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160일 전…민주당 앞에 놓인 '3중고'
정부 출범 후 첫 선거임에도…잇단 악재로 승패 예단 못해
2025-12-24 16:01:41 2025-12-24 16:30:06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내년 6·3 지방선거가 16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통일교 의혹과 경제 문제, 인물 부재까지 이른바 '3중고'에 고민이 깊어진 모양새입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이재명정부 출범 후 1년 만에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인 만큼 민주당에 유리한 국면이지만, 당 내부에선 마냥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 분위기는 아닌 듯합니다. 민주당이 내란 청산에 집중하는 것만으론 지방선거에서 확실한 승리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여권에 뻗는 '통일교 리스크'…고환율·고물가도 '악재'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역대 정권은 정부 출범 이후 첫 전국 단위 선거에서 대체로 승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가장 최근인 2022년 6·1 지방선거 땐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한 달도 안 돼 선거가 진행됐는데요. 당시 여당인 국민의힘이 17개 광역단체장 중 12개 지역에서 승리하면서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습니다. 대통령 취임 초반엔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이른바 '국정안정론'이 민심에 강하게 반영된 탓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최근 들어 지방선거가 민주당에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듯이 여당에 불리한 악재가 조금씩 쌓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이 여권으로 옮겨붙으면서 지방선거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통일교 특검(특별검사)이 진행될 경우 지방선거는 '특검 정국'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통일교 의혹이 여야를 막론하고 퍼지고 있는데요. 다만 특검이 시작되면 여야 모두 문제가 있더라도 실질적 타격은 여당이 더 클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여야 간 합의 불발로 통일교 특검이 무산되더라도 민주당엔 상당한 리스크가 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끝내 통일교 특검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여권을 향한 '특검 내로남불 프레임'과 함께 통일교 의혹의 프레임을 '통일교·민주당 게이트'로 전환해 공세를 펼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상계엄 사태와 대선 패배 이후 정치적 부활을 꿈꾸고 있는 국민의힘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국면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한국의 현 경제 상황도 여당엔 악재로 꼽힙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경제 전반의 리스크가 커지고 민생이 위협받고 있는데요. 고환율 탓에 수입의존도가 높은 석유류와 축산물, 수산물, 과일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생활물가도 점차 상승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고환율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금리까지 밀어 올리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이와 함께 부동산 가격 상승 문제도 민주당엔 고심거리입니다. 민주당은 부동산 민심이 지방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관련 대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는데요. 최근 당정이 10·15 부동산 대책의 후속 과제로 추진해 온 부동산 공급 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순조롭게 부동산 시장 안정화가 이뤄질지 불투명합니다. 특히 부동산 민심의 향방이 서울시장 선거의 승패를 가를 가능성이 높아 민주당에서 크게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장 선거는 전체 지방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최대 승부처로 꼽힙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부산시장 후보 물색 '난항'…강성 후보 출마도 '우려'
 
지방선거에 출마할 후보군이 마땅치 않은 점도 민주당이 고심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무엇보다 당내 출마자는 많지만 상대 당의 현역 시장을 꺾기엔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가 대표적입니다. 서울시장의 경우 민주당의 후보군이 최대 10명에 달하지만, 오세훈 현 시장을 상대로 확실하게 승리할 만한 후보가 눈에 띄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 민주당의 부산시장 후보 역시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통일교 의혹으로 장관직에서 사퇴한 이후 유력한 인물이 떠오르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일각에선 다시 '전재수 카드'를 검토하는 움직임도 감지됩니다.
 
강성 지지층의 입맛에 맞추는 강성 후보가 민주당 이름을 걸고 출마했을 경우, 전체 지방선거 판세에서 민주당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실제 여권 내부에선 특정 인물의 출마와 관련해 "전투에선 승리해도 전쟁에서 패배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당 내부에선 선거 승패의 키를 쥔 중도층 민심을 끌어당길 만한 후보가 별로 없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최근 통일교 의혹과 경제 문제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 중반에서 횡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19일 공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12월16~18일 조사·표본오차 95%에 신뢰수준 ±3.1%포인트·무선 전화조사원 인터뷰)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직전 조사 때보다 1%포인트 하락한 55%였습니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 밑으로 하락할 경우, 여권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될 전망입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때에도 정부 출범 이후 1년여 만에 지방선거가 치러졌지만,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은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중 8개 지역에서만 당선되는 데 그쳤습니다. 2014년 6·4 지방선거 직전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국갤럽> 기준(2014년 5월26~28일 조사·표본오차 95%에 신뢰수준 ±3.1%포인트·무선 전화조사원 인터뷰)으로 47%로, 50%가 채 되지 않았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