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참사)참사 하루 만에 제주항공 랜딩기어 결함…‘예고된 참사’
랜딩기어 등 항공기 중정비 외주
월평균 가동시간 타사 대비 25↑
참사 다음날 동일 기종 여객기
랜딩기어 이상으로 30일 회항
기체 결함과 높은 연식도 원인
2025-01-01 15:18:34 2025-01-01 15:39:22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179명의 사망자를 낸 여객기(B737-800) 참사 원인이 랜딩기어(착륙 장치) 미작동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제주항공(089590)이 랜딩기어 등 항공기 ‘중정비’ 업무를 외주업체에 맡겨왔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체 피로도와 직결되는 월평균 가동시간도 타 항공사 대비 최대 25%나 높았습니다. 참사 하루만에 랜딩기어 고장으로 동일 기종 항공기가 회항하는 등 기체 결함 가능성과 함께 연식마저 높았던 점 등을 두고 '예고된 참사'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제주항공 소속 여객기 착륙 도중 충돌 사고가 발생한 29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사고현장에서 소방 당국이 사고 여객기 꼬리날개를 들어 올리며 수습 작업을 벌이던 중 가림막을 철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제주항공은 장시간 걸리는 중정비를 자사 인력이 아닌 외주화하고 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항공 정비 자회사인 캠스(KAEMS), 항공기 정비 업체 샤프에비에이션케이 등에 맡기고 있는 것입니다. 제주항공은 5500비행시간(FH·Flight Hour) 마다 ‘C체크’라는 제작사 보잉 매뉴얼에 따른 점검서비스를 실시하는데, 이때 랜딩기어를 작동시키는 유압기 계통, 엔진 압력 계기 검사 등 항공기를 분해하는 중정비가 이뤄집니다. 이 작업을 외주로 운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착륙 전후 항공기 외부를 육안 점검하는 일상 점검만 제주항공이 담당합니다. 지난달 31일,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참사 관련 브리핑에서 “중정비는 외주에 맡긴다”며 “국내에서 일부 수행하고 나머지는 해외에 있는 MRO에 보낸다”고 했습니다. MRO는 Maintenance(유지), Repair(수리), Overhaul(완전분해)의 약자로, 수개월에 걸쳐 항공기 분해 작업을 하는 고차원의 점검을 말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사고가 난 여객기는 무리한 스케줄에 따라 정비시간 자체가 빠듯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항공기 항로 추적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를 보면, 사고 여객기(HL8088)는 사고 전날인 지난달 28일에만 무안에서 출발해 나가사키, 타이페이, 방콕, 코타키나발루 등 총 4개 노선을 운항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승객을 태우고, 수하물을 싣고, 급유를 하고 정비 점검까지 걸린 시간이 평균 1시간이 안 됐습니다. 승객 탑승과 급유 등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 정비가 이뤄진 것인데, 그 시간이 30분 안팎인 셈입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LCC는 목적지 도착해 승객이 내린 뒤부터 다음 운항까지 준비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더 많은 노선에 항공기를 띄울 수 있기 때문에 이 시간이 짧은 동남아 등에 취항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기체 피로도를 보여주는 여객기 월평균 가동시간 역시 타 항공사와 비교해 최대 25%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 3분기 제주항공 여객기 월평균 가동시간은 418시간으로 같은 기간 대한항공(355시간) 아시아나항공(335시간) 진에어(371시간) 티웨이항공(386시간) 에어부산(340시간)과 비교해 차이가 컸습니다. 호황기였던 2018년 3분기(407시간)와 비교해도 높은 가동시간을 보였습니다. 국내항공사 한 정비사는 “월평균 가동시간이 높다는 건 정비사들이 정비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 자체가 많지 않았던 것을 의미한다”고 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참사 하루 만인 지난달 30일 오전에는 같은 기종의 제주항공 여객기가 랜딩기어 이상으로 회항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잇딴 랜딩기어 이상은 B737-800 기종 자체의 결함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이 기종은 연료 효율이 높고 유지·보수·운영비가 적게 들어 인기 기종으로 꼽힙니다. 판매량이 높은 대신, 그만큼 사고도 잦습니다. 2022년 3월 중국 남부에서 추락해 132명의 사망자를 낸 중국 동방항공 MU5735편이 대표적입니다.
 
항공기 연식을 뜻하는 기령도 높은 편이었습니다. 사고가 난 여객기(B737) 기령은 15년으로, 해당 기종의 국토부 기준 평균 기령은 12년입니다. 국토교통부 항공기술정보시스템(ATIS)을 보면 제주항공이 등록한 항공기 41대의 평균기령은 14.3년입니다. 대한항공(11.4년), 아시아나항공(12.3년), 진에어(12.7년), 티웨이(13년), 에어부산(9.7년)과 비교해 기령도 최소 1년에서 최대 5년 높았습니다. 
 
결국 LCC 간의 출혈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비행 스케줄을 빠듯하게 편성했고, 해당 기종의 결함과 노후화, 높은 연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번 참사를 낳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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