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공소시효 만료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자금 추적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제기된 의혹의 공소시효가 올해 안에 끝날 수 있어 수사가 시간 압박을 받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통일교의 한학자 총재, 회계·로비 담당 핵심 인사들을 연일 불러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현재 경찰의 최우선 목표는 압수한 자료를 토대로 통일교의 자금이 전 전 장관 측으로 흘러 들어간 '결정적 고리'를 찾는 겁니다. 남은 일주일 동안 물증을 확보하느냐가 이번 수사의 성패를 가를 전망입니다.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피의자 조사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통일교 로비 의혹 수사는 지난 10일 김건희특검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로 넘어온 뒤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수본은 특별전담수사팀까지 꾸려졌지만, 가장 큰 고민은 '공소시효'입니다.
현재 전재수 전 장관은 뇌물 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습니다. 경찰은 지난 15일 전 전 장관의 자택과 국회 의원실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영장에 현금 2000만원과 1000만원 상당의 불가리 시계를 전 전 장관이 수수했다고 적시했습니다. 시기는 2018년 무렵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 전 장관은 2019년 통일교 산하 재단(효정문화원)이 그의 자서전 500권을 1000만원에 일괄 구매한 의혹 등도 받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효정문화원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대표를 했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정치자금법 위반은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없어도 처벌이 가능하지만, 공소시효가 7년입니다. 뇌물죄는 받은 금액에 따라 공소시효가 다릅니다. 3000만원 이상이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이 적용돼 10년, 1억원 이상이면 15년입니다. 다만 최대 수수 금액이 3000만원 미만인 뇌물죄는 정치자금법 위반과 마찬가지로 공소시효가 7년입니다.
경찰 역시 이를 인지하고 신속 수사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은 22일 "공소시효 문제를 감안해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제기되는 모든 의혹들에 대해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정치자금법 공소시효는 범죄행위 종료로부터 7년"이라며 "중대범죄수사과 직원들이 시효 부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통일교 전 총무처장 조모씨가 지난 23일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로 참고인 조사를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결정적인 물증 확보에는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압수수색 당시 영장에 적시했던 '불가리 시계' 등 의혹의 실물을 아직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경찰은 관련자들을 연일 소환해 돈의 흐름을 쫓는 '우회 전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24일에도 천주평화연합(UPF)의 전직 회장 송모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습니다. 송씨는 국회의원 지원 조직으로 알려진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IAPP)의 회장을 맡았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경찰은 송씨가 지난 2019년 국회의원 등 여야 정치인 10여명에게 약 100만원씩 정치 후원금을 제공했다는 영수증 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경찰은 또 서울구치소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한학자 총재와 윤영호 전 본부장에 대한 2차 접견조사를 각각 진행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앞서 23일에는 통일교 재정 결재 라인의 핵심 인물인 조모 전 총무처장을 소환, 19일에는 이번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전 전 장관을 불러 14시간에 걸친 고강도 조사를 벌였습니다. 18일에는 한 총재의 전 비서실장 정원주씨가, 17일에는 한 총재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김모씨 등이 소환됐습니다.
경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소시효를 따져볼 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경찰이 수사를 계속 이어가려면 결국 전 전 장관에게 뇌물죄를 적용해야 한다"면서도 "이 역시 받은 금액이 3000만원 이상이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공소시효 벽에 부딪혀 처벌이 어려워진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전 전 장관에 대한 책을 구입한 건 (2019년쯤이라서) 아직 시효가 남아있을 수 있을 수 있다"면서도 "정치권에서 출판기념회는 흔히 자금이 오가는 통로로 이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도 실제 입건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했습니다. 단순히 책을 구매했다는 걸 넘어 돈의 액수가 비정상적으로 크거나, 당시 책을 구입하는 걸 통해 해결해야 할 구체적인 현안이 있었다는 점 등 부가적인 사정을 증명하지 못하면 정치자금법이나 뇌물죄를 적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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