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성주 기자] 올해 중소기업 대출 문턱이 높아질 전망입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강조하면서 주요 시중은행들이 기업대출을 늘리려 하고 있지만, 우량·유망 기업 발굴에만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연초 우량·유망 기업 발굴에 나섰습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0일 정기 인사를 통해 SME(기업금융) 지점장을 확대 배치했습니다. SME 지점장은 소속 영업점의 기업금융 성과와 마케팅, 고객 관리를 총괄합니다. 1명에 불과하던 인원을 이번 인사로 15명까지 늘렸습니다. 이들은 전국 기업금융 성장 지역과 국가주도 산업단지 등에서 활동합니다.
신한은행은 상반기 대출 만기가 도래한 기업들을 재정비합니다. 재무 성과가 개선될 것으로 보이는 곳을 우선 대상으로 조기 신용평가를 진행하고 악화 예상 기업은 관심기업으로 지정해 장기적으로 여신 한도를 축소한다는 계획입니다.
우리은행은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별도 목표로 부여하고 신성장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릴 것을 영업점에 적극 독려합니다. 신성장기업은 정부 부처와 정책금융기관으로 구성된 '혁신성장정책금융센터'에서 선정하는 고속 성장 기업입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량 중소기업을 발굴하기 위한 채널이 가동 중이며 이미 관련 부처가 공단 등에서 영업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은행들이 기업금융 강화에 나서는 이유는 올해 역시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옥죄기가 계속 되는 가운데 올해 7월부터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가 시행될 예정입니다. 가계대출 영업을 보수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에 기업대출을 더욱 늘릴 수밖에 없는 겁니다.
올해 은행들은 기업대출의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에 집중하는 분위기입니다. 통상 기업대출은 담보와 업종, 규모, 변동성 등을 반영해 가계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분류됩니다. 올해 금융지주들의 최우선 과제인 밸류업 기조에 맞춰 높은 RWA를 수반할 수 있는 기업금융도 건전성과 수익성이 확보된 범위 내에서 성장하려는 기조가 커졌습니다.
은행들이 대기업과 중견기업, 우량·유망 기업만을 찾는 분위기가 계속 되면 중소기업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진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업대출이 늘어나면 수익과 RWA 모두 늘어나게 되는데 올해는 지주의 밸류업 목표가 있기 때문에 건전성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중기 대출 건전성 부실이 부각되면서 은행들이 작년 연말부터 중기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개인사업자 대출 포함 중소기업 대출은 662조229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월 대비 3조7318억원 감소한 수치로, 이는 2023년 1월 이후 약 2년 만의 순감소입니다.
다만 이미 유망·우량 기업 대출시장이 포화상태인 만큼 발굴의 한계를 지적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기업 외에 중소기업 가운데 중견기업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발굴하기가 쉽지 않고 있어도 이미 거래하는 은행들이 있어 경쟁이 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최근 우량·유망 기업 발굴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올해 중소기업 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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