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페루 리마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미국 정부가 중국이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중국 수출을 통제했습니다. 한국이 미국 기술로 만드는 반도체와 생산장비도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일(현지시간) 관보를 통해 '중국의 군사용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 제한을 위한 수출통제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수출통제 대상 품목에 특정 HBM 제품을 추가한다고 밝혔습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만든 고성능 메모리로 AI 가속기를 가동하는 데 필요합니다. 중국이 군사력 현대화를 목적으로 AI를 활용해 반도체 생산 체계를 발전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게 미국 정부의 설명입니다.
특히 상무부는 이번 수출 통제에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적용했습니다.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더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이 사용됐다면 이번 수출 통제를 준수하도록 한 것인데요.
이에 따라 한국에서 미국 기술로 만드는 일부 반도체 장비와 부품의 중국 수출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HBM 일부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어 이번 수출 규제에 일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전량을 미국에 공급하고 있어 당장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해집니다.
상무부는 또 중국이 첨단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 제조 장비(SME) 24종과 소프트웨어 도구 3종도 신규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HBM 수출 통제는 오는 31일부터 적용됩니다.
다만 상무부는 HBM을 미국이나 동맹국에 본사를 둔 기업의 중국 자회사에 수출할 경우에는 일부 제품에 대해 수출 통제 예외를 신청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했는데요. 총 33개 국가가 해당되는데, 일본과 네덜란드가 포함됐으며 한국은 명단에 없습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일본과 네덜란드는 자국 기업의 반도체 장비 수출 일부를 자체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수출 통제 규정을 따르기로 미국 정부와 몇 달 전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 수출 통제 조치 발표 직후 "중국과 제3국 간 무역에 간섭하는 전형적인 경제적 강압 행위이자 비시장적 방법"이라며 반발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자신의 정당한 권익을 단호하게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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