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행 손해배상 사건 2심이 시작됐습니다. 안 전 지사 측은 신체·정신감정을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감정은 지난 1심 판결이 4년 가까이 지연된 원인으로 지목돼 안 전 지사 측이 또 ‘시간 끌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여성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생활을 해 온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022년 8월4일 오전 경기도 여주교도소에서 3년 6개월의 형기를 마치고 만기출소했다. (출처=뉴시스)
서울고법 민사3-3부(부장판사 배용준 견종철 최현종)는 27일 김지은씨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충청남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사건 첫 변론기일을 열었습니다.
앞서 김씨는 2020년 7월 안 전 지사의 성폭행과 수사·재판 과정에서 2차 피해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었다며 위자료와 치료비 3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또 직무수행 중 발생한 범죄기 때문에 충청남도도 배상 책임이 있다며 함께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최욱진)는 지난 5월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습니다. 안 전 지사에게 8347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는데, 그중 5347만원을 충청남도와 공동 배상하라고 했습니다.
1심 재판은 무려 4년이나 진행됐습니다. 대법원이 2019년 9월 안 전 지사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혐의를 인정해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확정한 다음 진행된 민사사건이란 점을 고려하면 재판이 지연됐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당시 김씨 측은 그 배경으로 신체·정신감정을 꼽았습니다. 안 전 지사 측이 김씨의 국립의료기관 진단서를 부정해 재감정받아야 했는데, 이 과정이 2년 넘게 진행됐다는 겁니다.
김씨를 지원한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최근 성폭력 형사 및 민사재판에서 피해자가 제출한 진료기관 진단서를 부정하고 이에 대한 감정, 재감정을 신청하는 일이 급증하고 있다”며 “감정은 피해자 폐쇄병동 입원, 고비용 등으로 피해자에게 크나큰 압박이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안 전 지사는 또다시 재감정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안 전 지사 변호인은 “1심에서 피고 측이 감정 의견을 말할 기회가 없었다”며 “꼭 재감정이 아니더라도 법원 전문심의위원회에서 진료기록을 다시 판단받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김씨 측 변호인은 “기존 감정을 변경할 만큼 특별한 사정이 없다”며 “어려운 감정을 다시 한다는 것 자체가 원고에게 고통일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습니다.
재판부는 재감정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재판부는 “건물 감정도 아니고 김씨가 특별히 입원해서 감정받아야 한다. 김씨에게 (재감정을) 받게 하는 게 맞는지 고려해야 한다”며 “(재감정에) 긍정적이진 않다”고 말했습니다.
김씨 측은 항소심에서 안 전 지사 측 책임을 강조할 예정입니다. 1심 재판부가 안 전 지사측 책임을 축소해 통상적인 성폭력 손해배상 사건에 비해 위자료를 터무니없이 적게 판단했다는 주장입니다. 김씨를 대리하는 박원경 변호사는 “1심은 측근들의 2차 가해에 대해 안 전 지사 책임이 없다고 봤다”며 “안 전 지사의 정치적 지위와 파급력을 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지속적이지 않은 강제추행 사건에 대해서도 위자료가 5천만원 상당 나온다”며 “다른 사건들과 비교했을 때 1심이 정한 위자료는 너무 적다”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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