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공장 ‘풀가동’ 상태에 돌입한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 초과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투자 시계를 앞당기고 있습니다. 설비투자(CAPEX) 규모를 늘리고 신규 공장(팹) 착공 계획을 앞당기는 한편 연구개발(R&D)비도 큰 폭으로 늘려 차세대 제품 수요도 적기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예상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
19일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 생산설비의 가동 가능 시간과 실제 가동 시간은 모두 6773만9760시간으로 평균가동률 100%를 기록했습니다. 사실상 ‘풀가동’ 상태이지만, 메모리 수요가 여전히 공급량을 초과하면서 재고도 줄어들고 있는 실정입니다. 올해 1분기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회전율은 2.9회로 2024년 2.6회, 2025년 2.8회에서 지속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의 재고자산이 매출로 변화하는 속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재고가 빠르게 회전해 자본 효율과 수익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으로 HBM을 비롯한 서버용 D램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초과 수요는 계속될 전망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시그마인텔에 따르면 올해 AI 서버용 D램 수요는 전년 대비 105%, HBM 수요는 전년 대비 11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2028년 글로벌 D램 시장에서 AI 서버가 차지하는 비중이 50~55%를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높여 대응에 나서고 있는 SK하이닉스의 1분기 시설투자액은, 전년 동기(5조8840억원) 대비 크게 늘어난 7조3480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1분기 실적설명회(컨퍼런스콜)에서 “SK하이닉스의 올해 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부분 M15X의 램프업(가동률 상승)과 용인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한 인프라 준비, EUV(극자외선) 등 핵심 장비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약 31조원을 투자하는 용인 클러스터 1기 공장 투자 일정도 앞당기는 중입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2월 클린룸 오픈을 목표로 용인클러스터 1기 공장 골조 1단계 공사를 진행 중입니다. 당초 1기 팹은 내년 5월 첫 클린룸을 오픈할 예정이었지만, 오픈 시점을 3개월가량 앞당기며 생산 라인 확대를 서두르는 모습입니다. 오는 8월부터는 1기팹 골조 2단계인 페이즈2 착공에도 나설 예정입니다. 최근에는 2기 팹 구축 계획도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M15 공장. (사진=SK하이닉스)
이 밖에도 D램 역량 강화를 위해 내년 중반 완전 가동 목표로 청주 M15X 공장 투자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M15X는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지난해 10월 첫 번째 클린룸을 오픈했습니다. 지난 2월부터는 두 번째 클린룸을 열고 장비를 순차적으로 반입·설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차세대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R&D 투자도 큰 폭으로 늘렸습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R&D 연구개발 비용은 2조550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5440억원 대비 무려 65.18%나 증가했습니다. 다만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4.9%였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부터 R&D 비용에 2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HBM 세대가 높아지는 데다 연산메모리(PIM), 컴퓨터익스프레스링크(CXL), 고대역폭플래시(HBF) 등 차세대 솔루션 개발에 나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 7세대 HBM(HBM4E) 샘플을 공급하고 내년 양산에 나선다는 목표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AI 인프라 구축이 본격화되면서 메모리 업계 전반이 투자 계획을 앞당기는 분위기”라며 “제품 수량뿐만 아니라 차세대 AI 메모리 수요에 대한 고객사 수요에도 대응하기 위해 R&D도 서두르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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