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관 파업 전운 고조…금융당국 비상대응체제 가동
2026-09-01 14:23:30 2026-09-01 16:13:54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권 총파업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비상대응체제 채비에 나섰습니다. 과거 금융권 총파업은 시중은행 직원들의 참여가 저조해 실제 금융소비자 피해가 크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른데요. 지방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넘어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 등으로 번지면서 금융공공기관 노조의 연대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지방이전 반발로 파업 전선 확대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오는 4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총파업에 대비해 금융사와 공공기관별 파업 참여 동향과 업무 연속성 계획(BCP)을 점검하는 등 대응 체제 가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전산·결제·영업점 등 핵심 금융 기능을 유지하고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당국은 금감원에 종합상황본부를 설치하고 총괄반과 은행반, IT대응반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금융사별 비상행동 계획과 IT 업무 연속성 계획을 사전 점검하고 대체 인력 확보와 영업점 운영 계획, 주요 전산시설 보호 대책 등을 살핍니다. 파업 당일에는 금융사 본점과 전산센터에 검사 인력을 보내 전산 가동 여부와 금융소비자 불편 사례, 대체 인력 투입 상황 등을 점검할 예정입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공공기관의 파업 동참 움직임까지 감안하면 점검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면서 "개별 금융기관의 파업 시에도 시스템적 차원에서는 전산 업무를 비롯한 업무 연속성을 확보하도록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전산과 고객 업무 등 주요 기능에 핵심 인력을 우선 배치하고, 파업 참여 규모에 따라 본점 인력을 영업점 등에 투입할 수 있도록 대응 체계를 갖추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금융노조의 총파업이 실제 금융서비스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습니다. 시중은행의 파업 참여율이 낮았고 본점 대체 인력을 영업점에 투입하면서 대부분의 창구와 전산망이 정상 운영됐습니다.
 
그러나 이번 금융권 총파업에는 금융공공기관 등의 지방 이전 문제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상황입니다. 금융노조는 총파업의 핵심 요구 가운데 하나로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 중단을 내걸었습니다. 주 4.5일제 도입과 임금 6% 인상, 청년 채용 확대, 정년 연장 및 임금피크제 개선 등 기존 임단협 요구에 지방 이전 문제가 더해졌습니다. 
 
금융노조에는 시중·지방·국책은행 외에도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금융결제원, 코스콤 등 금융공공·유관기관을 포함해 42개 지부가 속해 있습니다. 금감원과 예보까지 지방 이전 반대 전선에 가세한 상황입니다.
 
지난 8월27일 서울 중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투쟁상황실에서 열린 금융노조 9.4총파업 기자간담회에서 윤석구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준법투쟁 장기화 땐 감독업무 부담
 
금감원과 예보 노조도 금융노조 총파업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양 기관 노조는 감독기관과 예금보험기구를 금융시장 중심지에서 이전하면 위기 대응 속도와 금융안전망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금융사 검사·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예보는 금융사 부실 감시와 예금보험금 지급, 부실금융회사 정리 등을 담당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금감원과 예보 노조의 집단행동이 현실화할 경우 은행 창구 업무와 달리 당장 일반 소비자가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금융사 검사와 상시감시, 민원·분쟁조정 등의 업무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예보 역시 금융사 부실 감시와 정리 업무 등 고유 업무에 부담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다만 금감원 노조는 현재 금융노조 산하가 아닌 독립노조인 만큼 금융노조 총파업에 자동으로 참여하지는 않습니다. 금감원 노조는 지난 2022년 민주노총 산하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에서 탈퇴했습니다. 당시 금융사를 검사·감독하는 금감원 직원들이 피감기관 종사자들과 같은 산별노조에 속해 있는 데 따른 이해충돌과 역할 갈등 등이 탈퇴 배경입니다.
 
금감원의 업무 특성상 실제 전면파업까지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지난해 정부가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 신설과 공공기관 지정을 추진했을 당시에도 금감원 노조는 총파업까지 검토했지만 실제 집단행동은 출근 전과 점심시간, 퇴근 후 등 업무 시간을 피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전면파업이 아니더라도 지방 이전 반대 투쟁이 연장·휴일근무 거부 등 준법투쟁 등으로 확대될 경우 검사·감독 업무에는 부담이 생길 가능성은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금감원 노조는 조직개편에 반발해 준법투쟁을 쟁의 방식으로 검토한 바 있습니다. 금융사 현장검사와 자료 검토, 상시감시, 민원·분쟁조정 등은 인력 투입과 일정 관리가 필요한 업무인 만큼 집단행동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업무 처리 속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오는 4일 1차 총파업보다 이후 투쟁 방식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 확정 시점이 10~11월께로 늦춰진 만큼 총파업이 2차 이상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총파업은 시중은행 참여가 많지 않아 실제 고객 불편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었다"며 "정책금융과 감독·검사, 예금자 보호 등 금융 공공 부문의 업무 연속성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점에서 대응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9월9일 금융감독원 노동조합 조합원들과 직원들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로비에서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반대하는 손피켓을 들고 서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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