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애셋]자산 토큰화, 금융시장 재편...법제화 어떻게?
채권·MMF에서 주식으로 확장
금융위도 토큰화 로드맵 발표
“전향적으로 입법 검토 필요”
2026-05-22 16:38:29 2026-05-22 16:38:29
이 기사는 디지털자산 전문 매체 <디지털애셋>에서 작성했습니다. 
 
[디지털애셋 박범수 기자] 올해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자산 토큰화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자산 토큰화란 실물자산을 블록체인에 올려 토큰으로 만들어 거래하는 것을 뜻합니다. 지난 19일 RWA.xyz에 따르면, 실물자산 토큰화 규모는 17일 기준 약 337억달러(약 50조5000억원)로, 최근 5개월새 47%가량 급증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국채 ▲상품 ▲자산담보신용 ▲특수금융 ▲주식 등 다양한 전통금융 자산이 블록체인에 올라와 대규모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자산 토큰화의 장점으로는 결제·정산 주기가 단축되고,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이 꼽힙니다. 기존에 이틀 이상 걸렸던 정산 주기를 실시간으로 바꾸고, 시간 제약 없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습니다.
 
주식 등 정형자산의 토큰화를 형상화했다.(이미지=디지털애셋)
 
미국 중심 토큰증권 제도화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건 미국입니다. 미국은 유럽연합(EU)이나 일본 등 주요국보다 뒤늦게 제도화에 나섰지만, 현재는 발빠르게 시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현재 대규모 거래가 이뤄지는 건 국채 및 머니마켓펀드(MMF)입니다. 지난 17일 RWA.xyz에서 미 국채 및 MMF 토큰화 상품 규모는 약 155억달러(약 23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대표적인 상품은 블랙록의 BUIDL입니다. BUIDL은 이더리움 기반 토큰화 MMF 상품으로 2024년 3월 출시됐습니다. BUIDL은 기초자산을 현금, 미 단기 국채, 레포 계약 등으로 구성돼 있고, 규모는 약 27억달러(약 4조원) 수준입니다. 그 외에도 프랭클린템플턴의 BENJI, 온도파이낸스의 OUSG, 서클의 USYC 등도 대표적 국채 토큰화 상품입니다.
 
시장이 커지면서 다음 기초자산으로 주식이 지목됐고, 규제 당국도 제도 마련에 나섰습니다. 그 중심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있습니다. SEC는 지난해 12월 미국 예탁결제원(DTCC) 자회사 DTC의 토큰증권 시범사업에 대해 '비조치 의견서'를 발행했습니다. 관련 시범 사업을 진행해도 따로 강도 높게 규제하지 않겠다는 취지입니다.
 
지난 3월엔 나스닥이 제출한 토큰화 관련 규칙변경안도 승인했습니다. 이 변경안은 증권의 정의를 토큰증권으로 확대하는 등 내용이 담겼습니다. SEC는 또 토큰증권에 대한 혁신 면제 계획을 5월 중 발표할 전망입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관련 내용엔 상장 기업의 동의나 승인 없이도 토큰증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금융위, 정형자산 토큰화 예고
 
글로벌 추세 변화에 국내 금융당국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5일 토큰증권 협의체 2차 회의에서 “주식, 채권, MMF 등 정형자산 토큰화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금융위가 정형자산 토큰화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금융위는 이미 2023년 2월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가이드라인은 비금전신탁수익증권과 투자계약증권에 중점을 뒀습니다. 당초 규제 취지는 비정형적 증권이 거래될 수 있는 시장을 분산원장을 이용해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입법은 2026년 1월 완료됐고, 토큰증권 관련 법제(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는 2027년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3년 사이 글로벌 추세가 조각투자에서 전통자산 토큰화로 바뀌었습니다. 그에 따라 주식, 채권 등 정형자산 토큰화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번에 당국에서 그와 관련한 공식 언급이 나온 것입니다.
 
당국 안팎에서 언급되는 제도화 방향은 단계별 로드맵입니다. 비정형자산 토큰화를 먼저 도입하고 그 뒤에 정형자산에 대한 토큰화 제도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은행도 지난 14일 보고서를 내 시장 조기 안착을 위해 조각투자를 통해 수요가 확인된 비정형 자산을 중심으로 시작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통금융자산 토큰화로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RWA(실물자산 토큰화) 시장 규모 현황.(이미지=디지털애셋)
 
정형자산 토큰화 제도 마련 과정도 단계별 접근이 제시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분산원장을 자본시장법상 정식 계좌부로 인정하도록 법제가 마련된 상황이기 때문에 국채·MMF는 신탁 구조 등을 조정하면 토큰화 제도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국채와 MMF는 의결권이 없는 순수한 재산권 상품이라 권리 집행 구조를 바꿀 필요가 없습니다.
 
토큰화 자산, 권리 집행 어떻게?
 
주식 토큰화는 의결권, 배당권 문제로 상법 등 기존 금융법과 연계한 논의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남궁주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5일 학술대회에서 “지분증권은 단순한 재산권이 아니라 자본금의 자산 가치이며 인격적·관계적 권리를 수반하기 때문에 이를 어떤 방식을 활용해 토큰화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해외에서도 제도화가 다양한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의결권·배당권에 대해 블록체인을 적용하지 않고 DTC가 기존 장부 방식을 이용해 집행합니다. 일본은 컨소시엄 블록체인이 공식 주주명부 역할을 수행하고, 유럽연합(EU) 일부 국가는 블록체인이 법적으로 주주명부를 대체 가능하게 규제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쟁점은 지분증권을 쪼개 파는 것인데, 미국 DTC 시범사업의 경우 조각투자가 아닌 결제·정산 인프라를 블록체인으로 바꾸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어 제도화 논의 과정에선 큰 쟁점으로 다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로빈후드나 크라켄 등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사업하는 사례를 참고하면, 쪼개서 거래되는 토큰증권의 경우에는 실무적으로 의결권 등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있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네거티브 규제 적용할 필요”
 
국내에서도 현행 상법상 1주당 1개의 의결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1개 미만으로 쪼개 거래하는 경우 어떻게 법제화를 해야 할지 검토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남궁주현 교수는 이와 관련해 “지분 증권의 토큰화는 별도의 입법적 검토가 요구되는 영역”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샌드박스(규제특례)로 소수점 단위 증권의 예탁을 승인받은 사례가 있지만, 이는 조각투자와 같은 신탁수익증권으로 보고 의결권은 주지 않는 구조를 띠고 있습니다. 일본에선 무의결권 우선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토큰증권을 결합하려고 하고 있고, 유럽에선 특수목적법인을 통한 간접적 방법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규제 과정에서 실무적 조율을 통해 좀 더 전향적인 정책 기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단 법무법인 로백스 변호사는 “학계에서 ‘금융규제에서 금지한 것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있고, 실제 산업 활성화나 창의적 혁신을 위해서는 이런 규제 방식이 적용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짚었습니다. 이어 "(당국이) 허용 여부가 불명확한 토큰화 등 새로운 시장에 대해 유예 기간을 주고 체계를 구축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는 걸 보면 정책 기조도 점점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박범수 기자 cmsbumsu@digitalasset.works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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