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이번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관찰대상국 등재가 불발된 이유는 역외 외환시장에서 원화 거래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점입니다. MSCI는 정부의 개혁 조치는 인정하면서도 그 효과가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외환시장 접근성과 공매도 제도, 투자자 편의성 개선이 여전히 숙제로, 시장에선 개혁 실효성을 입증하는 게 향후 편입 여부를 가를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MSCI는 23일(현지시간) 공개한 2026년 연례 시장 분류 결과에서 한국 증시를 선진국(DM) 지수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MSCI는 "한국 시장 당국이 발표한 조치들을 인정한다"면서도 "투자자들은 근본적인 문제들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은 2014년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된 뒤 12년째 재진입에 도전하고 있지만 이번에도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번 불발로 44조원 규모의 해외 자금 유입 기대도 일단 무산됐습니다. NH투자증권은 관찰대상국 등재 시 밸류에이션 상승에 따른 패시브 자금 유입 규모를 약 292억달러(44조원)로 추산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선진지수 편입 도전은 내년으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관찰대상국에 최소 1년 이상 포함돼야 선진지수 편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내년 6월 평가가 사실상 2029년 편입 여부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내년에도 실패할 경우 편입 시점은 2031년 이후로 더 늦춰질 수 있습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역외 외환시장 활성화 등 개혁 조치가 본격적으로 효과를 내는 2027년 평가에는 긍정적인 기대를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번 불발의 가장 큰 걸림돌은 외환시장 접근성이었습니다. MSCI는 "원화는 역외에서 실물 인도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원화는 역외에서 차액만 달러로 정산하는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위주로 거래되고 있어, 글로벌 인덱스펀드 운용사 입장에서는 환전과 자금 운용의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역내 외환시장 거래시간이 야간으로 연장됐음에도 유동성 부족으로 인덱스펀드 운용사들의 외환 운용 유연성이 여전히 제약받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정부가 다음달 6일 원·달러 24시간 거래 시행과 2027년 역외 원화 결제망 정식 가동을 예고했지만, MSCI가 문제 삼은 건 제도 발표 자체가 아닙니다. MSCI는 "잠재적 시장 재분류 협의를 위해서는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개혁이 완전히 시행된 뒤 시장 참가자들이 변화의 효과를 충분히 평가할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최지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MSCI는 제도 시행보다 정착 여부를 더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라고 짚었습니다.
공매도 운영 부담도 발목을 잡았습니다. 지난해 3월 전면 재개된 공매도와 함께 도입된 전산화 감시 체계가 금융사에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의 시스템 구축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무차입공매도 리스크를 실효적으로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구심도 여전합니다.
다만 일부 개선도 확인됐습니다. 지난 19일 발표된 연례 시장 접근성 리뷰에서 한국 증시의 '투자상품 가용성' 평가는 '마이너스(개선 필요)'에서 '플러스'로 상향됐습니다. 해외 주요 거래소에 한국 지수 연계 파생상품이 상장된 점이 긍정적으로 반영된 결과입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외환시장 자유화 수준과 투자자 등록 및 계좌 개설, 정보 흐름(영문 공시 부족), 청산 및 결제, 증권 이동성 나머지 5개 핵심 항목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개선 필요' 평가가 유지됐기 때문입니다. 통상 선진국 지수 편입 논의가 본격화되려면 미흡 항목이 사실상 사라지거나 1~2개 수준까지 줄어야 한다는 점에서, 5개 항목이 그대로 남은 것은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관찰대상국 등재가 갖는 의미는 작지 않습니다. 등재 자체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선진시장 후보'로 인정받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MSCI 지수 연계 자금 규모는 약 16조5000억달러에 달하며, 자본시장연구원은 선진지수 편입 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최대 360억달러 순유입될 것으로 추정한 바 있습니다. 장기·안정적 성격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니다. 하지만 신흥국지수에서 선진국 지수로의 이동이 가시화될 경우, 신흥국 추종 자금 일부가 먼저 빠져나가는 단기 수급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변수입니다.
증권가에선 이번 결과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등재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망이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었던 데다, 외환시장 개방과 영문 공시 확대 등 제도 개선 자체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기업가치 재평가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편입 유보 가능성이 이미 시장에 반영됐던 만큼, 이번 발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