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폭풍전야'…국책연구원장도 '우려'
'2024년 KDI 컨퍼런스'서 기자간담회 개최
"정국 혼란, 경제 영향 제한적…오래가지 않을 것"
"잠재성장률, 2% 아래로 움직여…구조개혁 필수"
2024-12-11 14:55:58 2024-12-11 14:55:58
[뉴스토마토 박진아·김태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에 이어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경고음이 높아지는 가운데,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11일 "최근의 정국 혼란이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제한적이고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외환위기와 같은 위기 상황으로 번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내년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잠재성장률은 2% 내외로 보고 있지만, 2% 아래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며 저성장을 우려하면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예전 탄핵 정국 때도 경제 크게 흔들리지 않아"
 
조 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2024년 KDI 콘퍼런스'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번 계엄·탄핵 사태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포괄적으로 얘기한다면 제한적이며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금 상황은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다르다"며 "우리나라는 지난 30년간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해 왔고, 현재 대외순자산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약 50%에 달한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러면서 "외환위기 같은 유동성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조 원장은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대해서도 제한적이고 단기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지금 (사태가 발생한 지) 1주일이 됐는데 그 사이 주가와 환율을 보면 이전에 비해 1~2% 정도 영향이 나타났다"며 "그러한 변화 폭이 크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리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 분들이 좀 더 많지 않나"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상황 변화에 따라 가변적으로 바뀔 수 있는 부분이지만, 금융시장 변화는 상황이 바뀌면 빠르게 회복되는 변수이기 때문에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우리가 8~9년 전에 비슷한 상황이 있었는데, 그때 지표를 보면 그리 크게 경제가 흔들리지 않았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내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관련해서는 "관세 등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되고 있지만, 정부 혁신과 같은 긍정적인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며 "중국 견제 스탠스가 강하기 때문에 지정학적 밸류가 오히려 높아지는 측면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프리 트레이딩(자유무역) 시스템의 흔들림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조 원장은 정부와 KDI의 내수 진단이 엇갈렸던 점에 대해서도 "작년 하반기부터 내수가 조금씩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우리가 예상한 것만큼 원활하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차원에서 발표한 것"이라며 "같은 지표를 보더라도 기준선이 달랐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조 원장은 한국의 잠재성장률과 관련해서는 2% 내외로 보고 있지만, 2% 아래로 내려가는 흐름인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잠재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방향성이 중요하다"며 잠재성장률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는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경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구조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경제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11일 이날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2024년 KDI 컨퍼런스'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KDI)
 
"잠재성장률 끌어올려야…구조개혁 필수" 
 
실제 이날 '한국경제 생산성 제고를 위한 개혁방안'이라는 주제로 열린 KDI 콘퍼런스에서는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개혁 과제들이 제시됐습니다. 특히 생산 요소의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교육개혁, 노동개혁, 각종 기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규제개혁의 필요성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습니다. 
 
양용현 KDI 규제연구실장은 "잘 설계된 규제는 생산성을 높이지만, 사회 변화에 뒤처져 생산성 향상을 막는 규제는 신속히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신기술·신산업 규제개혁을 위해서는 규제샌드박스 개선과 대통령실의 적극적인 조정이 필요하고, 전문서비스 시장의 진입규제 개선과 더불어 획일적인 규제보다는 자율규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김민섭 KDI 연구위원은 "빠르게 진행되는 산업재편과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해 노동시장 유연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용보호 조정, 근로시간 유연화, 임금체계 개편으로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고 이중구조 완화와 고용안전망 강화를 통한 안정성을 확보하는 한편, 새로운 고용계약부터 보호 수준과 조건을 변경해 적용하는 점진적 개혁 방식을 제안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노동환경은 경직적 노사관계로 인한 잦은 파업, 임금체계의 합리적 변경 저해 등의 문제가 있고 노조가 없는 중소·영세 사업장은 노동 약자 보호가 취약한 이중적 성격을 지닌다"고 꼬집으며 "근로자대표제도의 개선을 통한 환경 변화와 노조와 사용자의 대등성 확보를 위한 전향적 제도 개선, 노조가 없거나 유명무실한 취약 근로자들의 근로조건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는 "교육이 사회 이동성에 도움이 되고 있는가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증가한 상태"라고 지적하면서 "사회 이동성 강화를 위해서는 정책의 조기 개입이 중요하며 유보통합과 돌봄교육 확대, 초등학교의 영어와 특기적성교육 확대, 기초학력 보장과 중등교육의 질 제고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11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서울에서 열린 '2024 KDI 컨퍼런스-한국경제 생산성 제고를 위한 개혁방안'에 참석한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KDI)
 
박진아·김태은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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