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볼보자동차코리아(이하 볼보코리아)가 200억원대 관세부과 처분 취소소송 1심에서 패소했습니다. 스웨덴 볼보 본사와의 특수관계로 인해 국내 차량 수입가격이 왜곡됐고, 이로 인해 세금도 적게 냈다는 게 법원 판단입니다. 볼보코리아는 항소심에서 세금 재산정 방식의 적정성을 두고 다툴 걸로 보입니다.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볼보자동차코리아 신차 출시 행사. (사진=뉴시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11-1부(부장판사 배형원·지영난·김우수)는 지난달 8일 볼보코리아가 서울세관장을 상대로 낸 관세부과 처분 등 취소청구 사건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고등법원 항소심은 볼보코리아가 1심 패소에 불복한 데 따른 겁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고은설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서울세관의 205억원 과세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볼보코리아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바 있습니다.
사건 쟁점은 볼보 본사와 볼보코리아의 특수관계가 차량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입니다. 볼보코리아는 본사가 100% 투자해 설립한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본사에서 자동차를 수입해 국내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볼보코리아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본사로부터 차량을 수입하면서, 통상적인 과세가격 산정 방식(실제 지급 가격에 운임·보험료 등을 더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신고·납부했습니다.
그러나 세관은 이런 산정 방식이 잘못됐다고 봤습니다. 볼보코리아와 본사 사이의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겁니다. 관세법에 따르면, 구매자와 판매자 간 지배관계 등 특수관계가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경우엔 과세가격을 정하는 별도의 기준을 적용해야 합니다.
이에 세관은 특수관계 없이 수입된 비슷한 차량의 가격을 기초로 볼보의 과세가격을 재산정하고, 볼보코리아에 관세·개별소비세·부가가치세·가산세 등 274억원 상당의 세금을 재부과했습니다. 액수는 조세심판원을 거치며 205억원으로 줄었지만, 볼보코리아는 과세가격 재산정 자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세관 손을 들어줬습니다. 차량 수입가격이 독립된 시장에서의 자율 거래가 아닌, 본사의 지배력 아래 결정됐다고 판단한 겁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볼보 수입가격은 '차량별 예상 판매가격'에 이윤과 비용이 반영된 '수입가격 비율'을 적용해 결정됐습니다. 즉, 볼보 본사와 볼보코리아는 특정 모델의 차량 1대가 국내에서 얼마에 팔릴지 '차량별 예상 판매가격'을 먼저 정한 뒤, 거기서 각종 이윤을 제외하고 수입가격을 정한 겁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특정 모델이 1억원에 팔릴 걸로 예상됐다면, 판매·관리비 2000만원과 영업이익 1000만원을 제외한 7000만원을 수입가격으로 결정하는 셈입니다. 이렇게 수입가격 비율이 70%로 정해졌다면, 이는 볼보 전사에 일률적으로 적용됩니다.
재판부가 문제로 삼은 건 바로 이 수입가격 비율입니다. △수입가격 비율이 연간 단위로 사전에 결정돼 각국의 모든 판매 자회사의 모든 차종에 일괄 적용된 점 △차량마다 수입가격을 산출하는 세부 요소가 다른 데도 불구하고 매년 정수 단위로 비율을 산정한 점 등을 근거로 본사가 가격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세관이 유사 사례를 바탕으로 볼보의 세금을 재산정한 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세관이 국세청 자료를 바탕으로 비교 업체를 정한 점, 볼보코리아의 이의를 일부 수용해 세금을 재산정한 점 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과거 세관이 기존 납세 방식을 문제 삼지 않았다'며 신의성실 원칙 위반을 제시한 볼보 측 주장은 배척됐습니다. 1심에서 본사와의 특수관계성을 부정하지 못한 볼보코리아는 항소심에선 세관의 세금 재산정 방식과 신의성실 원칙 위반 여부를 중심으로 법리 공방을 이어갈 걸로 보입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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