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6·3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구 획정은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충남과 대전, 전남과 광주를 통합하는 '광역 행정통합 특별법'이 국회에서 발의돼 통과가 유력한 상황이지만 구체적인 통합 시점과 세부 절차가 확정되지 않은 데다 광역·기초의원 정수조차 정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출마 예정자들은 자신이 뛸 '운동장'조차 모른 채 발만 동동 구르는 모양새입니다.
전용기(왼쪽부터) 원내소통수석부대표,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 백승아 원내대변인이 지난 1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충남대전통합특별법안 · 전남광주통합특별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일 예비후보 등록…통합 절차 미정에 '셈법 복잡'
3일부터 9회 지방선거에 출마할 시·도지사와 교육감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대구·경북, 광주·전남, 대전·충남 등 광역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지역에서는 출마 예정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졌습니다.
특히 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저울질하는 현직 국회의원들은 '사퇴 시한'이 고민입니다.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이 지방자치단체장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90일 전까지 의원직을 내려놔야 합니다. 9회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6월3일을 기준으로 한다면, 사퇴 시한은 3월5일입니다. 통합 법안이 애초 목표대로 2월 말에 국회를 통과한다 하더라도, 의원들로선 사퇴 여부를 결정하기까지 남은 시간이 매우 촉박한 겁니다.
현재 여야는 행정통합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1월30일 광주·전남과 대전·충남 통합 특별법을 당론으로 발의했고, 국민의힘도 같은 날 '대구경북특별시 설치 및 한반도 신경제 중심축 조성을 위한 특별법'을 국회에 발의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법안 통과 전까지 통합 광역자치단체는 법적으로 실체가 없는 상태라, 구체적인 선거구 획정 절차는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광역 통합이 이뤄질 경우 기존 시·도의 선거구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관건입니다. 허철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지난 1월26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마산·창원 통합 사례처럼 폐지되는 시·도의 선거구를 그대로 승계한다는 규정을 특별법의 특례로 넣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송기헌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이 지난 1월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광역 행정통합 후 광역의원 정수는?…'오리무중'
광역의원 정수 문제도 있습니다. 기존 선거구를 그대로 승계하는 '한시적 유지' 방안은 특별법 특례로 담을 수 있지만, 의원 정수를 늘리려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별도 조정이 필요합니다.
광주·전남의 경우 인구 대비 의원 1인당 대표 인구수 격차가 심각합니다. 광주시의회(23명)의 의원 1인당 대표 인구수는 약 6만명인 반면, 전남도의회(61명)는 약 2만9000명입니다. 격차가 약 2.1배에 달합니다. 통합 후에도 기존 선거구를 그대로 승계하면 광주가 과소 대표 상태에 놓일 수 있습니다. 광주시의회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6·3 지방선거에 한해 정수를 43명으로 확대해 달라는 수정안을 행정통합추진기획단에 전달했습니다.
대전·충남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대전시의회(22명)의 의원 1인당 대표 인구수는 약 6만6000명, 충남도의회(48명)는 약 4만4000명으로 격차가 약 1.5배에 달합니다. 통합 후 기존 선거구를 그대로 승계한다면 대전이 과소 대표 상태에 놓일 수 있습니다.
대구·경북은 면적이 넓어 북부권(안동·영주·봉화 등) 주민들의 대표성이 약화될 우려가 큽니다. 특히 영양·청송·울릉 등 인구 소멸 위기 지역은 통합 후 단독 선거구 유지가 어려워 인근 지역과 합쳐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의원 정수가 확정되지 않으면 출마 예정자들은 구체적인 선거 전략을 세울 수 없습니다. 선거구가 늘어나면 출마 기회가 확대되지만, 반대로 줄어들면 현역 의원들끼리 같은 지역구에서 사투를 벌여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기초의원 선거구 역시 광역의원 선거구를 분할하여 획정하기 때문에, 이번 조정 결과에 따라 지역 정가는 연쇄적인 혼란에 직면할 걸로 보입니다.
수도권 광역·기초의원 선거구 조정도 '난관' 봉착
수도권도 난관에 봉착할 전망입니다. 인천은 올해 7월1일 검단구, 제물포구, 영종구가 신설될 예정인데, 의원 정수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동구(8명)와 중구 내륙(3명)이 통합되는 제물포구는 인구 비례 원칙을 적용하면 의원 정수가 11명에서 7명으로 급감할 전망입니다.
경기도는 인구 100만명 이상 특례시(수원·용인·고양·화성)가 4곳인 반면, 인구 10만명 미만 지역(과천·동두천·가평·연천)도 4곳입니다. 화성시와 용인시는 인구 급증에 따른 의원·시의원 선거구 재획정이 불가피합니다. 양주시는 22대 총선에서 일부 지역이 동두천·연천과 묶이면서 도의원 선거구 획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서울도 구의원 정수 조정이 예고돼 있습니다. 서울특별시자치구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서울 전체 구의원 수를 427명에서 424명으로 줄이는 안을 제안했습니다.
광역의원 선거구는 국회에서 정수와 선거구를 확정하면 끝이지만, 기초의원은 국회 확정 후 시·도 획정위가 선거구를 의결하고 시·도의회가 조례로 최종 확정해야 합니다. 이중의 절차가 남아 있어 시간도 촉박합니다. 2022년 지방선거 때도 국회 획정이 선거 47일 전에야 마무리되면서 각 시·도의회가 선거 한 달여를 앞두고 원포인트 임시회를 열어 기초의원 선거구 조례안을 의결해야 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0월23일 전북 장수군 기초의원 선거구에 대해 인구편차 기준(3대 1) 위반을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예비후보 등록 시작일 하루 전인 2월19일을 공직선거법 개정 입법 시한으로 제시했습니다. 이날까지 공직선거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기존 선거구 구역표는 효력을 잃게 됩니다.
최호정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회장은 "개정 시한이 지나면 2월 20일 0시를 기준으로 전국의 모든 선거구가 법적 효력을 상실한다"며 "예비후보자 등록과 선거사무소 설치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져 선거 자체를 치를 수 없게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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