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취임 1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장 회장 체제 1년 동안 포스코는 철강 업황 불황, 전기차 캐즘에 따른 2차 전지 실적 부진을 몸소 겪었습니다. 최근 1년 새 그룹 시가총액이 45조원 증발하며, 큰 변동폭을 보인 점도 뼈아픈 대목입니다. 계엄 여파로 폭등한 환율은 올해 실적도 암울하게 만듭니다. 그룹은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방안을 내놨지만 뚜렷한 방향성이 없다는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자산 매각 중심 전략…주가엔 역부족
3일 포스코그룹 등에 따르면 이날 그룹 시총은 장초 약 41조9000억원으로 출발했습니다. 1년 전인 1월3일 종가 기준 87조원과 비교하면 45조1000억원이 준 액수입니다. 계엄 충격으로 인한 전반적인 증시 하락으로 보기엔 그 이전부터 낙폭이 컸습니다. 12·3 계엄 전날 시초가 기준 시총은 이미 48조9000억원으로 현재 시총과 7조원 차이를 보였습니다.
시총이 줄었다는 것은 시장에서 포스코의 가치가 그만큼 하락했다는 것을 뜻합니다. 포스코그룹이 지난달 23일, 핵심 사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향후 3년간 투하자본이익률(ROIC)을 6~9%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의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놓은 이유입니다. 그룹의 향후 3년간 매출 증가율 목표로 6~8%를 제시하며 그룹의 자본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ROIC가 높은 자산과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철강에서는 고성장·고수익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2차전지 소재 사업에서는 제품·공정 기술 혁신에 나서기로 한 것입니다.
매출성장률과 ROIC를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는, 지금 포스코가 처한 환경에서 유리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원자재를 수입하는 포스코 입장에서 환율이 올라 매출원가가 오르면 매출성장률도 오릅니다. 그룹의 주요 현안인 수소환원제철에 투입할 막대한 투자금도 매출원가에 잡힙니다. 또한 ROIC는 운전자본과 영업자산을 분모로 대입해 계산하는데,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철강값이 떨어진 요인은 운전자본을 감소시켜 ROIC 지표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영업환경에 부정적인 요소가 ROIC엔 우호적인 것입니다. 본질가치와 별개로 지표상 수치가 오를 수 있습니다.
원재료를 외상으로 사는 매입채무를 늘려도 ROIC는 개선되지만, 협력사들이 부담을 떠안게 됩니다. 이미 포스코홀딩스 연결기준 매입채무는 작년 3분기말 기준 약 5조6000억원으로 전년동기 5조2000억원보다 4000억원 증가했습니다. 통상 매출이 커지면 매입채무도 늘어납니다. 하지만 포스코홀딩스는 3분기와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1%와 6.1%씩 줄어 매입채무만 커진 게 부정적입니다.
포스코의 밸류업 방안에 안팎의 반응은 회의적입니다. 업계에서는 “수소환원제철 투자비가 막대한데 이를 반영하고도 ROIC를 택한 것인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비핵심자산 매각만으로 내수부진과 수출불안 등을 타개할 순 없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포스코 그룹주 토론방에선 “기존 성장전략을 답습했을 뿐 달라진 환경에 대처할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비주력 자산 매각으로 모멘텀이 사라진 주가를 되살릴 수 없다”는 등 성토가 나왔습니다. 그룹 내부에서도 “확장 기조가 뚜렷했던 전에 비해 방향성이 사라졌다”, “그룹 전략이 없다보니 계열사들이 따로 논다”는 등 불만과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옵니다.
포스코 포항 제철소. 사진=포스코
구미에 맞게 선택하는 밸류업 지표
같은 철강사 중 밸류업 보고서를 낸 세아홀딩스의 경우 좀 더 범용적인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가수익비율(PER)을 핵심지표로 택했습니다. 핵심지표가 향상되면 정책적 보상이 따르는 게 밸류업 제도의 구조입니다.
올해도 포스코그룹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습니다.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관세 위협부터 닥쳤습니다. 한국은 무관세인 일본과 달리 철강 쿼터제를 받고 있습니다. 관세를 높이려는 트럼프 앞에선 쿼터제 얘기도 꺼내기 어렵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감축 이슈에도 포스코퓨처엠 등 그룹사가 얽혀 있습니다. 철강업은 내수부진에 중국발 공급과잉이 겹친 가운데 포스코는 이미 연말 포항 제1강, 제1선재 공장을 폐쇄한 형편입니다. 연말에 계열사 사장 7명을 교체하는 큰 폭의 인사를 단행하며 친정체제를 구축한 장 회장이 변화된 조직으로 성과를 낼지 주목됩니다.
포스코 관계자는 "매출원가가 제품가격에 그대로 반영되기 어렵고,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매출액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에 매출성장률이 상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철강가격 하락 시 운전자본뿐 아니라 영업이익도 감소하기 때문에 ROIC 지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더 크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포스코홀딩스 밸류업의 취지는 비핵심자산 구조개편 등을 통한 자본효율화에 있어, 매입채무를 인위적으로 늘릴 이유가 없으며 명확한 매입채무 상환기준이 있어 협력사 부담이 증가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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