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금융위원회가 중소형 조선사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기관과 지원규모 확대 지원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중형 조선사는 산업은행 자체발급 보증과 무역보험공사 특례보증을 통해 지원하고 소형 조선사에 대해서는 수출용 RG 발급을 지원합니다. RG 발급에 숨통이 트인 중소형 조선사는 신규 선박 수주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입니다.
수출용 RG도 발급 가능
30일 금융위가 중소형 조선사를 위한 선수금환급보증(RG) 지원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RG(Refund Guarantee)는 조선사가 선박 건조 중 부도 등의 이유로 선박 인도가 불가능한 경우, 금융회사가 선주에게 선수금을 대신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보증 제도입니다.
금융위는 "정책금융기관의 선도적 역할을 활용해 소형 조선사의 수출용 선박 선수금까지 RG 발급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외부 전문기관의 사업성 검증을 통과한 소형 조선사는 산업은행 또는
기업은행(024110) 심사를 통해 RG를 발급받을 수 있으며, 발급된 RG에 대해서는 신용보증기금이나 무역보험공사에서 특례보증을 제공합니다.
특히 신용보증기금은 기존 국내용 RG 지원 대상을 해외 선주에게 제공하는 선수금까지 확대합니다. 중형 조선사에 대해서는 산업은행 자체 발급이나 무역보험공사 특례보증을 통해 RG를 공급한다는 계획입니다.
통상 선박의 발주처인 선주는 조선사에 선박 건조대금의 40%를 선수금으로 지급하며, 선주는 선박 인도가 지연될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기관의 RG를 요구합니다. 이때 선수금 비율은 조선업 시장 상황과 선박 건조계약 체결 시 계약 당사자의 신용도, 협상력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그러나 중소형 조선사는 선수금 비율이 대체로 대형 조선소의 두 배인 80% 수준입니다. 국내 중소형 조선사는 대부분 신용도가 낮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선가의 80%에 육박하는 RG를 금융사로부터 발급받아야만 선박 수주를 할 수 있습니다. RG 없이 선박 건조 자체가 사실상 어려운 실정입니다.
중소형 조선사 "신규 계약 활성화 기대"
문제는 금융권이 리스크를 이유로 중소 조선사의 RG 발급을 기피한다는 점입니다. 과거 조선업 침체로 금융권의 RG 발급은 대형 조선사에 쏠려있는 상황입니다.
대형 조선사의 경우 3개 정책기관(산업·수출입·기업은행)과 8개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부산·경남·광주)이 총 미화 101억달러, 한화 약 15조원에 달하는 RG 한도 내에서 RG 발급을 지원 중입니다. 현재까지 한도의 65%, 즉 9조7500억원 규모의 RG를 발급한 상황입니다.
반면 중형 조선사는 그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만 RG를 발급했고, 올해 6월에서야 기업은행과 8개 시중은행이 RG 발급에 참여했습니다. 현재까지 미화 약 7억9000만달러, 한화 1조2000억원 규모의 RG가 발급됐습니다. 대형조선사의 8분의1 수준입니다.
소형 조선사의 사정은 더 안 좋은데요. 지난 2021년부터 올해 9월까지 선주가 국내회사인 내수용 RG는 약 7000억원 발급됐습니다. 선주가 해외회사인 수출용 RG는 단 400억원 발급된 상황입니다.
RG를 발급받지 못한 중소 조선소는 선박 수주 경쟁에 참여할 수 없고, 이미 수주된 계약도 무산될 가능성이 큰데요. 실제로 그간 수년 만에 찾아온 업계 호황에도 중소형 조선사는 고질적인 일감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이번 금융위의 RG 발급 발표로 중소형 조선사는 영업 폭 확대와 신규 선박 수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조선소 관계자는 "대부분의 선주는 RG를 요구하고 있어서 영업하는 데 제약이 많았다"라며 "RG 발급 확대로 영업 폭이 열 배는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간 협상에 난항을 겪던 선주와 이번 RG 공급 확대 덕분에 계약이 성사될 것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30일 금융위원회가 중소형 조선사 RG 발급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중소형 조선사가 몰려있는 경상남도 통영시 도남동 일대 조선소 전경.(사진=연합뉴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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