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우리기자]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다음날인 23일 건설주들은 1.74% 상승마감했다. 24일도 0.80% 상승하며 장을 마감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부활 등 부동산시장 규제가 강화된 셈인데 오히려 건설주는 오르는 '역설'의 이유는 시장에서는 이번 대책을 `정부가 준비한 선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분양시장이 좋아질 수 있다고 보는 기대감도 크다.
◇ 건설사 분양가상한제 없앤다는 소식에 `화색`
대부분의 건설사는 DTI규제로 답답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정부가 강남3구 외 민간택지에 짓는 아파트의 분양가상한제를 없애겠다고 공언한만큼 건설사들은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서울지역에 공급되는 아파트 대부분이 재개발, 재건축 지역이라는 점에서 조합이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가능성이 높다.
분양가가 높게 책정된다면 자연스럽게 주변 집값은 오르게 된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재개발, 재건축 단지와 뉴타운지구 등 대부분의 민간택지사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권오현 건설산업연구실장은 "건설업체가 불리하다할 수 없는 정책"이라고 단언했다.
◇ 취득세 감면은 부유층만 이익본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취득세 감면 확대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9억원 이상 아파트는 취득세를 4%에서 2%로, 9억원 이하는 2%에서 1%로 줄여주기로 했다.
9억원 이상의 아파트가 많은 강남의 경우 취득세 감면 혜택이 타 지역에 비해 클 수밖에 없다.
강남구 도곡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이 지역에서는 3월에 발표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잇었다"며 "이번 발표전에 15억원에 계약한 사람이 7000만원 가깝게 취득세를 냈는데 매우 아까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곡동 아파트 렉슬 109㎡의 매매가는 13억원으로 취득세는 6000만원 가량이었지만 취득세 감면혜택을 받으면 3000만원 정도 세금을 덜 내도 된다.
반면 강남권과 분위기가 다른 금천구의 부동산중개업자들은 취득세 감면 소식에 대해 "별 반응이 없어요. 언제부터 시행하는거죠?"라고 되물었다.
시흥동의 공급면적 기준 105㎡아파트를 시세 3억원에 구입할 경우 6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300만원의 취득세가 줄어드는 셈이다.
금천구의 경우 매매가가 3.3㎡(1평)당 1000만원 가량으로 전국평균 매매가인 865만원보다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 시민단체 "분양가상한제 폐지는 바가지분양 피해 낳을 것"
정부의 이번 대책은 사실상 건설사와 부유층을 위한 대책이라는 주장들이 설득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강하게 반대했다.
경실련은 지난 23일 성명을 내고 "분양가상한제 폐지는 굉장히 중요한 이슈인데 DTI규제부활에 묻혀서 발표됐다"면서 "정부가 집값거품을 뺄 노력없이 또 한번 토건 · 건설업체의 손을 들어준 결과"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국책사업팀 김성달 팀장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를 부추겨 주택경기를 살아나게 하려는 것"이라며 "분양가 자율화로 가는 길을 열어 고분양가, 바가지 분양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지방세인 취득세를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와 협의없이 발표해 주택거래활성화 정책 도구로 사용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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