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장벽…한국에 기회도
멕시코에 25% 관세부터…한국법인 많아 타격
미국 진출 한국 생산법인은 반사이익도
60% 이상 보편관세 시 중국산 따돌릴 기회
2024-11-28 15:39:28 2024-11-28 18:02:04
 
[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트럼프발 관세장벽으로 미국 외 생산거점들이 타격받게 됐습니다. 멕시코, 캐나다 등 미국의 니어쇼어링(인접국가생산)조차 관세 리스크에 노출됐습니다. 장기적으론 미국 역내 생산 진출이 많아져 경쟁 심화도 불가피해졌습니다. 그나마 한국산 수출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중국산을 따돌릴 기회가 포착됩니다. 미국에 이미 진출해 있는 반도체, 가전제품, 자동차 등의 공장은 단기적으로 반사이익이 생깁니다.
 
 
마약·이민 핑계로…무역전쟁 전초전
 
28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직후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10%,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대선 과정에서 공약했던 모든 수입산에 10% 이상, 중국산에 60% 이상 적용하겠다던 보편관세와 별개입니다. 당선인은 마약과 불법이민 등을 막기 위한 조치로, 무역이슈와 별개처럼 설명했지만 관세가 붙는 것은 매한가지입니다. 특히 멕시코에 생산법인이 많은 한국으로선 날벼락입니다.
 
일단 미국 외 지역에 대한 관세는 현지 투자가 많은 국내 기업에 일부 반사이익을 제공합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TV와 반도체, 전장부품(하만) 생산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 칩스법 보조금에 호응해 파운드리를 짓기로 했습니다. 해당 보조금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이 삭감하겠단 의사를 밝힌 바, 삼성전자는 최근 미 상무부와 보조금 지급에 대한 예비 협약(PMT)을 체결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보조금을 줄이려고 해도 바꿀 수 없는 단계까지 진입하고자 서두르는 모습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투자를 늘릴 여력이 부족하지만 미국시장을 포기할 수도 없는 만큼 기존 예정된 투자를 앞당기는 게 현재로선 유효한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에는 또 현대차와 기아 등 완성차 제조법인이 있고 전기차 설비를 증설 중입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 차부품 공장도 있습니다. 이들 또는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와 연계한 삼성SDI, SK온, LG에너지솔루션의 이차전지 생산법인도 가동 또는 건설 중입니다. 반도체의 경우 SK하이닉스가 아직 미국에 판매법인만 두고 있어 삼성전자에 비해 관세 부담이 있습니다. LG전자는 세탁기만 미국에서 생산하는 등 품목별로도 리스크는 차이납니다.
 
수출입 화물이 쌓인 부산항. 사진=연합뉴스
 
멕시코는 화들짝…보복관세 경고
 
무관세 메리트가 흔들리는 멕시코와 캐나다 중 한국 생산법인은 멕시코에 몰려있습니다. 삼성전자는 TV, 모니터, 하만은 디지털콕핏을 멕시코서 생산합니다. LG전자도 가전제품과 차부품 생산법인이 있습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차부품과 코오롱인더스트리, HS효성첨단소재 등 파트너사들의 에어백 쿠션 및 원단 제조시설도 있습니다. 두산로보틱스는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 설립을 준비하던 참입니다. 반도체의 경우 SK하이닉스의 연구개발법인만 멕시코에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정책이 모두 실현된다면 미국발로 공급망이 상당히 바뀔 것 같다”며 “미국 소비자에게도 인플레이션 부담을 안기는데 트럼프는 석유자원개발 등 다른 부분에서 물가를 낮출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사실상 무역 상대국들의 보복관세만 효력이 있을 것이다. 그게 심해지면 공급망 단절도 시간문제”라고 걱정했습니다.
 
멕시코 정부는 이날 관세 폭탄 예고에 반발했습니다. 25% 관세를 부과하면 멕시코도 보복에 나설 것이란 입장입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와 거듭 회동해 대화로 풀겠단 제스처도 취했습니다. 향후 트럼프행정부가 보편관세까지 밀어부치면 한국산은 각지에서 부담이 늘어납니다.
 
앞서 트럼프 1기 때는 태양광 모듈과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바 있습니다. 한국이 제소해 2022년 2월 승소하기까지 타격이 있었습니다. 철강과 알루미늄은 무역확장법 232조 이슈가 여전합니다. 한국이 협상을 통해 쿼터제를 얻었지만 일본산이 뒤에 무관세로 바뀌면서 우리만 불리해졌습니다. 개정 협상을 요구 중인데, 지금의 기조라면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보편관세까지 주어져 부담이 가중될 수 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취임 첫날부터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며 “현대차는 멕시코에 조립공장만 있고 정식 생산공장은 기아차가 크다. 멕시코 자동차 전체 생산물량 중 60~70%를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해왔는데 그게 관세장벽에 막힌다. 해외 다변화시켜 미국 외 지역 수출을 늘려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관세 부과의 부당함을 알려 멕시코와 함께 미국과 협상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정부차원에서 완벽하게 협상을 이뤄내지 않으면 그 손실을 다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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