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내수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1인 가구의 급증세가 소비회복 제약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입니다. 1인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이 팬데믹 이후 다가구보다 더 크게 약화됐기 때문입니다.
낮은 소득·자산규모로 인해 사회보장 수준이 상대적 빈곤을 불러온 데다, 청년층 1인 가구는 주거비 부담, 고령층 1인 가구는 고용 안정성 취약이 문제로 지목됐습니다.
특히 한국 경제의 대내외 리스크(위험) 요인이 현실화하기 전에 내수 회복의 모멘텀(동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L'자형 장기 불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질 좋은 일자리 창출과 소비 구매력 확충을 도모할 전반적인 투자 활성화 마중물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24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 직장인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인 가구 급증세…평균 소득 낮아
3일 한국은행의 BOK 이슈노트 보고서를 보면, 1인 가구의 소비지출 비중은 지난 10년간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등 2023년 기준 전체 소비지출의 약 20%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1인 가구의 약 70%는 연 소득 3000만원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균등화 소득(가구단위로 작성한 소득통계를 개인단위 소득으로 균등화한 개인소득) 기준으로는 1인 가구 2606만원의 평균 소득이 전체 가구 3950만원에 비해 34.0% 낮은 수준입니다.
1인 가구 비중은 2030년 35.6%를 예측했으나 지난해 이미 해당 수준에 도달하면서 빠른 확산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추세라면 2040년에는 40%를 넘어설 전망입니다. 이는 영국(32.8%), 캐나다(30.2%), 호주(26.6%), 뉴질랜드(20.5%)보다 높다는 추산이 나옵니다.
특히 청년·고령층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연령별 1인 가구 비중을 보면 29세 이하는 18.6%를 차지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30~39세 17.3%, 40~49세 12.6%, 50~59세 15.1%, 60~69세 17.3%, 70세 이상 19.1%입니다.
팬데믹 이후 연령별 1인 가구 수 증가율은 60대 이상, 20~30대 순입니다. 20~30대 청년층은 취업, 학업 등을 이유로 들었고 60대 이상 고령층은 이혼, 별거, 사별 등을 주된 요인입니다.
가구원 수별 평균소비성향(소비지출·가처분소득) 변화를 보면, 전체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은 2019년 0.73에서 2024년 0.70으로 -3.1%였습니다. 이에 반해 1인 가구는 0.78에서 0.74로 -5.8%를 기록했습니다.
균등화 소득을 기준으로 전체 가구 대비 1인 가구의 상대적인 소득 수준을 시산해보면, 대부분의 유럽 국가가 70%대 후반~90%대 초반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60%대 중반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또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보장지출 비중으로는 유럽 국가와 비교해 전반적인 사회보장 수준이 낮다는 판단입니다. 더욱이 청년층 1인 가구는 주거비에 대한 부담이 크고 고령층 1인 가구는 고용 안정성 측면에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인 가구 중 월세 비중은 42.3%로 전체 가구의 두 배가량이며 29세 이하 1인 가구의 월세 비중이 64.1%로 가장 높았습니다.
30~50대도 40% 이상의 높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아울러 팬데믹 이후 생활물가가 빠르게 상승한 점도 높은 변동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을 불러왔다는 평가입니다.
이재호 한은 조사총괄팀 과장은 "내수기반을 튼튼히 하려면 이들 가구의 주거·소득·고용 안정이 긴요한데, 정책 대응 측면에서는 연령대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청년층 1인 가구의 경우 주거 안정 대책이 절실하고 고령층에 대해서는 빈곤 대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3일 한국은행의 팬데믹 이후 가구원 수별 평균소비성향(소비지출·가처분소득) 변화를 보면, 전체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은 2019년 0.73에서 2024년 0.70으로 -3.1%인 반면, 1인 가구는 -5.8%를 기록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L'자형 불황 시나리오…내수 회복 절실
최대 관건은 내수 회복의 모멘텀입니다. 위험 요인이 증폭될 경우 수출 경기 경착륙을 상쇄할 내수 살리기가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을 통해 "위험 요인들이 현실화하면서 수출 경기가 경착륙하는데 내수 부양 모멘텀마저 없는 경우에는 장기간 불황 국면이 지속되는 'L'자형 장기 불황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경기 방향을 결정할 3대 주요 변수로는 트럼프 노믹스 2.0발 금융시장 불확실성, 글로벌 시장 수요 부진에 따른 수출 경기 하강, 내수 회복을 도울 확실한 모멘텀 부재 등이 꼽았습니다.
'L'자형 복합 불황 시나리오는 미국 경제의 경착륙이 현실화되거나 금리 인하의 지연 또는 향후 인하 폭이 미약할 경우, 수출과 내수가 동시 부진에 빠지는 등 경기 회복 국면이 상당 기간 나타나지 않는 경로를 말합니다.
주원 경제연구실장(이사대우)은 "내수 경기가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 마련이 시급하다"며 "유일한 성장 동력인 수출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질 좋은 일자리 창출과 이에 따르는 소비 구매력 확충을 도모하기 위해 경제 내 전반적인 투자 활성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지난 11월6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점에 임대 문의 게시물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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