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을 사흘 앞두고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기로 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직접 사건 수습에 나선 데 이어, 노조가 요구한 교섭위원 교체도 일부 수용됐습니다.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최대 100조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업계의 시선이 오는 18일에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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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서울 김포공항에서 고개 숙여 사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사전면담을 갖고, 오는 18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교섭을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사전면담에는 노조의 요청에 따라 교체된 교섭위원인 여명구 DS부문 피플팀장과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최 위원장은 “(여 팀장이) 노사 관계 신뢰가 깨진 것에 ‘할 말이 없다’며 사과했다. 노동부 장관도 노조 대우가 잘 안 돼 있다고 전달했고, 본인이 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고 했습니다. 또 “서운한 것들 말씀드렸고, 월요일(18일) 이야기가 잘 마무리 되면 저도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총파업은 막아야 한다는 이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됩니다. 이날 이 회장은 사건 수습을 위해 예정됐던 해외 일정을 조정해 김포공항을 통해 조기 귀국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을 앞두고 시점이 얼마 안 남은 상황이다 보니, 이 회장도 고비인 상황에서 일정을 조금 당겨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 회장은 특히 노조를 향해 “노동조합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다.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며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다. 우리 한번 삼성인임을 자부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자”고 했습니다.
지난달 삼성전자 노조원들이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결렬됐던 양측 협상이 다시 물꼬를 튼 데에는 정치권의 중재 움직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됩니다. 앞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날 노조와 만나 교섭 방향을 논의했고, 이날은 경영진과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노동부는 “김 장관은 전날 노동조합과의 면담 내용과 정부 입장 등을 설명하고 사측도 대화에 적극 나서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했습니다.
다만 노조 측은 협상에 참여하더라도 사측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최 위원장은 이 회장의 발언에 대해 “직원들과 회사의 신뢰가 깨졌다. DS부문의 경우 85%가 (조합) 가입으로 사실상 모두가 노조원이며 직원”이라며 “신뢰 회복에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함께 갈 수 있도록 이번 교섭부터 노력해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노사는 그동안 성과급 재원 마련 방식과 성과급 상한(연봉의 50%) 폐지를 두고 갈등을 이어왔습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책정하고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는 한편 이를 제도화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최근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 과정에서는 성과급 비율을 영업이익의 13%로 낮추는 대신 주식보상제도 도입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교섭은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 사흘 전에 열리는 만큼 사실상 마지막 협상 기회가 될 전망입니다. 앞서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의 파업을 예고했습니다. 파업 참가 의사를 밝힌 조합원은 현재 약 4만6000명으로 추산됩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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