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지영기자] 국제식품가격이 7개월 연속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지난2008년의 애그플레이션 악몽이 재현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인터넷 경제매체인 데일리파이낸스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시간)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유제품, 곡물, 설탕, 식용류 등 국제식품가격은 지난달 기준으로 7개월 연속 오름세를 띤 것으로 나타났다.
옥수수 등 주요 곡물가격이 최고 20%까지 오르고 설탕가격은 30년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중국, 아프리카, 중동 등 신흥국들은 가격상승에 대비해 물량 확보에 나섰다.
◇ 애그플레이션 현실화..설탕 가격 30년 만의 최고가
4일 현재 옥수수와 소맥, 대두, 원면, 커피 등 주요 곡물가격은 3개월만에 10~ 20%까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설탕 가격은 3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3대 설탕 수출국 중 하나인 호주에 기록적인 폭우에 이어 사이클론 '야시(Yashi)'가 등장하면서 수급 우려를 예측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뉴욕상품선물거래소(ICE Futures)에서 거래되는 원당 가격은 지난해 6월 이후 1.5배 증가한 상태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밀 가격이 42% 폭등했던 지난 2008년 러시아발 애그플레이션 때 보다 지금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농산물 주요 생산국들이 수출을 제한해 푸드 크라이시스(Food crisis)가 발생하게 되면 공급은 달리고 가격은 추가적으로 더 오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식품 투기자금 유입..일부 품목 투기열풍 조짐
회복 국면에 접어든 경기 속에 갈곳 없는 시장의 유동자금은 곡물을 비롯한 상품시장의 투기 심리를 자극한다는 지적도 있다.
오 연구원에 따르면 곡물의 비상업용 순매수 포지션은 지난달 25일 3만5000건이 계약되면서 2007년8월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많은 계약 건수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옥수수의 비상업용 순매수 포지션 역시 지난해 9월 45만8000건 계약 이후 11월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지난달 다시 41만4000건으로 계약 건수가 증가했다.
순매수 포지션이란 실수요에 바탕을 두지 않은 것으로 비상업용 순매수 포지션의 수치가 클수록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한 국제시장의 투기성 자금의 유입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국 정부 역시 식품가격 급등과 그로인한 식량 폭동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부터 미국과 남미로부터 각각 옥수수와 대두 수입량을 늘리고 있다.
이는 비축량을 늘리려는 움직임과 더불어 중국내 생산량으로는 증가하는 곡물 수요량을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밀 소비가 많은 아프리카와 중동의 신흥국들 역시 식량 확보에 여념이 없다.
신흥국들은 농산물 수입이 많은 만큼 식품가격이 상승하면 생활고와도 직결될 수 있고, 이는 지난해 모잠비크의 식량폭동(Food riot)·이집트의 민주화 시위 등 세계적 혼란을 불러일으킬 공산이 크다.
오 연구원은 "경제 회복 시기인 만큼 수요는 증가하는 추세지만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 부진은 이를 뒷받침하기엔 역부족"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투기 세력들의 움직임은 식품가격 상승세를 가속화시킬 우려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 각국 식품가격 잡기 '각양각색'
애그플레이션을 저지하기 위한 각국의 움직임도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달 초 파키스탄은 카레의 주요재료인 양파 수출을 금지했고, 카레를 주식으로 삼고있는 인도는 토마토와 식용류, 인도 콩에 대한 수출 금지령으로 맞대응 중이다.
인도네시아는 사실상 수입 문턱은 낮추고 수출 문턱은 높인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밀·대두·비료·사료 등에 대한 수입관세 철폐에 이어 이번달 부터는 팜유 수출세는 20%에서 25%로 인상하기로 했다.
올해 주요 20개국(G20) 의장국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같은 상황에 대해 "식량 문제와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을 잡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고,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 역시 "G20의 핵심 의제는 식량 안보"라고 방점을 찍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