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태현 기자] 건설노조 간부 고(故) 양회동씨 분신을 동료가 방조했다는 허위보도 의혹 관련 재수사에 나선 경찰이 조선일보 본사에 대한 강제수사를 벌였습니다.
건설노조 간부 고(故) 양회동씨 분신을 동료가 방조했다는 허위보도 의혹 관련 재수사에 나선 경찰이 조선일보 본사에 대한 강제수사를 벌였다. (사진=뉴시스)
20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지난 18일 서울 중구 조선일보 본사를 압수수색했습니다. 경찰은 조선일보 자회사 조선엔에스(NS)의 전 기자 최훈민씨의 이메일 기록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재 최씨는 다른 매체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이었던 양씨는 2023년 5월1일 윤석열정부의 '건폭(건설노동자+폭력배) 몰이' 탄압에 항의하며 분신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윤석열씨는 건설 현장의 불법행위를 강력하게 단속하라고 지시했고, 검·경 합동수사단은 건설노조를 향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던 상황이었습니다.
보름이 지난 5월16일 조선일보와 자회사인 조선엔에스는 '양씨의 죽음을 건설노조 간부가 방조했다'는 취지로 보도했습니다. 이들은 '독자 제공'이라는 출처가 불분명한 사진을 게재했는데, 이 사진은 춘천지검 강릉지청 민원실 CCTV 화면으로 추정됩니다.
이 보도가 나간 다음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혹시나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썼습니다. 원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의 '화물연대 때려잡기', '건설노조 때려잡기'에 앞장섰던 인물입니다. 양씨의 죽음을 방조했다는 음모론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 셈입니다.
이 같은 음모론에 힘입어 같은 달 18일 월간조선은 '양씨의 유서가 대필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 월간조선은 같은 달 30일 "필적 감정을 의뢰, 필체가 동일인의 것이라는 회신을 받았다. 월간조선이 제기한 의혹이 사실이 아님을 확인한 것"이라고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분신 방조자로 지목된 건설노조 홍성헌씨와 건설노조는 '분신 방조 의혹' 기사를 작성한 기자 등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해당 기사를 승인한 조선일보 편집국 사회부장, 유서 대필 허위보도를 한 월간조선 기자 등, 원 전 장관도 함께 고발했습니다.
이 사건을 2년이 넘게 수사한 서울청 반부패수사대는 지난해 5월 양씨의 분신 상황이 담긴 검찰청 영상을 조선일보에 제공한 사람이 누군지 특정하지 못했고, 결국 '수사 중지'를 처분했습니다.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청 국정감사에서 경찰의 부실 수사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자 박정보 서울청장은 “수사 중지됐던 사건을 다시 수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첫 고발이 진행된 이후 3년여가 흐른 현시점까지 제대로 된 수사를 진행하지 못한 경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증거를 확보할 수 있겠냐는 지적입니다.
건설노조는 19일 성명을 내고 “2023년 6월 최초 고소를 포함해 재수사 결정 이후에도 아무런 강제수사를 하지 않다 이제야 압수수색을 하니 증거가 남아 있겠는가”라며 “모든 수사 방법을 동원해 유출자와 관련자를 밝혀내 처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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