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벌 떠는 윤 캠프 출신 금융공기업 낙하산
기관장부터 상임감사까지 포진…금융 경력 전무 '수두룩'
2024-12-18 06:00:00 2024-12-18 0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대통령 탄핵 이후 정권 교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공기업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윤석열 대선 캠프를 비롯해 대통령실 출신 인사 중 금융 경력이 전무한 낙하산 인사들의 거취에 관심이 쏠립니다. 임기가 남았어도 정권 교체 후 새 정부가 출범하면 자리 보전이 힘들 것이란 전망입니다. 
 
대선 캠프 이력 공기업 CEO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공기업뿐만 아니라 유관기관, 국책은행 등에도 윤석열 대선 캠프와 대통령실 출신 측근 인사는 곳곳에 포진해 있습니다. 공기업 인사는 정부 입김이 작용하는 만큼 낙하산 논란이 늘 있었는데요. 정권이 선거 이후 보은 차원에서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9월 취임한 김경환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도시경제학을 전공한 학자 출신이지만, 지난 2015년 박근혜정부 당시 국토교통부 제1차관을 지낸 바 있습니다. 그는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에서 경제정책 자문을 맡으면서 부동산 공약 및 정책을 입안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주금공 사장에 김 사장이 내려온 것은 다소 이례적입니다. 주금공은 부동산 금융을 다루는 공기업인 만큼 주택은행 출신인 정홍식 초대 사장 이후에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관 출신 인사가 줄곧 맡아왔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이순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도 윤석열 대선 캠프 출신입니다. 예탁결제원은 증권 등록, 매매 거래 등을 관리하는 기업으로, 지난해 1월 공공기관에서 지정해제됐지만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습니다. 당초 이 사장의 경우 자본시장 비전문가인 데다 지휘감독 등 행정경험이 없어 예탁결제원 수장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불거진 바 있습니다.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정권 교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권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사진은 대통령실 모습. (사진=뉴시스)
 
대통령실 출신은 상임감사로
 
기관장 아래에 있는 상임감사로 눈을 내리면 낙하산 인사들은 더 광범위하게 포진해 있습니다. 상임감사는 기관장과 달리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으면서 내부적으로는 2인자의 권한을 갖는데요. 2~3년 간의 임기와 최대 수억원의 연봉이 보장되는 '꽃보직'으로 통합니다.
 
상임감사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지만 정부의 입김이 세고 견제가 느슨한 점을 악용해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에도 낙하산 인사가 꽂히는 고질적인 문제가 지속된 바 있습니다. 천청호 전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과 차순오 전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은 각각 지난 3월과 7월, 기술보증기금 상임이사와 수출입은행 상임감사로 내려갔습니다. 지난 2022년 10월 선임된 예탁결제원의 신용출 상임감사도 대통령실 기획비서관 출신입니다.
 
주기환 전 대통령 민생특보는 지난 7월부터 구조조정 전문기관인 연합자산관리(유암코) 상임감사를 맡고 있는데요. 준공공기관 성격의 금융기구에 관련 경력이 전무합니다. 주 상임감사는 대검찰청 검찰수사서기관 출신이으로 2022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정무사법행정분과전문위원을 맡았습니다. 지난해 말 선임된 전병목 기업은행 상임감사의 경우 한국재정학회장에 선출될 정도로 재정 전문가이긴 하지만 윤석열 대선 캠프 활동 이력이 있습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난 14일 서울 용산 한 주차장 차단기의 일시정지 문구 뒤로 대통령실 입구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산은·수은 행장도 좌불안석
 
금융공기업들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상근감사를 선임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공기업의 상임감사는 각 기관 임원추천위원회 추천과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치고, 이후 대통령이나 장관이 임명합니다. 그러나 업계에선 실질적인 경쟁 과정이 없는 형식상의 절차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낙하산 인사와 마찬가지로 국책은행장들도 임기를 완주할 수 있을지 미지수로 보고 있습니다. 앞서 정권에서도 새 정부 출범 초기 정권의 '코드인사', '낙하산 인사'로 인식됐던 국책은행장들이 대거 물갈이된 전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씨의 파면을 결정하면 두 달 내에 대선이 치러지는데요. 국내 산업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국책은행의 수장들도 정권교체기의 '물갈이'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 중 산업은행을 제외하고는 현재 내부출신 행장이 임기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정치인 출신인 강석훈 산은 회장은 박근혜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고,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습니다. 강 회장의 임기가 내년 6월 끝나기 때문에 교체 목소리가 불거질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반면 윤희성 수은 행장은 1976년 수은 설립 이후 첫 내부출신 행장입니다. 정책금융기관인 수은 행장은 그간 업무 연관성이 깊은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 등 경제·금융 관료 출신이 맡아왔는데요. 다만 탄핵 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씨와 고시 공부를 함께 한 인연이 깜짝 발탁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습니다.
 
기업은행의 경우 2010년 이후 외풍에선 비교적 자유로웠습니다. 조준희(2010~2013년), 권선주(2013~2016년), 김도진(2016년~2019년) 행장까지 3연속 내부 출신이 수장을 맡아왔고, 문재인정부의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 출신인 윤종원 행장에서 맥이 끊어진 바 있습니다. 그러다 다시 김성태 행장이 내부 출신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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