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17일(현지시간) 콩고민주공화국과 우간다의 에볼라 발병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한 가운데, 글로벌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 방역당국은 국내 유입 가능성은 ‘낮음’으로 평가하며 17일 위기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하고 대책반을 구성하는 등 대응에 나선 상태입니다.
WHO에 따르면, 16일 기준 콩고민주공화국 이투리 주에서 부니아·르밤파라·몽그발루 등지에서 실험실 확진 사례 8건, 의심 사례 246건, 사망 의심 사례 80건이 보고됐습니다. 콩고민주공화국 보건부에 따르면, 의심환자 536명(의심 사망 134명), 확진자 34명(확진 사망 8명) 등에 달합니다. WHO는 실제 감염자 수와 바이러스의 지리적 확산 범위에 불확실성이 크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번 유행은 ‘분디부교(Bundibugyo)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했는데, 이는 자이르형보다 치명률은 낮지만 백신이나 치료제가 전무합니다. 분디부교 바이러스는 2007년 우간다 분디부교 지역에서 발생해 131명의 확진자와 42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습니다. 이후 2012년 콩고민주공화국 이시로 지역에서도 발생, 실험실 확진자 38명과 함께 13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17일(현지시간) 콩고민주공화국과 우간다의 에볼라 발병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우리 방역당국은 국내 유입 가능성은 ‘낮음’으로 평가하며 17일 위기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하고 대책반을 구성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사진=AP/뉴시스)
MSF는 이번 유행에 대해 “분디부교 바이러스 진단 키트 공급이 부족해 환자 확진이 지연되고 있고, 접촉자 추적과 환자 격리 조치가 늦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엠마 톰슨 영국 글래스고대학 바이러스 연구 센터 소장은 “초기 실시한 에볼라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는 보고는, 진단의 사각지대로 인해 초기 인지가 지연되면서 발병이 꽤 오랫동안 발견되지 않은 채 진행되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현지 의료진 감염에 대해 “의료 환경 내에서 미처 인지하지 못한 전파가 발생하고 있으며 감염 예방 및 통제에 구멍이 생겼음을 의미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우리나라 유입 가능성 낮지만 대응 필요
문제는 콩고민주공화국 이투리주 지역에서 무장 단체와 정부군 사이의 분쟁으로 100만명의 실향민이 발생, 이들이 우간다 등지로 대규모 이동 중이라는 점입니다. 이는 환자 식별·추적·격리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WHO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온 두 명의 여행객이 15일과 16일, 하루 간격으로 우간다 캄팔라에서 확진 판정을 받으며 이웃 국가로 확산되고 있다며 “이미 국제적 확산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엠마 톰슨 교수는 “이투리 주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킨샤사와 캄팔라에서 확진자가 확인된 것은, 완전한 차단 조치가 내려지기 전에 바이러스가 이미 인간의 이동망을 타고 퍼져나갔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도 “국제적으로 아직 대발생 초기 단계지만 급격한 확진자의 증가 양상으로 인해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우리 정부도 대응을 시작한 상태입니다. 지난 19일부터 중점검역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국가를 방문하거나 체류한 모든 입국자는 검역관에게 Q-CODE를 통해 건강 상태 등을 신고해야 합니다. 국립검역소는 중점검역관리지역에서 출발해 입국하는 모든 승객을 대상으로 항공기 게이트에서 전수 검역을 시행 중입니다. 중점검역관리지역 입국자가 귀국 후 증상 발현으로 의료기관 방문 시에는 해외여행력정보제공시스템(DUR-ITS)을 통해 해외여행 이력을 의료기관에 제공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공포나 국경 폐쇄 등이 현 상태에서 요구되는 조치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비노드 발라수브라마니암 말레이시아 모나쉬대학 교수는 “에볼라는 코로나19나 독감처럼 퍼지지 않고, 동남아시아 등 발병 지역 외 국가들의 즉각적인 위험은 낮지만, 철저한 대비가 중요하다”면서도 “국경 폐쇄나 공포 조성이 목적이 아닌 감염병 유행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기 전 증거 기반의 공중 보건 조치를 신속히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영욱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 펠로우 교수도 “관계 기관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감시 체계 강화, 대응 자원 확보, 진단 및 격리 준비 등 선제적 대비를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도 “이러한 대응이 공중의 과도한 공포나 패닉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개방적이고 투명한 위험 커뮤니케이션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도 “국내 유입 감시, 실험실 분석, 감염 예방, 발병 대비 체계를 강화하고, 국제보건기구들과 긴밀히 협력하여 대응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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