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주현 기자] 윤석열씨의 '불법 여론조사 수수' 혐의 재판에 김건희씨가 증인으로 출석, 279일 만에 두 사람이 재회했습니다. 지난해 7월10일 윤씨가 내란특검에 재구속된 이후 부부가 얼굴을 마주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특히 이날 재판에선 불법 여론조사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도 나왔습니다. '명태균 게이트' 3인방이 법정에서 대면한 것도 최초입니다. 하지만 김씨는 여론조사 수수와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의 질문에 대부분 증언을 거부하다가 30여분 만에 퇴정했습니다.
3박 5일간의 스페인 마드리드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씨와 부인 김건희씨가 2022년 7월1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트랩을 내려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는 14일 오후 2시 윤석열씨와 명태균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속행 공판을 열고 김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습니다. 윤씨와 김씨는 각각 지난해 7월과 8월 구속돼 대면하지 못했다가 9개월 만인 이날 재회하게 됐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피고인 명씨도 재판에 출석, 명태균 게이트 이후 처음으로 '3자 대면'까지 이뤄졌습니다.
윤석열, 아련히 김건희 쳐다봐…김씨, 외면 하고 증언 거부
김씨는 오후 2시8분 검은 정장에 흰 셔츠를 입고 마스크를 쓴 채 두 교도관의 부축을 받으며 법정에 들어섰습니다. 김씨가 들어오자 윤씨는 아련한 표정으로 시선을 그에게 고정했습니다. 반면 김씨는 윤씨에게 따로 눈을 맞추지 않은 채 정면만 응시했습니다. 김씨는 착석한 뒤에도 윤씨 쪽으로 얼굴을 돌리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을 기소한 김건희특검은 김씨에게 '피고인 윤석열의 배우자인지' 묻자 김씨는 "네 맞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명씨로부터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받았는지'를 비롯한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한 질문엔 증언을 모두 거부했습니다.
특검은 또 20대 대선 과정, 명씨를 윤씨에게 소개한 경위, 여론조사 자료 수수 여부, 공표 전 조사 결과 전달 여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 관련 문자·통화 내용 등을 차례로 물었으나 김씨는 "증언거부 한다"고 했습니다.
특검은 윤씨에게 명씨 연락처를 전달했는지,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전 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에게 부탁했는지, 관련해 명씨와 통화를 했는지 등도 물었지만, 김씨는 입을 닫았습니다.
김씨가 특검의 질문에 대해 답변을 거부한 탓에 증인신문은 30여분 만에 마무리됐습니다. 김씨는 그대로 퇴정했습니다. 김씨가 법정을 나갈 때도 윤씨는 배우자를 향해 미소를 띠며 눈을 맞추려고 했지만, 김씨는 이를 그대로 지나쳤습니다.
윤석열씨가 2025년 9월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에 출석해 있다. (사진=뉴시스)
공천개입 의혹 '부인'한 윤석열…김건희 1심서 '무죄' 받아
앞서 윤씨는 김씨와 공모해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명씨로부터 총 2억7000여만원 상당의 여론조사 58회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를 받습니다. 두 사람은 이 대가로 2022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도 있습니다. 특검은 이를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보고 윤씨와 명씨를 기소한 겁니다.
반면 윤씨 측은 명씨와 여론조사 관련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해당 조사 결과도 윤씨 부부에게만 제공된 것이 아니며, 명씨가 자발적으로 실시한 조사라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해 왔습니다.
김씨 측 역시 재판에서 공천 약속이나 여론조사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결국 김씨는 지난 1월28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여론조사 무상수수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통일교 관련 금품 수수 및 청탁 의혹 관련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재판에서 정치자금법 위반은 무죄를 받았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명씨가 윤씨 부부로부터 여론조사 관련 지시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고, 이들 부부에게만 독점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한 것도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특검은 즉각 항소했고 2심 선고는 오는 28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공천 개입,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씨가 2025년12월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판부는 이날 김씨의 증인신문을 시작하기 전 미래한국연구소 소유 관계가 공소사실 판단에 필수적인지, 또 김영선 전 의원 공천 문제가 공소사실상 공식 대가로 한정되는지 등에 대해 특검과 변호인 측에 의견서를 내라고 요구했습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명씨가 운영했다고 알려진 여론조사업체입니다. 반면 명씨는 해당 업체의 실소유주가 아니라고 부인하는 중입니다.
재판부는 아울러 김씨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오자 "증인신문 과정에서는 진술의 신빙성 판단을 위해 김씨의 마스크 착용을 제한한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증인의 표정과 태도 역시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씨의 마스크 착용 문제는 전날인 13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재판에서도 불거졌습니다. 당시 김씨가 마스크를 쓰고 증인으로 출석하자 재판부는 "전염병 등 사유가 없으면 마스크를 쓰면 안 된다"고 한 바 있습니다.
정주현 기자 give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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