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대통령 권한을 이양받은 한덕수 국무총리의 첫 일성은 조속한 '국정 수습'이었습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탄핵안 가결 직후 임시국무회의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잇따라 소집하며 국정 공백 최소화에 나섰는데요. 다만 한 대행이 내란 가담 혐의자로 수사선상에 오른 데다, 정국 주도권마저 거야로 넘어감에 따라 정국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15일 오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화 이후 세 번째 대행체제…"국정 공백 안 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지난 14일 가결되면서 헌법에 따라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됐습니다. 지난 1948년 정부 수립 이래 대통령 하야나 암살, 탄핵안 의결 등으로 임시 권한대행 체제가 열린 것은 이번이 열 번째이며, 민주화 이후로는 세 번째입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즉각 대국민 담화를 통해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정에 있어서 한 치의 공백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일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철저하게 헌법과 법률에 따라 안정된 국정 운영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제 긴 공직 생활의 마지막 소임이자 가장 중대한 임무라고 믿고 있다"며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대한민국이 직면한 대내외적 여건은 매우 어렵다"며 "경제와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내수 부진으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이 적지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한 대행은 당분간 주집무실이 있는 정부세종청사가 아닌 정부서울청사의 총리 집무실에서 주로 업무를 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대행이 국정 전반을 이끌어가되 외교·안보·사회 부문에 집중하고, 경제 분야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중심이 돼 챙기는 구조가 될 전망입니다.
국무총리비서실과 국무조정실은 대행의 역할에 대해 직무대행을 역임한 고건 전 국무총리(노무현 정부 시절)와 황교안 전 국무총리(박근혜 정부)의 전례를 많이 참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 대행은 고건 대행 시절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하며 대통령 권한대행을 가까이서 보좌한 경험도 있습니다.
'리더십 공백'에…식물정부 '불가피'
다만 현행법상 대통령 권한대행의 업무 범위와 권한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는 않습니다. 임명직인 대행이 선출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고위 공무원 임면이나 외국 정상과의 회담 등을 그대로 하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특히 한 대행의 '내란 수사 리스크'가 향후 국정 운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계엄 사태 피의자로 수사 선상에 올라 있어 불안정한 지위에 있기 때문인데요. 민주당은 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저울질하고 있지만 실제 탄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한 대행이 내란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생각했다면 민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처럼 바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을 것"이라며 "한덕수라는 인물을 잘 아니까 적극 나서서 내란에 동조했을 것으로 보지는 않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15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정 정상화를 위해 국회와 정부가 함께하는 '국정안정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는데요. 한 대행 탄핵을 유보하는 대신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 평론가는 "당장은 한 대행이 필요하니까 정치적으로 일단 살려 놓고 약간 활용을 하려는 게 아닌가 싶다"며 "김건희 특검법, 내란 특검법 등을 다 통과시켜 놓은 상태에서 한 대행이 야권에서도 활동한 바 있고 성격상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큰 틀에서의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헌법재판소 심리와 결정을 거쳐 차기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기까지 탄핵 정국은 지속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2016년 12월 국회의 탄핵안 가결 후 헌재 파면 결정까지 약 3개월이 소요됐고, 문재인 전 대통령 선출까지는 2개월이 더 걸렸습니다. 8년 전처럼 진행된다 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한 대행 체제로 운영돼야 하는 상황인데요. 국론 분열과 리더십 공백을 둘러싼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입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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