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웅래 무죄 판결…검찰 ‘영장우회’에 ‘선별기소’까지
검찰, 별건 증거수집 절차 위반
영장청구 대신 임의제출로 우회
임의제출자 기소권 쥐고 압박했나
2025-12-08 17:32:34 2025-12-08 17:32:34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노웅래 전 의원이 뇌물수수 등 위반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유는 검찰 수사의 출발점이자 핵심 증거였던 조모 교수의 휴대전화 전자정보가 모두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인정됐기 때문입니다.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는 대신 조 교수에게 임의제출받는 방식으로 증거를 수집하다 절차를 위반했다는 판단입니다. 
 
그런데 검찰이 뇌물공여자라는 조 교수를 기소하지 않았단 점에서, 기소 여부로 조 교수를 압박해 영장을 우회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사건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이른바 ‘돈봉투 부스럭’ 발언 등 피의사실 공표로 시작해, 검찰의 위법수집증거로 인해 무죄 판결이 났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검찰 불법 수사로 얼룩졌지만 검찰은 반성하지 않고 항소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노 전 의원의 판결문과 사건들의 조각을 맞춰 이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사업가로부터 6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는 노웅래 전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박강균 부장판사가 지난달 26일 선고한 노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뇌물수수 등 사건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이 사건 수사는 검찰이 2022년 8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과 사업가 박우식씨의 알선수재 등 혐의를 수사하다 시작됐습니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 사건 관련 영장으로 박씨 배우자인 조 교수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던 중 노 전 의원과 조 교수 사이 메시지, 통화 녹음 등을 발견했습니다. 검찰은 박씨가 조 교수를 통해 노 전 의원에게 8000여만원의 뒷돈을 건넸다며 노 전 의원과 박씨를 기소했습니다. 
 
박 부장판사는 검찰이 별건수사 증거 수집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노 전 의원 혐의에 관한 검찰의 증거수집 경위는 이렇습니다. 검찰은 8월24일 조씨의 휴대전화에서 이 전 부총장 혐의 관련 전자정보 선별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1차로 선별한 대상만 8만1200여개에 달했습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우연히 노 전 의원 혐의 관련 전자정보를 발견, 즉시 탐색을 중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영장 혐의와 무관한 별건 혐의를 발견하면, 즉시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별도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입니다. 그러나 검찰은 영장 청구 대신 임의제출 방식으로 증거를 수집했습니다. 검찰은 8월31일 조 교수를 소환, 이 전 부총장 사건과 무관한 사건에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한다는 확인서를 받았습니다. 검찰은 이후 6만3400여개의 전자정보를 최종 선별, 조씨에게 임의제출서를 받은 다음날인 9월1일 압수수색 절차를 종료했습니다. 
 
박 부장판사는 검찰이 노 전 의원 관련 전자정보를 발견하고도 탐색을 중단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조씨에게 임의제출서를 받고 하루 만에 수만여개의 전자정보를 선별하는 건 시간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입니다. 박 부장판사는 “별도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탐색을 계속한 뒤 피압수자로부터 임의제출서를 받아 압수했다”며 “영장주의에 반하는 위법한 증거수집 절차”라고 판시했습니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2022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노 전 의원의 체포동의요청 이유를 설명하며 말했던 ‘돈봉투 부서럭 소리 녹음’ 역시 위법수집증거로 판단됐습니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근거로 피의사실 공표까지 한 셈입니다. 
 
박 부장판사는 임의제출 과정에서 검찰이 조 교수의 의사를 명확히 확인하지 않은 점도 위법수집증거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박 부장판사는 임의제출 확인서에 그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고 짚었습니다. 아울러 조 교수가 확인서 제출 당시 검찰로부터 노 전 의원 관련 전자정보라는 설명을 들은 기억이 없다며, 준비된 확인서에 서명만 했다고 법정 증언한 내용도 인정됐습니다. 박 부장판사는 검찰이 조 교수의 임의제출 의사를 엄격히 해석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검찰이 조 교수를 기소하지 않았단 점에서 더 문제입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조 교수는 노 전 의원에게 직접 뇌물을 건넨 인물입니다. 단순 전달자라도 기소해야 하는데, 검찰은 노 전 의원과 박씨만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런 탓에 검찰이 기소 여부로 조 교수를 압박·회유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됩니다. 
 
이와 관련해 노 전 의원 측은 검찰의 기소편의주의라며 헌법소원을 낸 상황입니다. 노 전 의원을 대리한 노희범 HB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검찰이 조 교수를 뇌물공여자라면서 기소도 안 했다”며 “검찰 편의적으로 기소하면서 조 교수에게 진술을 압박한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위현석 법무법인 위 변호사도 “조 교수는 박씨의 배우자를 넘어 공동사업자와도 마찬가지”라며 “그런데 검찰이 조 교수를 마치 제3자처럼 꾸며 입건도 안 했다. 조 교수를 이용해 영장을 우회한 셈이다. 플리바게닝(결정적 정보나 법정에서의 증언 등을 받아내는 대가로 형량을 가볍게 해 주거나 사면시켜 주는 행위)을 통해 유리한 증언을 받았다고 의심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검찰은 지난 3일 이례적으로 노 전 의원 사건에 관한 항소 사실을 알렸습니다. 항소 이유로 “최근 디지털 증거의 확보 절차 적법성과 관련해 재판부에 따라 판단이 엇갈리고 있어 통일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위법수집증거 대법원 판례대로 나왔단 게 노 전 의원 측 주장입니다. 정봉기 LKB평산 변호사는 “법원이 대법원 판례대로 수사 과정에서 적법 절차 지켜져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위 변호사는 “법원은 영장을 우회하는 임의제출 방법으로 증거를 입수할 때도 영장을 받는 것과 비슷한 정도의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책임은 검찰이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고 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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