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국민이 승리했다”…시민 함성으로 뒤덮인 여의도
주최측 추산 200만명 결집…"가결 204표" 순간 '열광' 도가니
자리 못떠난 시민들…LED 촛불·응원봉 흔들며 탄핵 여운 '만끽'
승리감 감돈 국회 앞…"나의 20대를 딸이 안 겪어서 고마워"
2024-12-15 13:48:37 2024-12-15 13:48:37
[뉴스토마토 신태현·유근윤 기자] "더 좋아질 대한민국에서 보자", "국민은 민주주의자인데, 윤석열정부는 '민주'에 안 어울렸다", "국민이 승리했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연 윤석열씨 탄핵 집회에선 우원식 국회의장이 "가결 204표"라고 발표하자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도로 위에 앉은 인원 중 상당수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서 있다가 제자리에서 방방 뛰는 청년 남성, 하이파이브를 하는 중년 여성들 등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주최 측 사회자가 "국민이 승리했다"고 외치자 재차 환호성이 이어졌습니다. 국회 앞은 '열광의 도가니'가 됐습니다.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씨에 대한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 가결을 촉구하는 집회에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날 오후 5시 국회 본회의에 재적의원 300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무효 8표, 기권 3표로 탄핵안이 가결됐습니다.
 
"저의 20대를 안 겪을 수 있는 현실이 와서 너무 좋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겪었던 아픔을, 우리 딸이 안 겪을 수 있다니 너무 고맙고요."
 
경기도 과천에서 딸과 함께 집회에 참여한 이채(51세)씨는 윤씨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마자 환호성을 외치며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이씨는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탄핵소추안 가결에서 끝이 아니라, 정말 윤씨는 탄핵이 돼야 한다. 저희 세대는 지나갔다 해도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어떻게 해서라도 그 사람이 내려와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했습니다.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씨에 대한 대통령 2차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 참석자들이 탄핵소추안 가결에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여운이 남은 시민들은 좀처럼 집회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발광다이오드(LED) 촛불·응원봉을 흔들며 승리감을 만끽했습니다. 20대 이모씨와 박모씨는 "그때(지난 7일 집회) 때는 너무 화가 났고 지금은 너무 좋다"며 "조금 이따가 놀러 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서모(60대)씨 역시 가슴을 치며 "저번(지난 7일) 집회 때는 집에 돌아갈 때 절망했는데 지금은 너무 좋다"면서 "승리한 시민들이 발언하는 걸 다 보고 집에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씨에 대한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 가결을 촉구하는 집회에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앞서 이날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사람들은 두 손을 모아 윤씨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기다렸습니다. 오후 1시30분부터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모씨·고모씨 부부(51세)는 "오늘 표결을 보려고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서 부리나케 왔다"며 "윤석열정부가 너무 무도하다고 생각했다. 국민은 민주주의자인데 민주와 전혀 어울리지 않은 사람들이 맞지 않는 자리에 올라 권력을 사유화해서 국정을 너무 어렵게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서 온 차현오(54세)씨의 경우 "탄핵은 당연하기에 집회에 안 나올 수가 없었다. 비상계엄령 선포됐던 날(지난 3일)에도 국회 앞에 있었다"면서 "그날 허둥대고 양말도 제대로 못 신고 나왔다. 국회로 달려오고 나니 국민들을 에워싸고 둘러싸면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조금씩 진전하고 있다. 더 좋아질 대한민국에서 보자"고 말했습니다.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씨에 대한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 가결을 촉구하는 집회에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한편, 이날 주최 측은 여의도에 모인 탄핵집회 참가자를 200만명으로 추산했습니다. 지난 7일 집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지하철이 국회의사당역·여의도역을 무정차 통과한다는 안전 문자메시지가 왔습니다. 노동단체나 시민단체 외에도 초등학생들, 윤씨 탄핵을 외치려는 각양각색의 동호회, 모임 등이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때문에 탄핵을 외치는 이색적인 깃발들이 나부끼기도 했습니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도로에서 '전국 용기사 협회' 깃발이 흔들리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방구석에서 귤 까먹고 싶은 사람들 모임' 깃발 상단에는 '겨울마다 이게 뭡니까?'라는 문구가 써있었습니다. '전국 용기사 협회'는 "용눈(게임 아이템)잃어 서러운데 나라마저 잃게생김"이라고 깃발에 적었습니다. 이외에도 '무인도 주민 대표 연합', LG 트윈스팬, 롯데 자이언츠팬 등이 시위에 참석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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