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싸우던 상대방을 사망하게 하거나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이 살해당한 사건 보도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지난달엔 대전에서 교사가 초등학생을 무참히 살해해 국민의 공분을 샀습니다. 급기야 경찰은 지난 12일 범인인 명재완(48)씨의 신상까지 공개했습니다. 생명은 한번 침해되면 돌이킬 수 없는 절대적으로 보호돼야 할 가치임에도 허무하게 목숨을 잃는 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어 안타까움만 더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전경.(사진=뉴스토마토)
최근 대법원에서는 운전 중 시비로 상대방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피고인의 폭행치사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폭행 혐의만 인정한 원심이 확정됐습니다. 피고인은 폭행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폭행치사죄는 사람의 신체에 폭행을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에게 성립하는 범죄로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게 됩니다. 폭행이라는 기본 범죄행위에 의해 행위자가 예견할 수 있었던 중한 결과인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한 경우 그 결과를 이유로 형이 가중되는 결과적 가중범에 해당합니다.
형법은 중한 결과의 발생을 예견하지 못하면 결과적 가중범으로 처벌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습니다(형법 제15조). 대법원은 폭행치사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폭행과 사망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사망의 결과에 대한 예견 가능성, 즉 과실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러한 예견 가능성의 유무는 폭행의 정도와 피해자의 대응 상태 등 구체적 상황에 따라 판단하게 됩니다.
위 사건은 운전자끼리 시비가 붙어 몸싸움을 벌이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넘어뜨리고 올라타기도 하면서 싸운 후, 피해자가 도로로 걸어 나오다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사건입니다. 피고인은 폭행치사죄로 기소돼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 쟁점이 됐습니다.
1심과 2심은, △피고인과 피해자가 당일 처음 만난 사이로 피해자의 심장질환을 피고인이 알 수 없었던 점 △폭행의 정도가 경미하지는 않지만 사망에 이를 정도로 볼 수 없는 점 △사망을 예견하기도 어려웠다는 점 등을 이유로 폭행치사죄를 무죄로 판단하고 폭행죄만 인정했고 대법원은 이 판단을 수긍한 겁니다.
지난달 12일엔 이복형제를 살해하고 10분 만에 편의점 직원을 잇따라 살해한 A씨가 체포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검찰이 지난 10일 A씨를 구속 기소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A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 검찰로 송치했으나 검찰은 A씨의 자백을 토대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보복살인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A씨가 과거 편의점 직원의 다른 직원과 시비가 붙어 폭행 혐의로 경찰에 신고를 당했는데 그 직원의 동생인 피해자를 언니로 착각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진술을 받아낸 겁니다.
특가법상 보복살인죄는 자기 또는 타인의 형사사건의 수사 또는 재판과 관련해 고소·고발 등 수사 단서의 제공, 진술, 증언 또는 자료 제출에 대한 보복의 목적으로 사람을 살해하면 성립하고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됩니다. 보복살인죄는 보복의 목적을 요하는 목적범으로 범죄 신고자 등을 보호하고 국가의 형사 사법 기능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입니다.
피고인에게 보복의 목적이 있다는 점에 대해 검사가 엄격한 증명의 방법으로 증명해야 하지만 피고인의 자백이 없다면 피고인의 범행 목적을 알기가 곤란합니다. 따라서 피고인의 자백이 없는 경우라면 △피해자와의 인적 관계 △피해자의 수사 단서 등 제공 행위에 대한 피고인의 반응과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태도 변화 △피고인이 입은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피고인의 범행 수단과 방법 및 범행의 내용 △피고인의 성행과 행동 특성 △범행 전후의 정황 등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게 됩니다.
위 두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최초에 단순한 시비로부터 비롯된 사망사건이라도 그 범죄에 이르게 된 경위와 가해자의 목적 등 여러 가지 사정에 따라 처벌의 수위가 크게 달라지게 됩니다. 하지만 사람의 생명이 침해된 결과는 모두 같습니다. 생명 침해는 되돌릴 수 없는 만큼 살인사건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현실적으로 다양한 원인으로 예상치 못하게 일어나는 사망사건을 모두 예방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위험성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강력한 순찰 활동을 벌이거나, 정신적인 문제나 여러 가지 원인으로 위험성이 높은 사람을 파악해 관찰하고 치료나 교육 등을 통한 예방책을 마련하는 것은 어느 정도 실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미 일어난 범죄에 대해서는 엄벌해야 하지만 높은 형량이 갖는 위하력을 통해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내심적 의사를 통제하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범죄가 일어나는 근본적인 사회적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에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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