연대를 출범했고, 민주당의 잠재적인 대선 주자로 꼽히는 김두관 전 의원은 이날부터 용산과 광화문 일대에서 임기단축 개헌을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서고도 있습니다.
다만 헌법 제128조 2항에서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임기단축 개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윤 대통령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권력을 스스로 내려놓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탄핵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그간 '탄핵'이란 표현에 신중한 태도를 취했던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이 대표의 첫 선고를 기점으로 강경한 주장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송순호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는 줄곧 윤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했다. 하지만 하야가 안 된다면 탄핵과 임기단축 개헌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주철현 최고위원도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학가의 릴레이 시국선언을 거론하며 "이들의 요구는 바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이다. 윤 대통령은 시국선언에서 확인된 국민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간접적으로 탄핵의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탄핵 사유 없어…개헌도 희망사항"
하지만 이 같은 시나리오들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에는 물음표가 붙습니다. 개헌이든 탄핵이든 필요조건이 완전히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인데요.
채진원 경희대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권주자 자격 박탈은 이 대표에게 정치적 사망 선고와도 같기 때문에 '윤석열 탄핵'으로 계속 몰고 가 재판을 연장하고 연기해 트럼프처럼 해야 된다"고 진단했는데요.
그러면서도 채 교수는 "탄핵이든 개헌이든 일종의 신사협정과 같은 타협인데 권력이란 게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며 "대통령의 이해와 차기 대권주자의 이해가 좀 다르다. 권력자들은 계속해서 자신이 죄가 없다고 방어하다가 억울하게 당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고 짚었습니다.
신율 명지대 교수 역시 "지금은 탄핵 사유가 없다"며 "민주당이 강경 투쟁을 위해 탄핵을 계속 외친다면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해 탄핵을 이용한다는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또 "임기단축을 전제로 한 개헌 역시 희망사항에 불과하다"고 가능성을 낮게 점쳤습니다.
김진양·차철우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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