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유영진 기자] 12·3 계엄사태 이후 처음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금융당국 수장들의 계엄 사전 인지 여부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특히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불리는 검찰 출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두고 난타전이 벌어졌는데요. 비상계엄이 발생한 당일 오후 이 원장의 행방이 묘연했다는 의혹과 계엄 이후 경제를 수습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인사를 낸 데 대한 비판도 빗발쳤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감원장, 계엄 당일 공식 일정 취소
국회 정무위원회는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계엄 이후 첫 긴급 현안질의에 나섰습니다. 이 원장이 상대로는 계엄을 사전 인지했는지 거듭 질의가 이어졌는데요. 이 원장과 윤석열씨의 각별한 사이 때문입니다.
이 원장은 과거 윤석열씨와 여러 수사를 함께하며 호흡을 맞춰왔습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에는 한달 만에 금융권 경험이 전무한 상황에서 금감원장에 파격 발탁됐습니다.
이 원장은 계엄 사태가 벌어진 지난 3일 조기 퇴근한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야당에서는 "계엄을 미리 알았던 것 아니냐"고 의심했습니다. 그러나 이 원장은 "개인적 사정이 있었다. 계엄은 당일 밤 11시 전후로 알게됐다"고 반박했습니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12월 2~9일 금감원장의 근태기록을 요청했지만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은 금감원장이 계엄 당일 오후에 조퇴를 하고 여권 유력인사를 만났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의원들의 추궁이 계속되자 이 원장은 "너무 개인적인 사유"라며 "전날 이사를 하기도 했고, 처가 많이 아파서 집안일을 챙기기 위해서 조퇴를 한 것"이라고 재차 해명했습니다.
윤한홍 정무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F4 회의-'윤석열 계엄 쪽지' 공방
계엄 당일인 3일 밤 11시 40분께 소집된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Finance 4)에 대한 질의도 나왔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계엄 인지 시점에 대한 질의에 "방송을 보고 알았다"고 했고, 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와 관련해서는 "참석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금융위원장은) 국무회의에서 의결권은 없고, 발언권만 있다"며 "의결이 필요한 상황이라 국무위원만 참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계엄) 보도를 본 직후인 오후 10시50분쯤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가 열린다고 통보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윤석열씨로부터 받았다가 차관보에게 건넨 이른바 '계엄쪽지'가 F4 회의에서 거론됐는지가 의문으로 남아 있었는지에 대한 질의 답변도 오갔습니다. 전날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최 부총리는 비상계엄 당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대통령 실무자가 '참고자료'를 건넸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참고자료를 직접 본 기재부 차관보는 "비상계엄 관련 예비비 확보라고 쓰여 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F4 회의가 계엄 유지나 해제를 가정한 대비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나는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김 위원장은 "그(계엄) 이후 상황까지는 예상 못했다"며 "(최 부총리가) 반대를 강하게 하시고 왔다는 말을 한 것 같았고, 시장 상황이 어떤지 점검하고, 우리(금융당국)가 어떤 메시지를 낼 건지,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를 얘기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원장도 "최상목 부총리는 (국무회의 안건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갔고, 국무회의를 박차고 나온 후 시장안정조치가 필요하다 생각해 저희를 불렀다고 말했다"며 ""역외환시장은 새벽 2시까지 열려 있기 때문에 3일 밤 12시가 넘어가기 전 시장안정조치를 취해야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윤한홍 겅무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감원, 비상시국에 부서장 74명 인사
계엄 사태 이후 금융당국의 대처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0일 부서장 보직자 인사를 대폭 교체하는 '물갈이 인사'를 실시한 바 있습니다. 본부 및 지원부서 부서장 보직자 75명 중 74명(91.4%)이 이동·승진을 통해 재배치됐습니다. 특히 본부 부서장들은 절반 이상이 신규 승진자로 발탁됐다.
탄핵 정국에서 금감원 대규모 인사에 대해 금융권 혼란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 원장은 "(내년) 9·10월쯤 가야 리더십이 셋업될텐데 10개월이라는 기간이 당국 입장에서 보면 시장 관리가 중요하다"며 "적절한 인사 조치를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금융당국이 말로는 적극 대응하겠다면서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으로 흐르면서 금융위원회는 10조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 등 시장안정 조치가 언제든 즉시 가동되도록 준비해놨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증안펀드 투자관리위원장은 금융당국과 전혀 소통한 바 없었다고 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금융위는 증안펀드 집행을 시기할 단계는 아직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안전판 역할이기 때문에 시장이 자율적으로 안정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좋다"며 "패닉(공황) 상태가 오거나 할 때 쓰는 부분이기 때문에 타이밍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유영진 인턴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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