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16일 오전 10시. '롯데마트 천호점' 문이 열렸습니다. 전단지를 손에 든 사람들이 매장 안으로 밀려들어 갑니다. 카트에 특가 상품을 담는 손길이 바빠지고, 델리 코너 직원들은 쉴 새 없이 상품을 채웁니다. 1시간 뒤 계산대 줄은 채소 코너까지 길게 늘어섰습니다.
잠실에서 천호점 오픈 소식을 듣고 일부러 찾아왔다는 이 모 씨는 "눈여겨봤던 즉석 조리 식품이 벌써 다 팔렸다"면서 "롯데마트 월드타워점보다 매장 구성이 알찬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롯데마트 신규 매장은 지난 2019년 오픈한 경기도 용인 롯데몰수지점 이후 6년 만입니다. 2019년 125개에 달했던 점포 수를 지난해 말 110개 점까지 줄이며 수익성 강화에 집중해 왔던 롯데마트가 이번 출점으로 다시 외연 확장을 선언했습니다.
16일 오전 10시 전 '롯데마트 천호점' 오픈을 기다리는 사람들. (사진=김성은 기자)
강동구 첫 매장이라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다분합니다. 롯데마트 천호점은 4538㎡(1374평) 규모로 서울 강동구 천호동 '강동밀레니얼중흥S클래스' 주상복합 단지 지하 1층에 자리합니다. 일대는 도시정비사업을 통해 새 아파트 단지가 속속 들어서고 있는 지역입니다. 내년에는 천호점 앞뒤로 500~700가구 아파트 2개 단지 입주가 예정돼 있어 배후 수요 증가가 예상됩니다.
주변 경쟁사도 많습니다. 지하철 5·8호선 천호역을 기점으로 이마트 천호점과 현대백화점 식품관, 킴스클럽 천호점이 있고, 차량 10분 거리에는 홈플러스 강동점이 위치해 있죠.
나근태 롯데마트 천호점 점장은 "반경 2㎞ 이내 17만 가구가 거주해 배후 상권이 풍부하다. 특히 30대 인구가 평균 대비 4%, 1~2인 가구 비중도 7% 정도 높다"며 "인근에 노후화된 점포들이 많다 보니 새 점포에 대한 니즈가 있었다"고 롯데마트 개점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롯데마트의 전략은 '그로서리 특화 매장'입니다. 매장의 80%를 신선식품과 즉석 조리 식품으로 채웠습니다. 별도 조리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는 델리 상품 진열 코너를 매장 입구측부터 27m로 길게 배치했고, 냉동 간편식 특화 매장 '데일리 밀 설루션'에는 일반 매장 대비 70% 이상 많은 상품을 진열했습니다. 세계 각국의 조미료와 소스를 한자리에 모은 '글로벌 상품존'도 마련했습니다.
롯데마트 직원이 '요리하다 월드뷔페' 코너에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사진=김성은 기자)
최근 고물가 장기화로 외식비와 신선식품 가격 부담이 커진 가운데 저렴하고 간편하게 끼니를 해결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많은데요. 이를 간파한 마트들은 델리 코너에 힘을 주는 추세입니다. 롯데마트는 '요리하다 월드뷔페'를 통해 3990원, 4990원에 다양한 나라의 즉석 조리 식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박병우 롯데마트 델리개발팀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배달 음식에 적응된 소비자들은 극편의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어졌다"며 "과거 마트는 요리를 위한 식재료 구매 업체였지만, 지금은 고객들이 편리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전진 배치하는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월드뷔페 코너가 있는 점포의 경우 매출 신장률이 15%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이에 힘입어 전 지점 월드뷔페 매출을 150억원 이상 달성하고자 한다"며 "(식품 강화는) 온라인과의 경쟁에서 가장 큰 무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비식품 매장 비중은 확 줄였습니다. 4900원, 9900원을 대표 가격으로 내세운 자체 브랜드(PB) 상품과 고객 선호도 높은 브랜드 상품을 압축해 운영합니다. 생활용품 등 비식품의 경우 온라인 주문이 보편화된 만큼 점포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편리한 동선 확보를 위한 결정입니다.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이사는 "천호점은 롯데마트의 핵심 경쟁력인 그로서리 전문 콘텐츠를 기반으로 고객 가치를 충실히 구현한 '차세대 그로서리 전문점'의 표준이 되는 매장"이라며 "마트와 슈퍼의 외연 확장을 통해 양적, 질적 성장을 함께 이뤄내는 '넘버원 그로서리 마켓'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왼쪽)냉동 간편식 특화 매장 '데일리 밀 설루션'과 (오른쪽)세계 각국의 조미료와 소스를 한자리에 모은 '글로벌 상품존'. (사진=김성은 기자)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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